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A씨는 결혼 후 내집마련을 위해 15년 동안 청약가점을 꾸준히 쌓아왔다. 청약 가점 60점이면 간신히 인기단지 청약 당첨 커트라인 안에는 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중도금대출이 어려운 강남 쪽보다는 고덕자이 혹은 직장에서 가까운 힐스테이트신촌, 아니면 과천 지식정보타운 등을 놓고 저울질하고 있다.
청약통장 전성시대다. 최근의 부동산 시장은 청약통장을 갖고 있는 자와 갖지 못한 자 간에 희비가 극명하게 갈리는 분위기다.
기존 아파트 거래가 뚝 끊긴 상황에서 서울과 수도권 청약시장만 들끓고 있다. 최근 당첨자를 발표한 하남포웰시티는 청약통장 5만개가 몰렸고, 당첨자 가운데 청약 가점 만점자(84점)도 무려 3명이나 나왔을 정도다.
하남포웰시티 청약 가점 커트라인을 고려하면 최소 55점 이상 되는 청약통장을 가진 이들은 공공택지에 분양하는 물량부터 자금여력이 된다면 강남권 청약시장까지 선택의 폭이 넓어진 상황이다.
반면 청약가점이 낮은 이들에겐 '그림의 떡'일 뿐이다. 기존 주택을 사자니 더 떨어질 수 있다는 기대감과 우려감에 선뜻 매수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청약시장은 시세보다 낮은 가격에 분양돼 가격이 떨어지는데 대한 부담도 덜하지만 기존 주택을 매수하는 경우는 고점 매수라는 부담감도 크다.
◇ 청약통장 고가점자, 행복한 고민
최근 현대건설 컨소시엄에서 분양한 하남포웰시티 청약 당첨자 가운데 청약 가점 만점자는 무려 세명이나 나왔다. 올해들어 첫 만점자다. 지난 3월 분양한 '디에이이치자이 개포'의 최고가점이 70점이었던 점을 생각하면 고 가점자들이 더 몰렸다는 의미다. 만점자 이외 당첨자의 가점 평균도 55점~70점대로 높았다.
청약 가점 만점인 84점을 받으려면 무주택기간 15년 이상(32점), 부양가족수 6명 이상(35점), 청약통장 가입기간 15년 이상(17점)이어야 한다.
하남포웰시티는 공공택지에 분양하는 단지로 분양가상한제를 적용받았다. 그만큼 낮은 분양가로 인한 가격 메리트가 큰 데다 서울과 인접한 지리적인 이점에 인기몰이를 할 수 있었다.
이충현 하남포웰시티 분양소장(현대건설)은 "그동안 청약가점을 차곡차곡 쌓았던 분들이 많이 몰렸다"며 "낮은 분양가격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친 듯 하다"고 말했다.
청약통장 고가점자들에겐 행복한 고민이다. 올해 이처럼 분양가상한제를 적용받는 공공택지 분양물량이 이어질 예정이다. 부동산인포에 따르면 수도권에만 공공택지 분양물량이 4만510가구에 달한다.
| ▲ 고덕자이 투시도 |
◇ 입지 좋고 싼 분양 줄줄이
7월엔 대우건설 컨소시엄이 과천 지식정보타운 분양에 나선다. 위례신도시에서도 GS건설, 현대엔지니어링, 호반건설, 우미건설 등 공급이 예정돼 있다. 이 가운데 우미건설이 6월, GS건설이 8월에 분양할 계획이다.
하반기 중엔 인천 서구 검단신도시에도 대림산업, 금호산업, 한신, 대방건설 등 공급이 예정돼 있다. 연내 판교대장지구 등도 계획돼 있지만 아직 구체적인 일정이 나오진 않았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본부장은 "집값이 많이 올랐고, 서울내 공급량이 부족한 상황에서 입지가 좋은 수도권 공공분양에 청약통장이 몰릴 수밖에 없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공공택지 분양의 경우 1순위 당해지역과 기타지역이 모두 같은 날 청약을 접수 받는다. 당해지역 30%, 경기 기타 20%, 서울 및 기타 50% 비중으로 당첨자를 뽑는다. 민간택지 공급의 경우 1순위 당해지역에서 마감되면 기타지역은 청약 기회를 갖지 못하는 것과 큰 차이다. 서울이나 기타지역에서도 수도권 청약이 가능하다.
자금 여력이 있다면 강남권 등 서울지역 분양도 노려볼만 하다. 분양가상한제를 적용받지 않지만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가 통제로 시세보다 낮은 분양가가 책정되고 있다.
삼성물산이 래미안 서초 우성1차를 이르면 이달 말이나 6월에 분양할 예정이다. GS건설도 오는 25일 고덕자이 견본주택 오픈을 목표로 준비중이다. 현대건설은 힐스테이트신촌 견본주택을 6월1일 오픈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