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부동산시장은 한 마디로 '롤러코스터' 같았다. 가파른 내리막과 급격한 오르막이 시기마다 지역마다 갈렸다. 새로 맞을 정유년(丁酉年) 시장 전망은 대체로 어둡다. 거래 활기가 떨어지면서, 그 폭이 크든 작든 아래쪽으로 가격 조정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시장에서는 일단 안전벨트를 죌 때라고들 한다. 내년 부동산 시장 흐름을 키워드 중심으로 짚어본다.[편집자]
2017년은 이미 2년 전부터 주택 공급과잉으로 인한 후유증이 본격화할 수 있는 해로 여겨졌다. 박근혜 정부는 출범하자마자 2013년 '4.1 부동산 종합대책'을 통해 주택 경기 활성화를 기치로 내걸었다. 이듬해엔 9.1대책 등으로 청약제도를 완화해 수요를 유인하고 강남 재건축 규제 완화로 집값 상승 기대감을 불어넣었다. 그러면서 분양시장에는 불이 붙었다.
애초에는 주택 공급조절도 정부의 주택시장 활성화 카드 중 하나였다. 새 아파트 공급을 줄이면 수급이 달려 주택가격 하락의 위험을 막아줄 것이란 게 당국의 판단이었다. 하지만 하지만 공염불이었다. 공공분양은 줄일 수 있었지만 민간분양은 오히려 더 쏟아졌다. 오랜만에 호황을 만난 건설사들이 너도나도 새 아파트 분양에 나섰다.
▲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
사업성이 떨어져 건설업계나 금융권이 7~8년 가까이 묵혔던 사업지에서도 아파트 분양이 이뤄졌다. 2013년 42만9000가구 였던 주택 착공 물량은 2014년에는 50만8000가구, 2015년에는 71만7000가구로 늘었다. 이 때 분양된 주택이 2~3년 공사를 마치고 집중적으로 입주하기 시작하는 게 바로 내년이다.
주택 준공물량은 작년 46만가구에서 올해 54만5000가구, 내년 60만6000여가구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내년 1분기(1~3월) 입주 예정 아파트는 7만8천534가구로 당장 올해 1분기보다 31.2% 많다.
입주 수요보다 많은 새 아파트가 쏟아질 때 나타나는 현상이 이른바 '역전세난', '깡통 전세'다. 집주인이 세입자를 구하지 못하다보니 전셋값이 급격히 떨어지고(역전세난), 종전 세입자가 떨어진 전셋값 때문에 보증금을 제 때 돌려 받지 못하는 상황(깡통 전세)을 맞을 수 있다.
이런 현상이 나타나면 집값도 버티질 못할 수 있다. 원하는 가격에 세를 들이지 못하는 새 아파트 집주인 일부는 입주 후 시세가 분양가 밑으로 떨어질 경우 버틸 자금이 없어 손실을 보고 파는 경우도 생긴다. 이를 주식에서 원금을 손실한 '깡통 계좌' 빗대 표현한 말이 '깡통 아파트'다.
건설산업연구원은 전국적으로 새로 준공되는 아파트가 내년부터 2~3년간 전년 대비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내년 아파트 입주는 올해보다 수도권 41.3%, 5개광역시 12.9%, 기타지방 30.0%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수도권 남부 지역의 화성(동탄2), 수원(광교·호매실), 김포(한강), 시흥(목감·배곧) 등이 연간 1만가구 이상 입주를 시작해 수급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주택산업연구원은 내년 주택시장의 변곡점을 2분기로 잡고 있다. 공급과잉의 후유증이 하반기 조정 본격화로 나타날 수 있다는 예상이다.
김덕례 주산연 연구위원은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입주가 몰리면서 시장의 공급물량 부담이 증가할 것"이라며 "주택가격 하락, 역전세난 등에 따른 자금조달과 전세금 리스크 확대 등의 이슈가 복합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