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번이나 다시 봐야 할 정도로 충격적인 호(好)실적
결자해지로 달라지는 GS건설의 위상
괄목할만한 서프라이즈
2013년 4월 10일, 그리고 5년
지난 6일 오후 4시 직전. GS건설은 예정에 없던 올해 1분기 실적 공시를 띄웠다. 실적이 공시된 이후 9일 오전까지 증권사들이 쏟아낸 보고서 제목이다. 제목만으로도 GS건설의 실적이 단순한 '어닝 서프라이즈'를 뛰어넘는 수준임을 짐작할 수 있다.
GS건설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3804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의 590억원보다 무려 544% 불어났다. 지난해 GS건설의 영업이익이 3190억원이고, 이는 2011년에 4310억원을 기록한 이후 6년만에 최대규모라는 점을 고려하면 한 분기만에 낸 성과치고는 어마어마한 금액인 셈이다.
이같은 성과를 낸 비결엔 해외 플랜트 부문 설계변경 클레임(Claim) 성과로 인한 환입이 자리잡고 있었다. 사우디아라비아 라빅 프로젝트를 포함해 3개 해외 플랜트 사업에서 총 1800억원이 환입됐다. 그중 1100억원이 사우디아라비아 라빅Ⅱ 프로젝트에서 환입된 금액이다.
라빅 프로젝트가 미운오리새끼에서 '백조'로 탈바꿈하는 순간인 셈이다. 백조라고 하기엔 그동안의 손실 규모가 워낙 컸지만 GS건설이 라빅Ⅱ 프로젝트로 겪은 마음고생(?)과 그동안의 이익 규모를 고려하면 '백조'로 칭하기에 부족함이 없다는 평가도 나온다.
GS건설은 지난 2012년 6월 계약금액 무려 2조744억원의 라빅Ⅱ프로젝트를 수주했다. 당시 매출액 대비 24%에 달하는 금액이다. 계약기간이 3년 가까이 되는 점을 고려하면 2015년에 완공됐어야 하지만 지난해 7월에야 완공됐다.
증권가에 따르면 이 기간 동안 GS건설은 무려 4670억원의 손실을 반영했다. 지난해에도 790억원을 손실처리했다.
▲ 사우디아라비아 라빅 프로젝트 현장(사진=GS건설) |
GS건설이 이 프로젝트를 수주한 2012년은 유가가 고공행진을 했고, 중동 프로젝트 수주도 최고조에 이른 때였다. 하지만 이듬해 1분기부터 해외손실이 반영되기 시작하면서 중동발 악몽이 시작됐다.
이후 유가하락으로 인해 설계변경과 공사지연 등이 발생하면서 GS건설의 손실도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발주처 입장에선 유가가 바닥인 상태에서 준공을 서두를 이유가 없었고 재정악화 등으로 추가공사비 지급도 어려워진 영향이 반영됐다.
2012년부터 사우디아라비아가 자국민 노동자를 일정비율 이상 의무고용하도록 하는 정책인 '사우디제이션'도 악영향을 미쳤다. 현지의 비숙련공을 채용하면서 생산성이 떨어지고 상대적으로 비싼 인건비 등으로 인해 원가 부담이 커졌다.
실제 지난해 GS건설의 해외사업 원가율은 111.5%에 달했다. 이런 상황이 되풀이된 지난 5년의 상황을 고려하면 중동지역 발주처와의 협상에 청신호가 켜진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이번에 환입된 프로젝트 가운데 라빅 프로젝트를 제외한 나머지 2개 프로젝트에 대해선 공개하고 있지 않지만 아랍에미리트(UAE) 루마이타 샤나엘 프로젝트도 포함한 것으로 전해진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대부분의 건설사들이 발주처와의 협상에서 거래관계 등을 의식해 클레임 자체를 포기하거나 그렇지 않더라도 대부분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이례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최한승 한국기업평가 평가2실 수석연구원은 "최근들어 유가가 다시 상승하면서 발주처의 재정이 좋아졌다는 신호로 해석된다"며 "그동안 공기지연 등으로 클레임 협상 등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고 조심스레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