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가 해외 신도시 사업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국내 시장 불확실성이 커진 데다 한동안 공백을 메워주던 해외 시장, 특히 중동 플랜트사업이 저유가 여파로 신통치 않은 게 배경이 됐다. 건설업계는 글로벌 경기가 불투명한 가운데서도 중동·동남아·중남미를 중심으로 도시 인프라 수요는 점점 늘어나고 있다는 데 착안했다.
개발시대 국내에서 쌓은 대량 주택공급 경험은 해외 시장에서 경쟁력이 됐다. 하지만 점차 확대되는 해외 신도시 사업도 계약에서 설계, 시공까지 단계별 위험요소들이 있다. 건설사들이 해외 신도시사업을 확대하기 위해선 각종 위험을 관리하는 능력을 키우는 한편 정부 차원의 지원도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 플랜트 수주 급감…해외일감 2년 연속 30%대↓
대한건설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전문건설업 성장률은 지난 2000년 13.4%을 정점으로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특히 2010년 이후부터는 해마다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 중이다. 최근 정부가 복지 확대에 나서며 공공건설(SOC) 투자를 줄인 영향이 적지 않다. 특히 최근 5년간 토목공사, 수중공사 및 상하수도 등 업종 위주로 성장률이 급격하게 하락하고 있다.
해외 건설시장 역시 쉽지 않은 상황이다. 국제유가가 하락하며 과거 상당한 물량을 차지하던 중동 플랜트 사업 발주가 줄었고, 수주 경쟁은 더 치열해졌다. 수주를 한다고 해도 과거와 같은 수익성을 담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발주업체의 계약취소나 지연 등의 사례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기업들의 해외건설 수주액은 281억9192만달러로 재작년 461억4435만달러보다 38.9% 감소했다. 10년 전인 2006년 164억6816만달러 이후 가장 적은 규모다.
해외건설 수주액은 지난 2010년 715억7881만달러의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뒤 2012년부터 2014년까지는 3년 연속 600억달러대의 수주고를 올렸다. 하지만 재작년 30.1% 줄어든 뒤 2년 연속 30%대 감소폭을 나타냈다.
◇ '개발형 수주 확대' 인식 전환
이런 변화 속에서 건설사들은 과거와 같은 사업방식에서 벗어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단순한 도급공사로는 한계에 도달할 수밖에 없는 만큼 최근 해외 신도시를 포함한 투자개발 방식 수주로 눈길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해외건설 계약현황을 발주형태별로 보면 7년 전인 2010년 경우 국내 기업(공기업 포함)들은 작년 전체 해외수주 물량 715억달러중 97.04%에 해당하는 703억달러를 도급방식으로 수주했다. 프로젝트의 기획 단계부터 참여하는 개발방식 수주는 2.96%인 12억달러에 불과했다.
하지만 최근 도급 위주의 수주 흐름은 조금씩 변하고 있다. 올 4월까지 해외 수주물량 총 118억달러중 12.09%에 해당하는 14억달러가 개발형 방식 수주였다. 2010년과 비교해 4배 이상 증가했다. 반면 일정 규모 복수 건설사만 대상으로 입찰을 진행하는 중간 형태인 '도급지명' 계약은 7.28%로 2010년 24.56% 보다 급감했다.
▲ 해외건설 계약 현황 발주형태별(자료:해외건설협회) |
특히 한국은 과거 1기 신도시 분당, 일산에 이어 동탄, 판교 등 신도시를 만든 경험이 있어 해외 신도시 건설에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투자개발형 사업 가운데서도 도시기반시설 분야에 강점을 가진 것이다. 최근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한국형 신도시 수출'에 가장 적극적이다.
박상우 LH 사장은 지난해 4월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LH의 신도시 개발 노하우와 민간의 첨단기술을 결합해 중동·인도·동남아 등 신도시 개발 수요가 있는 국가에 스마트 신도시를 수출하겠다"며 "신도시 수출 사업은 LH의 돌파구일 뿐 아니라 한국 경제의 돌파구가 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LH는 이후 1년이 지난 이달 초 쿠웨이트 압둘라에 분당신도시 3배 규모의 신도시를 짓는 프로젝트의 마스터플랜 용역계약(433억원 규모)을 현지 발주처와 체결했다. 압둘라 신도시 주거 시범단지 조성에 투입되는 사업비는 40억달러(4조4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후 신도시 완공까지 100억달러 이상 들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 "리스크 높아…정부차원 지원 필요"
해외 신도시건설이 상대적으로 큰 사업규모와 수익성 등에서 주목을 받고 있지만 아직 사업 초기단계인 만큼 높은 리스크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위험요인으로 지적된다.
특히 장기간 건설되는 사업 특성상 다양한 위험 요소들이 도사리고 있다는 설명이다. 건설사들은 해외현장에서 언어 역량, 현지 법이나 관행, 발주처 관리 및 대응 등에서 어려움을 겪는 것이 현실이다.
해외건설협회 관계자는 "한국의 해외건설 프로젝트도 업무나 시스템에서 변화가 필요하다"면서 "해외에서 진정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마스터플랜, 타당성조사 등 고부가가치 역량 강화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정부 차원의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된다. 협회 관계자는 "중국과 일본에 비해 한국은 금융지원이 턱없이 부족하다"며 "한국 건설사의 차별화된 신도시 사업에 정부의 효과적인 금융 지원이 절실한 때"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