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부동산시장은 한 마디로 '롤러코스터' 같았다. 가파른 내리막과 급격한 오르막이 시기마다 지역마다 갈렸다. 새로 맞을 정유년(丁酉年) 시장 전망은 대체로 어둡다. 거래 활기가 떨어지면서, 그 폭이 크든 작든 아래쪽으로 가격 조정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시장에서는 일단 안전벨트를 죌 때라고들 한다. 내년 부동산 시장 흐름을 키워드 중심으로 짚어본다.[편집자]
내년 금리가 오르는 것은 기정 사실로 받아들여진다. 금리 상승기 대출을 받아 집을 사려는 사람들 입장에서 관건은 금융비용 만큼 효익을 확보할 수 있느냐다. 전셋집을 전전해야 하는 고달픔을 덜 수 있거나, 들어갈 이자보다 집값이 오를 것이라는 기대만 있다면 여전히 대출을 끼고 집을 사는 것도 합리적 판단일 수 있다.
하지만 이 역시 내년부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1300조원에 달하는 가계부채 확대를 제어하기 위해 정부가 대출 규제를 가동하기 때문이다. 'DSR(Debt Service Ratio, 총부채 원리금 상환 비율)'이라는 새로운 기준이 대표적이다. 대출자가 갖고 있는 모든 대출의 원금과 이자 상환액을 합해 소득 대비 빚 상환능력을 따지는 방식이다. 대출을 받아 집을 사려고 해도 대출금 한도가 줄어들 수 있다는 얘기다.
▲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
지금까지 은행에서 집을 담보로 대출을 받기 위해 총부채상환비율(DTI, 상한 60%)을 매길 때는 주택담보대출의 원리금에 기타 대출에 대해서는 이자만 감안해 상환부담액을 계산했다. 하지만 DSR이 도입되면 모든 금융건 대출의 원금과 이자까지 반영한 상환부담액을 계산한다. DTI가 현재 상한선에 못 미치더라도 DSR이 일정 수준을 넘으면 지금보다 대출한도가 줄어들 가능성이 커진다.
정부가 제공하는 정책모기지인 '보금자리론'도 한도가 줄어든다. 종전에는 소득 제한없이 9억원 이내 주택에 대해 5억원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내년 1월1일부터는 부부합산 7000만원 이내 소득자만 받을 수 있고 대출 대상이 되는 집도 6억원, 대출 한도도 3억원으로 크게 줄어든다. 대출을 받기도 까다로와지거니와 한도도 축소되는 것이다.
역시 정책모기지로 무주택자나 1주택자 중 집을 갈아탈 때 처분조건부로 받을 수 있는 대출인 '디딤돌대출'의 경우 대출 대상 주택의 가격이 6억원에서 5억원으로 낮아진다. 저리로 대출을 받아 집을 사려던 무주택자가 해당 주택이 대상가격 범위를 넘어서는 탓에 집 사기를 포기해야 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는 셈이다.
정부는 3년전만 해도 무주택자들에게 연 1%대 금리로 집 살 자금을 대출해 주는 '공유형 모기지' 등을 정책 모기지로 제시했다. 하지만 지금 시점에 이를 다시 활성화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당시는 가계대출 팽창에 대한 경계감이 적었기 때문에 개인이 집을 사서 생기는 일부 수익과 손실을 주택도시기금이 나누는 공유형 모기지를 추진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빚을 내 집을 사라고 장려할 상황이 아니다.
새 아파트를 분양 받을 때의 문턱도 높아진다. 금융당국은 내년 이후 분양한 아파트의 경우 분양계약자가 입주할 때 받는 집단대출인 잔금대출을 원리금 균등상환 대출 방식으로 유도하기로 했다. 이 역시 상환여력이 부족한 수요자들로 하여금 아파트를 분양받기 어렵게 하는 요인이 된다.
건설업계는 이런 금융 규제가 본격화하면서 주택 구매심리 급랭을 재촉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한국주택협회는 최근 ▲LTV(담보인정비율) 60% 이하·주택조합 조합원분 잔금대출의 여신심사가이드라인 적용 배제 ▲중도금 대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적용대상 제외 ▲LTV·DTI 규제 완화 1년 연장 등을 국토교통부 등에 촉구했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주택대출 여신심사강화나 DSR 실시 등은 1300조에 육박할 정도로 급팽창한 가계부채의 질적 제고를 위해 필요한 부분"이라며 "내년 이후 주택 구입 시점을 재고 있는 수요자라면 금융권 의존도를 줄이고 본인의 상환여력을 충분히 감안해 매수를 타진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