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강남 집값을 잡기 위해 재건축 시장에 잇단 규제를 투하하면서 재건축 시장이 주춤하고 있다. 지난 연말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를 피하기 위해 '벼락치기' 관리처분 인가를 냈던 일부 단지들엔 서울시가 '관리처분계획 인가 시기조정'이란 칼을 휘두르며 전방위 봉쇄를 거들었다.
최근의 집값 상승을 주도했던 재건축 시장이 멈칫하면서 부동산 시장 전반에도 관망세가 뚜렷해진 분위기다. 다만 풍선효과로 인해 불길이 일반아파트로 옮겨 붙을 가능성을 점치는 시각과 함께 반대로 조정국면에 접어들 것이라는 시각이 여전히 엇갈리고 있다.
▲ 2018년 무술년의 첫 '로또 분양아파트'로 꼽히는 '디에이치 자이'(개포주공8단지 재건축 단지) 분양에 수요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사진은 개포7단지에서 바라본 개포주공 8단지 공사장 모습.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
◇ 이주시기 칼 빼든 서울시
서울시는 이주시기 조정 칼을 빼들었다. 대상은 지난 연말 재건축초과이익환수금을 피하기 위해 서둘러 구청에 관리처분 인가를 냈던 단지들이다. 서울시는 26일 주거정책심의위원회를 열고 송파구 잠실 진주아파트(1507가구)와 잠실 미성·크로바아파트(1350가구) 두개 단지의 이주시기를 각각 올해 10월과 7월 이후로 늦췄다.
관리처분계획 인가는 구청의 권한이지만 서울시가 특정시기에 이주물량이 몰려 전월세 가격 급등 등 부동산 시장 불안을 막기 위해 인가 시기를 늦출 수 있다. 앞서 서울시는 올해 1월에도 개포주공1단지(5040가구)의 관리처분계획 인가시기를 4월 이후로 조정했다.
인가 시기가 늦어지면 인가 이후 단계인 조합원 이주, 철거, 분양, 착공 등 전체 사업 일정도 늦어진다. 서울시는 다음달엔 서초구 신반포 3차(1140가구)·경남(1056가구), 반포주공1단지(1·2·4주구, 2210가구), 방배13구역(2307가구), 한신4지구(2640가구)에 대해서도 이주시기 조정을 위해 심의를 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 단지 모두 지난해 연말 서둘러 구청에 관리처분 인가신청을 낸 단지들이다. 조합원당 많게는 수억원에 달하는 재건축 부담금을 피할 가능성은 커졌지만 사업 일정이 지연되면서 사업비 증가에 따른 부담은 피할 수 없게 됐다. 이들 단지의 투자 매력도 역시 떨어질 수밖에 없다.
◇ 풍선효과 아니면 조정?
정부는 최근 재건축 부담금 공개에 이어 안전진단 강화 등으로 재건축에 대한 전방위 봉쇄에 나섰다.
안전진단을 통과한 단지라도 재건축초과이익환수금 부담이 더해지거나 서울시의 이주시기 조정 등이 이뤄지면서 재건축 아파트 가격 상승폭은 둔화하는 분위기다. 정부는 재건축 연한을 현행 30년에서 40년으로 연장하는 카드도 여전히 만지작거리고 있다.
송파구 잠실 주공5단지의 경우 지난주 76㎡(34평형)가 18억5000만원에 거래가 이뤄졌다. 지난달 19억원대에 거래가 이뤄졌던 것과 비교하면 5000만원 이상 가격이 떨어진 상황이다. 잠실 주공5단지아파트 인근 A 중개업소 대표는 "설 연후 전후로 18억원대 중반으로 가격이 떨어지고 급매물 중심으로 한두건씩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인근 B 중개업소 한 관계자는 "매물 자체가 나오지도 않고 매수문의도 끊긴 상태"라고 전했다.
이같은 흐름에 대해 전문가들의 전망은 엇갈린다. 고준석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장은 "재건축시장 다음으로는 자본수익을 보고 빨리 빠져나올 수 있는 10년 미만의 일반 아파트시장으로 몰릴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반면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재건축 시장과 일반아파트는 동조화현상이 강하다"며 "강남 일반아파트에 대한 관심은 늘어나겠지만 재건축시장이 주춤한 상황에서 일반아파트가 가격상승을 이끌기는 어렵다"고 예상했다. 당분간은 급등 뒤에 고점에서 횡보하는 '고원현상'이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변세일 국토연구원 부동산시장연구센터장은 "시장의 기대치를 대부분 메꿨고, 최근 전세가격도 하락하고 있다"며 "2~3개월간 관망세를 지속하다 조정국면으로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