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치솟는 집값을 잡기 위해 공급 카드를 꺼내들었다. 수요 억제에만 집중했던 그동안의 정책기조를 생각하면 긍정적인 변화라는 평가가 나오지만 실효성 논란 또한 이어지고 있다. 서울의 수요를 흡수할 만한 좋은 입지의 대규모 택지를 찾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오는 2022년까지 수도권에 신규로 공급하는 공공택지는 44곳, 36만2000호다. 기존에 신혼희망타운 발표때 밝힌 30곳을 제외하면 사실상 이번에 새롭게 공급하기로 한 물량은 14곳, 24만2000호 수준이다.
시장에서는 규모도 중요하지만 입지 면에서 서울 수요를 흡수할 정도의 '똘똘한 택지'가 나오느냐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최근 서울 집값의 이상급등 현상을 제어하고 수요를 분산하기 위해선 결국 수요자들이 선호하는 지역에서 공급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 강남구 개포동 구룡마을. 그린벨트 해제가 예상되는 후보지 중 한 곳 /이명근 기자 qwe123@ |
문제는 서울에서 대규모로 택지를 공급할 수 있는 지역은 거의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이다. 결국 그린벨트 해제가 불가피하지만 권한을 가진 서울시(30만㎡ 규모 미만)의 유보적인 입장을 고려하면 쉽지 않아 보인다. 서울시는 그동안 그린벨트 구역을 미래세대를 위해 남겨둬야 한다는 입장을 보여 왔다.
국토교통부의 정책방향에 공감하고 일부 해제를 한다고 해도 서울의 수요를 감당할 정도의 대규모 택지 공급은 사실상 불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반대로 똘똘한 택지로 인식되는 강남 인근의 그린벨트를 상당 수 해제한다고 해도 이 역시 개발호재로 인한 단기 급등과 투자쏠림을 불러올 수 있다는 점을 무시할 수 없다.
결국엔 신규 후보지의 상당수가 경기도권에 포진할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정부가 신혼희망타운 등의 공급을 위해 수도권내 신규 공공택지로 지정한 14곳을 보면 13곳이 경기도권이고 1곳이 인천에 있다. 이 가운데 서울 수요를 분산할 수 있는 곳으로는 교통이나 입지면에서 성남 복정, 성남 금토 등 성남 지역이나 부천 괴안, 부천 원종, 김포 고촌2, 구리 갈매 등으로 손에 꼽을 정도다.
게다가 최근들어 나타나는 현상은 경기도에서 새 아파트 공급이 늘어나면서 서울의 인구가 수도권 등의 외곽으로 빠져나가지만 투자자금은 여전히 서울에 머물러 있다는 것이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전문위원은 "젊은층은 물론이고 중산층 정도의 중장년층이 다운사이징을 하면서 경기도로 이주하는 대신 서울에 재투자하는 현상이 나타난다"며 "인구는 빠져나가지만 부동산 투자자금은 서울로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은 서울 인근 지역으로 수요를 분산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후보지가 정해지면 지구지정에서부터 착공 분양에 이르기까지 통상 5~7년 걸린다는 점도 서울 집값을 식히기에 역부족인 이유로 꼽힌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장기적으로 수급불균형 해소에는 효과가 있을 수 있지만 현재의 집값을 잡기엔 한계가 있다"며 "결국 수요를 유발하는 지역, 좋은 지역에 충분히 빨리 공급해주는 게 관건"이라고 말했다.
당장 시장에선 집사려는 수요자는 넘치는데 매물이 나오지 않는 상황이 심화하고 있다. 국토부에 따르면 올해들어 지난 7월까지 등록한 임대주택 수는 19만9300채에 달한다. 이는 임대주택 등록 기간에 따라 짧게는 4년에서 8년간 팔지 못하는 집이다. 현재기준으로 20만채 정도가 시장에 공급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나 다름없다.
이는 같은 기간 누적 주택거래량 총 50만1082건의 40%에 달하는 수치이기도 하다. 임대주택 등록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는 점을 고려해도 신규로 공급하는 24만호가 시장에서 충분하다고 인식될지도 의문이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임대등록을 하면 집을 팔지 못하게 돼 있는데 전세를 안고 매각하는 등 세입자를 보호하면서 거래할 수 있도록 해주고 재개발 재건축 사업에서도 공급을 늘릴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총 1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댓글 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