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역시 결혼 11년 만에야 겨우 경기도에 작은 집을 마련할 수 있었고, 그나마 전세값 인상요구 때문에 여섯 번을 이사한 후였습니다. (중략) 아직도 아파트 융자금을 갚고 있습니다. 아파트 한 채를 온전히 보유하지 못한 장관 후보자는 국토교통부 역사상 처음이라고 들었습니다."
15일 국회 국토교통위위원회 인사청문회 석상에 앉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는 "과거 집 때문에 많은 서러움을 겪은 경험이 있다"며 "서민 주거안정에 정책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주택 매매·전세가격 상승, 월세시장 확대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서민의 주거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임대주택 공급을 대폭 확대하고 주거급여 수혜의 폭을 넓히겠다"며 "청년, 신혼부부 주거지원을 대폭 강화하고 주택가격 안정을 위해 시장을 적극적으로 관리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김 후보자는 내정 이후 예산결산특위 위원장 등을 역임한 3선 국회의원 출신이지만 국토교통정책에 대해서는 비전문가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그는 "전문성이 있다고 하긴 그렇지만 전혀 모르는 분야라 지적받는 건 인정하기 어렵다"며 주택시장 안정, 도시재생 뉴딜, 뉴스테이(기업형 임대주택) 등에 주요 이슈에 대한 시각을 밝혔다.
▲ 한 건설업계 관계자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방송을 시청하고 있다./윤도진 기자 spoon504@ |
◇ LTV·DTI "지역별·대상별 차등적용"
김 후보자는 더불어민주당 안규백 의원이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총부채상환비율(DTI) 등에 대한 정책 방향을 묻자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방식은 서민 실수요자에 대한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지금처럼 부동산시장이 국지적으로 과열되는 상황에서는 지역별, 대상별 맞춤형 정책이 돼야 실효성을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면한 과제 중 가장 시급한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는 "국민의 주거 안정이라고 생각한다"며 "과수요로 인해 주택시장이 과열되는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집이 필요한 서민에게 어려움 주는 방향으로 정책이 집행되면 안 된다"고 답했다.
김 후보자는 최근 주택시장 과열의 원인에 대해서는 "시중에 유동자금이 많이 풀려 있는데 선거 후 관망하던 수요가 드러났고 투기 수요도 결합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투기과열지구 지정 의향을 묻는 질문에는 "현장 상황을 면밀히 검토하고 있으며 종합적인 검토 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 도시재생 뉴딜 "종전 탈락지 포함"
김 후보자는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사업인 '도시재생 뉴딜'과 관련해서는 "과거의 전면 철거방식이 아니라 지금 살고 있는 주민이 더 좋은 여건 속에서 살 수 있는 방향으로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자유한국당 김현아 의원이 도시재생 사업 방향을 묻는 질문에 "우리나라 90% 이상의 국민이 도시에 살고 있는데 도시가 개발된 지 오래되고 신도시가 만들어지면서 구도심 등 쇠퇴가 이뤄졌다"며 "주거환경이 열악한 지역에 투자와 주민 자발적 참여 통해 활력을 만들고 도시 공공기능을 강화해야 한다"고 답했다.
이어 1년에 100곳씩, 5년간 500곳에서 사업을 하는 것이냐는 질문에 "그보다 더 많은 사업이 이뤄질 수 있다"며 "종전에 도시재생사업지로 지정한 곳도 착수하지 못한 곳이 있는데 과거 선정과정에서 탈락한 곳도 다시 심사에 포함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
◇ 뉴스테이 "공공성 확대 개선 필요"
전 정부의 주력 주택정책 사업인 뉴스테이와 관련해, 김 후보자는 "도입취지는 좋았지만 공공성이 떨어지면서 국민 혜택보다 사업주에게 주는 혜택이 더 크다는 비판이 있었다"며 "비판을 받아들여 세부적인 개선 계획을 마련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 임대주택 사업에 민간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기업에 택지·기금 지원 등 다양한 혜택을 줬지만 취약 계층이 입주하기에 높은 임대료를 비롯해 공공성이 미흡하다는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장관으로 취임하게 된다면 공공성 강화 방안을 연계 검토해 제도 개선안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또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에 대한 정동영 국민의당 의원 질문에 "공공택지는 적극적인 자세로 접근하되 민간택지 분양에 대해서는 탄력적으로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답했다. 후분양제 도입 여부와 관련해서는 "수요자와 기업 모두 부담이 될 수 있다"며 다소 부정적인 입장을 내놨다.
◇ 논문 미흡, 연말정산 실수 등엔 사과도
국토위 소속 야권 의원들은 김 후보자의 과거 논문이나 연말정산 부정공제 등과 관련한 검증 질문으로 공세를 폈다. 김 후보자는 지난 2일 임명동의안을 제출하면서 배우자, 어머니, 장남과 차남 등 가족 포함 재산이 13억9667만원이라고 신고했다. 본인 명의의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 아파트(5억3000만원)과 배우자 명의의 토지 등이다.
김 후보자는 자유한국당 박덕흠 의원 석사논문 표절 지적에 "처음 쓰다 보니 여러 실수가 있었을 것이어서 잘 된 논문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며 "많이 부족하고 내세우기 어렵지만 표절했다는 것에는 동의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실수에 대해서는 사과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자유한국당 박맹우 의원이 "두 번에 걸친 연말정산 허위 신청으로 세금을 탈루했다"는 지적에도 "실수가 있었지만 국민에게 사과드리겠다"고 밝혔다. 김 후보자 남편 백씨가 지난 2013년 연말정산을 하면서 한부모 가족이라며 100만원을 추가로 공제받은 것에 대한 문제 제기였다. 그는 "남편이 한 부모를 모시는 것으로 (공제 조건을) 착각한 탓"이라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