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19일) 마감한 대우건설 사장 공개모집에 35명이 지원서를 낸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공식적으로는 누가 지원했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습니다. 지원자뿐 아니라 사장을 뽑는 사장추천위원회(이하 사추위)가 어떻게 구성됐는지 조차 오리무중입니다.
단서라고는 공개모집 공고에 나온 자격요건뿐입니다. 국내외 건설분야에 대한 충분한 경험과 전문성, 통찰력을 갖고 있고, 대형건설사 내부사정에 능통하고 대규모 조직을 관리한 경험을 갖고 있어야 합니다. 획기적인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변화를 성공적으로 이끌 수 있어야 하고요. 무엇보다 최근의 모로코 사피화력발전소 3000억원 손실을 의식한 듯 대규모 부실책임 유무 등에 결격사유도 없어야 합니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회사 내부 정치에서 자유로우면서도 건설업과 대우건설 내부사정까지 잘 아는 사람을 원한다고 공공연히 말합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이런 인물이 정말로 있을까 싶기도 합니다.
이런 산은의 욕심(?)은 어쩌면 대우건설에 그 정도 '레벨(?)'의 인물이 절실하다는 방증이 아닐까 생각도 듭니다. 최근 CEO의 흑역사도 있었습니다. 지난해 8월 최순실 사태로 자진사퇴한 박창민 사장의 경우 선임 당시부터 논란은 불가피했습니다.
박 사장은 해외사업이 전무했던 현대산업개발 출신입니다. 해외사업 비중이 컸던 대우건설 경영능력에 대한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는데요. 실제 당시 사추위원 일부가 반대하면서 논란을 키우기도 했고요.
이후 산업은행 출신으로 CFO를 맡고 있던 송문선 부사장이 사장 직무대행(대표이사)을 맡고 있는데요. 지난 2월 모로코 사피화력발전소에서 3000억원의 손실이 발생했습니다. 갑작스런 해외사업장 부실로 호반건설로의 매각도 무산됐습니다. 산업은행과 함께 송문선 사장에 대한 책임론이 거론되는 이유입니다.
무엇보다 모로코 손실은 시장에 주는 충격이 컸습니다. 대우건설은 이제 막 해외부실을 털고 턴어라운드를 기대하던 참이었으니까요. 대우건설과 함께 해외부실로 오랫동안 몸살을 앓았던 GS건설은 올해 1분기 체인지오더(설계변경) 클레임 성과로 대규모 환입이 이뤄졌습니다. '어닝 서프라이즈'를 달성했는데요. 그야말로 희비가 갈리는 순간입니다.
대우건설 해외 사업장의 추가 손실여부에 대한 시장의 의구심은 여전합니다. 이런 의구심을 털어내고 산은의 목표대로 2년후 재매각을 하기 위해선 이번 사장 인선이 그 출발점이 돼야 합니다.
대우건설 한 관계자는 "건설업은 기본적으로 수주산업"이라며 "CEO의 가장 큰 역할 중 하나는 발주처 관리이기 때문에 이를 잘 하는 인물이 와야 한다"고 말합니다. 다만 산은 입장에선 재매각을 위해 몸집을 키우기보다 내실을 통해 기업가치를 제고하는 쪽에 집중할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자천타천 최근 하마평에 이름을 올리는 대우건설 안팎의 인사 대부분이 관리형이거나 주택사업을 주력으로 한 인물들이 부각되고 있는 점 역시 이런 상황을 대변합니다.
우려되는 점은 최근 각 업권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른바 코드인사입니다. 김기식 전 금융감독원장이나 문재인 정부의 인수위 격인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서 활동한 김광수 전 FIU 원장의 농협금융지주 회장 내정, 전 정부때 선임된 권오준 포스코 회장의 자진사퇴 등의 현상이죠.
산업은행과 대우건설은 사추위 멤버조차 공개하지 않고 있는데요. 공정성때문이라고 하지만 투명하지 않은 절차와 기준 등으로 코드인사의 개연성은 더욱 커진게 아니냐는 우려감도 큽니다. 복잡한 상황이지만 부디 대우건설이 새로운 사장 선임이라는 어려운 숙제를 잘 해냈으면 합니다. 더 이상 대우건설에게 '잃어버린 시간'이 생겨서는 안될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