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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라가는 SOC]③멀리, 길게 본다면

  • 2017.09.23(토) 11:25

'일자리·복지' 직결.."에너지·통신까지 종합관리해야"
4차산업혁명 대비 투자확대..'신뢰 확보'도 선행돼야

새 정부가 내년 사회기반시설(SOC) 예산을 대폭 감축하면서 건설업계가 시름에 빠졌다. 당장 일감이 줄어들 걱정이 커져서다. 정부는 이제 충분히 인프라가 깔린 만큼 예산도 줄일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건설업계를 포함해 학계와 정치권에서는 경제의 골격이자 혈관인 도로, 철도, 공항 등 SOC 투자를 지속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국내 SOC 투자의 현황과 이에 따른 영향, 각계의 목소리 등을 짚어본다.[편집자]

 

"건설투자 10억원당 19명의 고용 창출 효과가 있다. 건설분야 취업자의 69%가 고졸 이하 학력, 79%정도가 40세 이상이다. 인프라 투자는 정말 필요한 계층에 일자리를 제공한다는 게 가장 긍정적인 부수효과다."

 

"급한 환자를 모두 헬기로 실어나를 수는 없다. 도로가 잘 돼 있으면 많은 환자들의 병원 이송이 쉽다. 그런 면에서 SOC야말로 진짜 복지라고 할 수 있다."

 

"SOC는 몸에서 뼈와 같은 산업의 기초다. 미래형 SOC 건설은 앞으로 살을 붙일 새 뼈대를 만드는 작업이다. 그런 기초 위에 정보통신기술(ICT), 생명기술(BT)를 비롯한 4차 산업혁명 성장 동력이 나오는 것이다."

  

 

◇ "인프라 투자가 '소득주도성장' 축"

 

정부 SOC 건설 주관부처인 국토교통부 안에서 들리는 목소리다. 내년 국토부 소관 SOC 예산은 정부 전체 SOC 예산의 83%다. 금액은 2015년 23조원을 기점으로 가파르게 줄고 있는 추세다. 내년 예산은 14조6977억원이다. 3년 전과 비교하면 36.1%나 감소했다. 그러다보니 점점 업무 담당자들 목소리에도 힘이 빠지고 있다.
 
건설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얼마나 될까. 통계청에 따르면 작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건설투자 비중은 14%, GDP에서 건설산업 생산액은 4.4%를 차지했다. 금융연구원은 작년 국내 건설투자의 GDP 성장 기여도가 1.6%인 것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0.1%)의 16배라고 분석했다. 올 상반기 말 기준 건설산업 종사자는 200여만명으로 전체 취업인구의 7.1%를 차지하고 있다.

 

SOC 투자는 저성장 타개와 일자리 확보에 필수라는 인식이 강하다. 이 때문에 세계 SOC 시장 규모도 2020년까지 연평균 7% 성장세가 유지될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나라 SOC 예산 감축은 세계 추세엔 역행(逆行)이란 얘기다.

 

2015년 세계은행(WB)은 인프라 투자를 1달러 늘리면 GDP는 0.2달러 오른다는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SOC 투자는 경제성장 촉진효과뿐 아니라 빈곤층 소득 개선, 지역 격차 해소 등 다양한 경제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게 건설업계 안팎 주장이다. 특히 투자 결과물을 국민 모두 적은 비용으로 이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복지'에 가깝다.

 

SOC 건설이 일자리를 늘려 '소득주도형 성장'의 한 축으로 역할할 수 있다는 주장도 같은 맥락이다. 건설산업연구원은 건설업 고용 유발효과가 전체산업 평균보다 10억원 당 2명 가량 많은 것(각 16명, 14명)으로 나타난다고 분석했다. 생산유발계수도 2.06로 전체산업(1.92)보다 높다. SOC 투자를 1조원 늘릴 경우 시멘트, 콘크리트 등 연관 산업에 미치는 효과를 포함해 2조586억원의 생산유발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인프라 사업은 시설·부문·공구 간 조화가 체계적으로 이뤄질 때 투자효과가 제대로 난다. 미국, 독일 등 선진국에서 최근 에너지, 통신시설까지 포괄해 인프라를 종합 단위로 관리하는 이유다. 대한토목학회는 "우리나라는 인프라를 토목·건축·플랜트 정도로만 분류해 에너지, 통신 분야 연결성이 떨어지는 측면이 있다"며 "종합 인프라 관리를 위한 법 제정과 이를 담당한 종합관제탑 기구 마련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 SOC를 보는 '안팎의 눈' 모두 바꿔야

  

▲ 스마트시티 개념도(자료: 서울시립대)

 

경제활동의 환경이 급변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게 새로운 SOC 환경을 조성하는 것도 필요하다. 박수진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한 칼럼에서 "현실 세계와 인터넷·인공지능(AI)을 연결하는 '융합'과 '초연결성'이라는 개념에 맞춰 SOC 투자에 대한 시각부터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2·3차 산업혁명 이후 시기 우리나라가 압축성장을 이룰 수 있었던 건 교통, 통신, 상하수도 및 전력 등 대량생산체계나 수출주도경제에 맞는 SOC를 갖췄기 때문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스마트 시티 ▲자율주행 지원도로 ▲전기·수소차 충전시설 ▲지능형 교통시스템 ▲스마트 그리드 등의 인프라가 확보돼야 한다는 게 박 위원 생각이다.

 

SOC 시설이 혁신기술과 접목되면 새롭고 다양한 서비스 창출도 가능해진다. 국토부는 사물인터넷(IoT)과 인공지능 등 미래형 ICT 기술로 주거와 교통, 에너지, 수자원, 방범 등 도시의 모든 기능이 통합 관리되는 미래형 '스마트 커넥티드 타운(Conneted Town, 초연결도시)' 조성을 구상중이다. 신산업을 상용화하기 전 기술을 검증하고 사업화로 연결하는 실증단지를 만들어 기술융복합 '테스트베드(실험대)'로 삼겠다는 방침이다.

 

다만 이 같은 SOC에 대한 투자를 이끌어 내려면 국민들의 호응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MB정부 때 '4대강 사업'이 반면교사다. 정부가 일방통행식으로 사업을 추진하면 외려 사회적 갈등과 SOC라는 개념 자체에 부정적 인식만 키운다는 걸 보여준 사례다. SOC 사업이 '국민 혈세로 건설업자만 먹여살린다'는 오명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한 건설업계 원로는 "SOC가 부정적 인식을 씻어내려면 당국의 철저한 관리감독과 업계의 자정노력이 앞서야 한다"며 "사업 선정에서부터 여론의 공감을 이끌어 낼 수 있도록하고, 건설사들이 기업 사회적책임(CSR)을 강화하면서 사업과정에서 국민 신뢰를 깨는 일이 없도록 관련 법규를 엄격히 만들고 또 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스마트 커넥티트 타운 개념도(자료: 국토교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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