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주택을 보유한 다주택자들이 일대 혼란에 빠지게 됐다.
내년 4월부터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가 시행되는 상황인데 정부는 이를 피하려면 '팔거나, 혹은 임대사업자로 등록하라'는 취지로 '임대주택 등록 활성화방안'을 내놨다. 등록 후 8년 이상 임대로 묶어놓으면 양도세 등 각종 세금 감면 혜택을 주겠다는 게 골자다.
하지만 다주택자들이 막상 임대주택 등록을 하려해도 노후주택은 언제 재개발·재건축을 할지 모른다는 게 문제다.
임대 등록을 유도한다는 정부조차 임대기간 중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이나 리모델링(대수선)이 이뤄질 경우 임대기간은 어떻게 산정하고 이에 따라 세 감면 등은 어떻게 적용하는지, 또 사업 전후 임대료는 어떻게 책정하는지에 대한 답은 전혀 내놓지 못하고 있다.
▲ 서울 서초구 반포지구 일대 재건축 추진 아파트 /이명근 기자 qwe123@ |
정부가 지난 13일 발표한 '임대 등록 활성화 방안'에는 '8년 이상 임대사업자'를 중심으로 양도소득세와 종합부동산세를 감면폭을 확대하는 방안이 담겼다.
우선 기획재정부는 양도소득세의 경우 준공공임대로 등록해 8년 이상 임대시 양도세 장기보유특별공제 비율을 오는 2019년부터 50%에서 70%로 상향키로 했다. 양도세 중과 배제와 장기보유특별공제 적용, 종부세 합산 배제도 현행 5년 이상에서 8년 이상 준공공임대로 등록한 경우에만 가능토록 했다.
하지만 준공공임대로 등록한 주택이 이 기간중 재건축·재개발 되는 경우에 대해서는 장기보유특별공제 기간을 어떻게 계산하는 지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나 해석이 현재로선 없다는 게 기재부 세제실 관계자의 말이다. 설명을 종합하면 이렇다.
통상적으로 '기존주택 철거~신규주택 준공'에 이르는 재건축·재개발 공사 기간은 실질적으로도 임대가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임대보유 기간에서 빠질 공산이 크다. 이 역시 유권해석 등 정확한 판단 기준은 마련돼 있지 않다.
더 문제가 되는 것은 재건축·재개발 과정에서 기존주택은 '멸실'이 되고 새 주택을 '신규 등록'하는 등기상 변동이 일어난다는 점이다. 멸실은 민간임대주택법상 임대주택 등록 말소 사유여서 장기보유 공제를 받을 수 있는 8년 임대 등록 연속성이 사라진다.
세제실 관계자는 "중간에 임대 말소와 신규 등록이 이뤄지게 되면 공사기간은 빼내고 생각하더라도 공사 앞뒤 임대기간을 합칠 근거까지 잃을 수 있다"며 "차후 비슷한 법령을 준용해 해석하거나, 관련 법령 개정시 명확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8년 이상 임대해야 종부세 합산에서 배제해준다는 인센티브도 마찬가지다. 현재는 '임대기간' 기준 8년 이상으로 설명돼 있지만 이 역시 기존주택 말소와 신규주택 등기가 이뤄지게 되면 임대기간을 통산할 수 있을지, 새 주택 등기후 따로 임대기간을 계산해야 하는지 기준이 없다.
만약 기존주택과 신규주택 임대 기간을 통산하게 되면 연 등록임대주택의 임대료 인상 상한(국토교통부 설명 상 실질적으로 2년 계약시)을 5%로 둔 것은 어떻게 해야 할지도 풀어야할 숙제가 된다.
재건축 아파트의 경우 종전 노후주택과 신규 주택의 실제 전월세 비용 차이는 수 배씩 차이가 난다. 이를 인정하면서 종전 주택 임대기간을 세금 감면시 포함시키는 것도 논란 여지가 있다.
이밖에도 공시가격 6억원, 전용면적 85㎡ 이하 주택을 임대주택으로 등록할 경우 임대소득세를 4년 임대시 30%, 8년 임대시 75% 감면하도록 차등화한 것도 재개발·재건축시 어떻게 처리하느냐가 관건이 된다.
건강보험료도 2000만원 이하 분리과세 대상 사업자는 임대의무기간 동안 '8년 80%, 4년 40%'의 감면률을 적용키로 했지만 노후주택이라면 임대기간 산정에 논란 여지가 생긴다.
이같은 문제를 재개발·재건축과 공사기간 등은 큰 차이가 없지만 등기상 주택이 멸실되지 않는 '리모델링'에는 어떻게 적용할지도 관건이다. 정비사업과 같게 볼지, 차별적으로 임대기간 규정을 둘지에 대해서도 국토부내 기준이 없다. 임대 등록 때 일정 연한 이상 노후주택에 대한 제한도 전혀 없다.
건설산업연구원이 인용한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국내 재고 주택 중 준공 20년 이상 된 노후 주택은 지난해 기준 전체 주택의 43.8% 수준이다. 건설된 지 20~30년 된 주택의 비중이 27.5%, 30년이상 된 주택은 16.3%다.
작년말 기준 전국 재고주택 수가 1988만가구인 것으로 어림잡으면 임대 등록에 앞서 정비사업을 염두에 둬야 하는 주택 수가 870여만가구에 이르는 셈이다.
이 연구원 한 관계자는 "주택시장에 대한 이해도가 서로 다른 정부 부처에서 급하게 방안을 마련하다 보니 정비사업 가능성에 대한 고려는 놓친듯하다"며 "정비사업 가능성이 있는 노후주택에 대한 기준 제시없이 임대 등록 방안을 시행한다면 이런 집을 보유한 다주택자들은 불완전한 정보 아래 보유와 매도 선택을 강요받게 되는 셈"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