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건설업계 대표자들을 처음 만난 자리에서 건설산업의 '질적 성장'을 강조했다. 정부가 내년 사회기반시설(SOC) 예산을 감축한 것을 두고는 "업계 우려를 잘 알고 있다"면서도 "건설투자의 패러다임이 바뀌는 변곡점 위에 서있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26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건설회관에서 가진 건설업계 간담회에서 SOC 예산 축소와 관련해 건설산업의 변화 중요성을 강조하며 이 같은 의견을 밝혔다.
▲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건설업계 대표자들과 취임후 첫 간담회를 실시했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
김 장관은 모두발언을 통해 "대다수 선진국 경험에서 보듯 경제 발전이 성숙단계에 들어서면 인프라 신규 투자는 줄어든다"며 "하지만 노후 시설물 성능 개선이나 도시재생과 같이 국민 안전을 제고하고 삶의 질을 높이는 새로운 사업 수요는 계속 늘어난다"고 말했다.
이는 정부 SOC 예산 삭감에 건설업계가 반발하고 있는 것을 의식한 발언이다. 지난 1일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내년 예산안에서 정부 전체 SOC 예산은 올해보다 20% 삭감된 17조7000억원으로 편성됐다. 이는 2004년 이후 14년만에 가장 적은 것이고 한 해 삭감 폭(4조4000억원)으로는 역대 최대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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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시공 경쟁력이 중심이 되던 건설산업의 양상도 바뀌고 있다"며 "스마트시티, 스마트홈, 스마트도로와 같이 IT(정보기술)· 소프트웨어 산업과의 결합을 통한 부가가치 경쟁이 가속화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 장관은 미국 IT 기업인 구글이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도시 설계에 나서고 있다는 점, 또 일본 정부가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하는 '아이 컨스트럭션(i-Construction) 전략'을 발표한 것 등을 건설산업 변화의 예로 들었다.
그는 "우리 건설산업도 이제 외형 위주 성장에서 질적 성장을 향해 나아가야 한다"며 "'낡은 전통산업' 이미지를 벗고 변화와 혁신을 선도하는 '신성장 산업'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정부도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 등을 활용한 스마트 건설기술에 대한 연구개발 확대와 융복합을 촉진하기 위한 규제 개선을 추진하고 해외로 수주 외교를 튼튼히 하겠다"며 "기업은 설계·엔지니어링 역량을 높여 단순 도급시공에서 벗어나 고부가가치 시장으로 진출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 발언하는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
김 장관은 이와 함께 "발주자에서부터 건설 근로자에 이르는 생산과정 전반의 불공정 관행도 개선해 나가야 한다"고 지적하며 건설업계 대표들에게 "더 많은 청년들이 해외건설 현장에서 재능과 열정을 펼칠 수 있도록 근로환경이나 복리후생 개선에 힘써 달라"고 당부했다.
이날 간담회에 국토부에서는 김재정 기획조정실장, 박선호 주택토지실장, 김일평 건설정책국장 등 주요 간부들이 배석했다.
업계측 인사로는 유주현 대한건설협회장, 신홍균 대한전문건설협회장, 김한기 한국주택협회장, 심광일 대한주택건설협회장, 박기풍 해외건설협회장을 비롯해 정수현 현대건설 사장, 조기행 SK건설 부회장, 손성연 씨앤씨종합건설 대표, 박종문 한국강건 대표, 조서윤 다원디자인 대표, 정원주 세종중흥건설 대표, 신희정 동명기술공단 대표 등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