올해 부동산시장은 한 마디로 '롤러코스터' 같았다. 가파른 내리막과 급격한 오르막이 시기마다 지역마다 갈렸다. 새로 맞을 정유년(丁酉年) 시장 전망은 대체로 어둡다. 거래 활기가 떨어지면서, 그 폭이 크든 작든 아래쪽으로 가격 조정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시장에서는 일단 안전벨트를 죌 때라고들 한다. 내년 부동산 시장 흐름을 키워드 중심으로 짚어본다.[편집자]
"집값 상승 기대가 적은 시기에 실수요자들에게 가장 민감한 부분은 내 집 마련 때 들어가는 대출 이자 비용이죠. 전세에서 자가로 옮기는 경우, 때마다 이사갈 걱정을 더는 것과 함께 지금까지는 저금리가 큰 메리트가 됐는데, 앞으로 그런 매력이 줄어든다면 집을 구매할 이유가 적어지게 되는 거죠." (경기도 분당신도시 H공인중개업소 대표)
내년 주택시장의 흐름을 좌우할 가장 큰 변수로 부동산 전문가들이 가장 많이 꼽는 것은 바로 '금리'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경기 부양기조와 함께 점점 낮아진 금리는 국내 사상 최저수준까지 떨어져 바닥을 기다가 이제 다시 고개를 들어 위를 쳐다보기 시작했다.
▲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
미국은 작년 말에 이어 최근 다시 기준금리를 올렸다. 향후 1년여 기간 순차적으로 1%포인트까지 금리를 추가 인상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환율이나 유동성의 국제 흐름에 변동이 생길 것을 감안하면 우리나라도 대략 6개월 안팎의 시차를 두고 금리 상승이 본격화할 것이라는 게 금융권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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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대출금리는 상승세를 탔다. 23일 전국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 11월 신규취급액 기준 주택담보대출 기준이 되는 코픽스(COFIX) 금리는 넉달 연속 상승세다. 11월 코픽스 금리는 7월에 비해 0.2%포인트 오른 1.51%로 나타났다.
실제 이와 연동된 변동형 주택담보대출(만기 10년 이상 분할상환식) 금리는 이보다 더 크게 올랐다. 11월 전체 평균 연 3.03%, 5대 시중은행 평균 3.28%를 각각 기록했다. 5대 은행 평균은 지난 8월 2.74%에서 0.54%포인트나 올랐다. 당장 변동금리로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주택 구입자들의 부담이 커진 것이다.
금리 변동 리스크를 피하기 위해 고정형으로 주택담보대출을 받는 것도 무거워졌다. 신규 대출 때 받는 금리도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고정형 대출 금리의 기준이 되는 5년 만기 금융채 금리는 최저금리 기준으로 지난 10월 말 연 2.9~3.1%대였지만 16일 현재 3.4~3.5%대다. 최근 일반적으로 고정금리 대출은 변동형보다 0.5%포인트 가량 금리가 높다.
▲ 그래픽/김용민 기자 kym5380@ |
여기에 미국이 금리 인상속도를 높이면서 앞으로 1년여 간 국내 금리도 1%포인트 가량 더 오를 것으로 보여 이자 부담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은 최근 대출금리가 1%포인트 올라가면 가계가 새롭게 부담해야 하는 이자가 연간 9조원 안팎에 달한다는 분석을 내놨다. 올 3분기말 현재 가계신용 1295조8000억원 중 적용 금리가 상승할 변동형 대출 비중은 75%이고, 1년 내 만기가 도래하는 고정금리 상품도 갈아탈 때 추가 부담이 생기는 것을 감안한 수치다.
특히 신용등급이 7~10등급인 저신용 대출자의 경우 변동금리 대출비중도 높고 적용 금리도 고신용 대출자보다 높아 이자 상환을 감당하지 못할 상황을 맞기 쉽다. 한은은 "금리상승에 따른 취약가계의 부담 증가 추이와 대출 부실화 가능성 점검을 강화할 것"이라고 긴장감을 내비쳤다.
전문가들은 작년과 올해 국내 부동산 시장에 활발하게 유입된 주택구입자금이 실수요든 투자수요든 저금리를 발판 삼은 경우가 많다는 데 주목하고 있다. 대출을 받아 집을 산 사람들 중 이자상환 부담이 커져 집을 내놓는 이가 생길 있다는 얘기다. 집을 사려던 사람도 높아진 금리에 주저하게 될 수 있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내년 국내 주택담보대출 금리 인상속도나 폭은 어느정도 완만하게 나타나겠지만 이자 부담이 더 커질 것이라는 예상은 주택 구매의지를 줄이게 마련"이라며 "매수세 유입이 약해지면 거래는 뜸해지고 가격은 약세를 보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