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서울 동작구 등 4개구를 투기지역으로 지정하며 불붙은 서울 집값에 규제로 맞불을 놓았다. 지난 4월 이후 잠잠하던 집값이 최근 두달 동안 다시 급등하며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자 행동에 나선 셈이다.
이로써 서울은 25개 자치구 가운데 절반 이상인 15개구가 투기지역으로 지정됐다. 뜨거운 청약 열기와 집값 상승 폭이 컸던 경기 안양시와 광명시도 투기과열지구로 묶였다. 이와 함께 서울 집값 불쏘시개 역할을 했던 박원순 서울시장도 용산‧여의도 개발 전면 보류를 발표했다.
◇ 서울 집값, 또 불붙었다
27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8월 셋째주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대비 0.34% 상승했다. 지난 2월말 0.4%의 상승폭을 기록한 이후 26주 만에 최고치다. 같은 기간 한국감정원(0.37%)과 KB부동산(0.72%) 조사도 비슷한 결과다.
서울 집값은 4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시행 이후로 안정세를 보였다. 연초 강남을 중심으로 '똘똘한 한 채' 현상이 나타나며 급등한 집값에 대한 부담감이 작용했고 각종 규제가 시행되며 눈치보기 장세가 이어진 영향이다.
하지만 안정세는 채 석달을 채우지 못했다. 6월 중순부터 저가 매물을 중심으로 거래가 이뤄지기 시작했다. 7월초 발표된 세법개정안이 다주택자를 겨냥하면서 고가주택에 대한 세(稅) 부담이 적다는 것으로 평가가 나오자 시장이 본격적으로 꿈틀대기 시작했다.
여기에 박원순 시장이 여의도‧용산 개발 계획에 대해 언급하면서 기름을 부었다. 이후 용산과 영등포를 중심으로 집값 상승세가 본격화됐고, 불씨는 걷잡을 수 없이 퍼져나갔다.
특히 올해초 집값이 강남을 중심으로 상승했다면 최근에는 용산‧여의도뿐 아니라 중구와 동작구 등 강북지역 상승 폭이 크다는 점이 특징이다.
실제 지난 3월과 7월 아파트 매매가격을 비교해보면 재건축 단지가 많은 양천구(34.8%)를 선두로 중구(15.5%)와 동작구(10.4%) 등의 상승세가 눈에 띈다. 중구는 아파트가 많지 않다는 희소성과 함께 서울역 북부 역세권 개발 기대감이, 동작구는 비투기지역으로 규제가 덜 하다는 점에서 매수자들의 이목을 사로잡은 것으로 분석된다.
이와 함께 서울 집값 불길은 경기 주요 도시로도 퍼져나갔다. 재건축 일반분양 등 신규 아파트 단지 열기가 높았던 광명과 분양시장이 과열됐던 하남 등이 대표적이다. 국토부가 서울에서 남아있던 비 투기지역 가운데 동작구와 동대문구, 종로구와 중구를 투기지역으로 추가하고 광명과 하남을 투기과열지구로 묶은 이유다.
◇ 국토부, 규제지역 넓혀 수요 억제
투기지역으로 지정되면 주택담보대출 건수가 세대당 1건으로 제한된다. 중도금대출 발급요건도 강화될 뿐 아니라 임대사업자의 임대용 주택 취득 외 주택취득을 목적으로 하는 기업자금대출 신규 취급도 불가하다. 한 마디로 돈줄을 옥죄는 셈이다.
투기과열지구는 LTV와 DTI가 40%로 강화되고, 재건축 조합원 지위양도 제한과 분양권 전매제한 등이 적용된다.
이같은 조치를 통해 국토부는 서울 일부지역으로 유입되고 있는 투자 수요를 막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문기 국토부 주택토지실장은 "투기지역으로 지정되면 담보대출 건수 제한 등으로 집값을 안정화하는데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과열이 지속되는 부분은 별도로 세제나 금융 부분 보완 방안을 마련해 보충하면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투기지역 추가 지정 가능성은 이달 초부터 제기돼왔다. 일각에서는 집값 상승세와 함께 규제 영향으로 집주인들이 매물을 거둬들이며 오히려 집값 상승을 부채질하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와 관련 이문기 실장은 "최근 주택시장은 거래량이 줄어든 반면 가격은 올라 과거와는 다른 특수한 상황이라고 판단된다"며 "투기지역 추가 지정 등을 통해 투기수요나 특정 지역에서의 주택 매수세를 완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규제로 인해 시장에서 매물이 사라지는 현상이 생길수도 있지만 반대로 수요 억제에 기여했다고도 볼 수 있어 긍정적 효과가 더 클 것으로 본다"고 강조했다.
한편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박원순 서울시장의 용산‧여의도 개발 전면 보류 발표에 대해 "단기적으로 시장 안정에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