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 집값은 뜨거웠지만 현장 분위기는 차가웠다. 집값이 너무 올라 오히려 거래가 안 된다는 한 숨 섞인 토로가 나온다. 설상가상으로 서울시가 부동산 불법행위 전담 수사팀을 구성하고 강남을 중심으로 단속에 나서며 이 지역 공인중개소들은 문조차 제대로 열 수 없는 상황이다.
전문가들 역시 정부가 시장을 잡을 수 있는 뾰족한 대책을 찾기 힘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다만 주택공급을 통해 수요자들의 불안심리를 해소하고, 올해부터 재시행되는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등 규제를 통한 효과가 나타나면 시간이 지날수록 시장은 잠잠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전문가들 역시 정부가 시장을 잡을 수 있는 뾰족한 대책을 찾기 힘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다만 주택공급을 통해 수요자들의 불안심리를 해소하고, 올해부터 재시행되는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등 규제를 통한 효과가 나타나면 시간이 지날수록 시장은 잠잠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 너무 오른 집값, ‘일단 기다려라’
지난 19일 찾은 서울 강남 대치동 은마아파트 일대, 이 주변 공인중개소들은 최근 계속되는 단속으로 가림막이 쳐져있거나 문을 닫은 곳이 대부분이었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집값 탓에 오히려 현장 분위기는 싸늘한 역설적인 상황이다.
가림막은 쳐 놨지만 문을 연 공인중개소 한 곳을 어렵게 찾았다. 이 곳(대치동 C공인) 대표는 “단속 영향도 있지만 거래를 할 수 있는 매물 자체가 전혀 없다”며 “반면 하루에 2~3통 이상 매물을 찾는 전화는 끊이지 않는다”고 전했다.
정부 대책에도 불구하고, '버티면 이긴다'는 인식이 확산되며 매물은 자취를 감춘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반대로 수요는 계속 늘면서 호가는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실제 은마아파트 전용 84㎡는 연초 17억2000만원 수준이었지만 현재는 18억원까지 형성돼 약 3주만에 8000만원 가량 올랐다.
▲ 문닫은 강남 개포동 일대 공인중개소들 |
현장에서도 지금의 집값은 과도하다는 평가가 많다. 현재 시공 중인 강남 재건축단지 아파트들이 준공되기 시작하면 가격은 분명 떨어질 것이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C공인 대표는 “매수 문의자들에게 지금은 집을 사지 말라고 한다”며 “새 아파트가 지어지면 이주 세대가 생기고, 이 과정에서 매물이 나오기 때문에 1년 정도 지나면 과열된 집값이 잠잠해질 것이다. 그 때 사도 늦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개포동 S공인 관계자 역시 “지금은 사고 싶어도 매물이 없고, 가격도 비싸기 때문에 기다리는 게 나은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 주택공급+규제효과로 잡을까
현재 강남 부동산 시장을 노리고 있는 수요는 이른바 ‘똘똘한 한 채’를 원하는 실거주 수요자들과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투자 수익을 노리는 투자자들이 혼재된 상황으로 분석되고 있다.
◇ 주택공급+규제효과로 잡을까
현재 강남 부동산 시장을 노리고 있는 수요는 이른바 ‘똘똘한 한 채’를 원하는 실거주 수요자들과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투자 수익을 노리는 투자자들이 혼재된 상황으로 분석되고 있다.
특히 정부가 보유세 인상과 재건축 연한 연장 등 시장을 압박하기 위한 정책을 검토하고 있지만 다수의 자산가들이 몰려있는 강남시장을 이겨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그럼에도 시장 열기를 가라앉히기 위해서는 우선 주택 공급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다. 현장에서도 현재 짓고 있는 강남 지역 재건축 아파트 입주가 시작되면 집값 상승세가 잠잠해질 것으로 보는 것과 비슷한 이유다.
지난해 정부가 세웠던 주택공급 계획을 차질없이 시행할 경우, 실거주 수요자들의 ‘불안심리’를 해소해주고 강남 쏠림 현상도 잦아들 수 있다는 분석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연구위원은 "재건축 단지 용적률 증가 등 강남에 공급을 늘리기 위한 많은 논의가 있지만 실제 적용할 수 있는 내용은 많지 않다"며 "과열된 시장을 자극하지 않으면서도 집값을 잡기 위해서는 주택공급을 애초 계획대로 시행하면서 수요자들에게 믿음을 주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를 통해서는 투자 수요를 억제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채미옥 한국감정원 부동산연구원장은 “최근 자금여력이 풍부한 50~60대 이상의 주택 거래량이 늘고 있는데 이는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투자 수익을 얻기 위한 움직임일 가능성이 크다”며 “초과이익 환수제가 이같은 현상을 억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최근 주택가격 상승은 재건축사업 시기가 앞당겨지면서 미래가격 상승분이 시장에 선반영된 것으로 보인다”며 “환수제 시행 이후 가격 상승세가 둔화됐던 과거처럼 올해도 이전과 유사한 움직임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실제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가 도입직전인 2006년 서울 지역 아파트 매매가격은 23.4% 급등했지만 도입 첫 해인 2007년에는 7%로 크게 낮아졌다. 정부가 최근 재건축초과이익 환수제 시행에 따른 부담금 추정치를 미리 공개하며 재건축 투자수요 압박에 나선 것도 이같은 효과를 기대한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