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SOC 홀대론

  • 2017.09.26(화) 07:59

SOC 예산 4조4000억원 삭감
SOC 예산은 미래를 위한 투자

문재인 정부가 대규모 복지 공약 이행을 위해 사회간접자본(SOC·Social Overhead Capital)을 희생양으로 삼았습니다. SOC 예산을 전년대비 20%, 4조4000억원이나 줄인 겁니다. (22조1000억원→17조7000억원)

 

문 정부는 대선 공약 이행 재원 178조원 가운데 60조2000억원(매년 12조원)을 지출 구조조정으로 마련하겠다고 했는데 이 가운데 4조4000억원을 SOC 예산에서 간단히 해결했습니다. 정부는 한발 더 나가 임기 동안 SOC 예산을 연평균 7.5%씩 감축할 계획입니다.

 

예산을 줄이려면 이유가 있어야 하는데요. 표면적으로는 `그동안 국토부 재량 지출이 컸다` `대규모 SOC 사업이 작년과 올해 완공됐다`는 이유를 듭니다. 그런데 이것만으로는 그 많은 돈을 잘라낸 근거가 궁색해 보입니다.

 

차라리 SOC 사업에 예산을 줘봤자 멀쩡한 강 바닥이나 파헤칠 것 아니냐는 게 솔직한 대답 아닐까요. 문 정부는 이미 MB정부의 4대강 사업을 적폐로 낙인 찍고 감사를 청구했습니다.

 

여기에 SOC 사업은 이미 과잉을 걱정할 만큼 충분히 투자됐다는 인식도 깔려 있습니다. 고속도로가 거미줄처럼 연결돼 있고 웬만한 국도는 4차로로 확장됐으며 경부·호남 고속철에다 수요가 없어 보이는 강릉까지 KTX가 다니는 세상이니 SOC 투자를 줄여도 무방하다는 생각을 했을 법 합니다.

 

 

그런데 정부의 이런 인식은 팩트(fact)에 기초한 것일까요.

 

단순히 국토면적당 도로나 철도 길이로 보면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상위권에 속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인구밀도를 반영해서 계산한 '국토계수당 도로연장'은 한국이 1.48로 아일랜드(5.78), 일본(5.12), 프랑스(4.55), 미국(4.01) 등의 4분의 1 수준입니다. '국토계수당 철도연장' 역시 0.05로 독일(0.25), 프랑스(0.20), 미국(0.17), 영국(0.14)의 3분의 1에 못 미칩니다. (한국교통연구원 '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 시기 도로·철도 연장')

 

인구가 밀집해 사는 수도권은 도로와 철도가 더 필요하다는 얘깁니다. 이는 통근시간을 보면 알 수 있는데요. 전국 평균 통근시간은 2010년 58.4분에서 2015년 61.8분으로 3.4분 늘어난데 비해 인천(77.4분)과 서울(78.6분)은 각각 6.2분, 5.6분 증가했습니다. (통계청, `2015 통근·통학` 자료)

 

통근시간은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수준일 뿐 아니라 OECD 국가 평균의 2배에 달합니다. 통근시간 증가를 비용으로 바꾼 '교통혼잡비용'은 2005년 14조4000억원에서 2015년 21조3000억원으로 급증했습니다.

 

여기에 1970~80년대 압축 성장기에 집중 건설된 SOC의 유지·보수가 필요한 시기에 접어들고 있습니다. 아파트도 30년을 넘으면 재건축에 들어가듯 노후화한 다리, 터널, 도로 등도 보수를 하거나 새로 지어야 합니다. 한국시설안전공단에 따르면 준공 30년 이상 지난 국내 SOC는 2016년 기준 전체의 10.3%에서 2021년 15.5%, 2026년 25.8%, 2031년 43.6%, 2036년 61.5%로 급격히 불어납니다.

 

또 상하수도·전기선·전화선 등이 함께 들어가는 공동구 건설 사업이나 도시재생지역 인프라 구축, 하천 정비 사업 등 생활밀착형 SOC 투자도 시급합니다. 시간당 강수량이 100mm만 돼도 도시가 마비되는 건 빗물처리시설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물난리가 터진 뒤 투입되는 수해복구예산의 10분의 1만 수해 방지시설에 써도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생활밀착형 SOC 사업은 대개 중소 건설업체 몫이고 동네 사업이어서 지역 일자리를 만드는 데도 제격입니다.

 

"인프라 개발은 우리가 생각하는 시설 개선 그 이상의 가치가 있습니다. 인프라에 대한 투자는 건설업과 물류·에너지 등 연관 산업의 일자리를 만들어 냅니다. 정보통신기술과 결합한 인프라 구축은 미래 성장동력이 돼 4차 산업혁명을 이끌어 갈 것입니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 `2017 글로벌 인프라 협력 콘퍼런스` 연설문 중에서)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일자리`와 `4차 산업혁명`에 방점을 찍어 SOC 투자의 중요성을 말했습니다. SOC 투자는 단순히 토목공사가 아니라 미래를 위한 투자라는 겁니다. 그런데 SOC 예산을 연평균 7.5%씩 감축하고도 일자리와 4차 산업혁명을 제대로 추진할 수 있을까요.

☞ SOC예산 추이 (국회통과 기준)
2014년 23조7000억원
2015년 24조8000억원
2016년 23조7000억원
2017년 22조1000억원
2018년 17조7000억원(정부 제출안)

☞☞ SOC는 국민의 경제활동에 꼭 필요한 기반시설로서 정부나 공공기관이 주도적으로 공급하는 공공재(公共材)입니다. 도로, 철도, 항만, 물류, 항공, 산업단지 등을 포괄합니다. SOC 사업은 투자 규모가 크고 투입한 자본을 회수하는데 오랜 기간이 걸립니다.

naver daum
SNS 로그인
naver
facebook
goog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