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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째깍째깍 분양가상한제]②청약 바늘 구멍, 더 좁아질라

  • 2019.07.10(수) 14:17

반복되는 로또 논란, 환수조치 관건…총선 앞두고 부담도
사업 포기·지연에 더 좁아진 청약 바늘구멍…소급적용 변수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도입이 검토되면서 청약 실수요자들의 머릿속은 복잡해졌다.

분양가격이 낮아지기 때문에 싼 값에 내집마련이 가능해질 것이란 기대감도 나온다. 하지만 수익성이 떨어지는 재건축·재개발 사업들이 지연되거나 아예 사업을 포기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청약 물량 자체가 줄어들어 당첨 확률은 더 낮아질 수 있다는 우려도 만만치 않다.

여기에 분양가 통제에 따른 고질적 문제인 '로또 청약' 논란도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이 역시 청약 경쟁률을 지나치게 높이는 요인이다. 이 때문에 수분양자에게 과도한 차익이 집중되는 것을 막는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다만 이 또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정부 고민은 더욱 깊어질 전망이다.

◇ 반복되는 '로또' 논란

로또 청약 논란은 지난해 수도권 집값이 급격히 오른 이후 반복되고 있다.

그 동안 민간 사업장 분양가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의해 사실상 통제돼 왔다. 그런데 집값이 급등하자 분양가격과 주변 시세 차이가 커지면서 당첨 시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의 시세차익이 수분양자에게 집중될 수 있는 상황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이는 집값이 하향 안정화 됐던 올 상반기에도 지속됐다. 집값이 오른 것에 비하면 하락폭은 크지 않고, 분양가가 올랐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시세와의 격차는 크다.

분양가상한제 역시 이런 로또 청약 논란을 야기한다. 특히 HUG의 심의를 받을 때보다 분양가가 더 낮아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어 로또 논란은 심화될 수밖에 없다.

로또 논란은 소수의 수분양자가 개발 이익을 독점하는 구조라는 점에서 시작된다. 하지만 정부 정책은 시세차이로 인한 로또 논란이나 소수의 이익 독점보다는 분양가 상승에 따른 집값 상승 우려에 더 방점이 찍혀 있다. 여러가지 부작용을 인식하면서도 분양가상한제를 꺼내든 이유이기도 하다.

아울러 기존에 건설사나 시행사 혹은 조합의 몫으로 돌아갔던 이익이 수분양자 몫으로 옮겨갔다는 점에서 부정적으로만 볼 것은 아니라는 시각도 정부 내에는 깔려 있다.

지난달 28일 견본주택을 열고 분양에 나선 서초그랑자이는 HUG의 고분양가 사업장 심사기준 개선 이전 기준을 적용받아 마지막 청약 로또 단지로 꼽힌다.(사진: 채신화 기자)

하지만 분양가상한제 적용에 따른 과도한 시세차익을 환수하는 조치가 필요하다는 주장은 꾸준히 제기된다. 2007년 분양가상한제 도입 당시 함께 시행된 채권입찰제가 대표적이다.

채권입찰제는 분양자가 채권매입액을 많이 적는 순서대로 당첨자를 선정하는 방식이다. 수분양자가 얻는 시세차익 일부를 채권매입을 통해 국고로 환수하는 것이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정부가 겨냥하고 있는 강남 재건축 단지들은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해도 일반 서민들에게는 가격 부담이 커 오히려 현금부자가 시세차익을 가져가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며 "분양가상한제를 도입한다면 시세차익을 환수할 수 있는 조치가 필요하고, 이를 서민 주거복지 재원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실현 가능성에 의구심을 보내는 눈초리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는 "채권입찰제는 시장에 '시세차익을 거둬가겠다'는 정부의 선전포고로 보여 질 수 있다"며 "총선도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이 같은 조치를 내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부도 이를 두고 고민이 깊다. 국토부 관계자는 "현재 분양가상한제 도입 관련 시세차익 환수 조치를 포함해 여러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다만 아직까지 확정된 것은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 문턱 낮추니 더 좁아진 바늘구멍

하반기 청약을 통해 내 집 마련을 노렸던 실수요자들 역시 주판알을 튕기느라 분주하다. 분양가상한제 적용으로 시장이 예측했던 주택 공급량이 줄어들면서 새 아파트 희소성이 부각돼 수요는 더 증가할 가능성이 커진 탓이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하반기 서울 재건축‧재개발 단지에서 공급될 예정인 일반분양 물량은 7753가구 수준(건설사 사정에 따라 변동 가능)이다. 이는 서울 전체 물량(3만363가구)의 25%에 해당한다.

이들 중 상당수는 사업 일정을 지연할 것으로 보인다. 조합원 입장에서는 분양가를 낮출수록 수익성이 줄어드는 탓에 규제가 완화될 때까지 금융비용 증가도 감수하고 버티기 모드에 들어갈 수 있어서다.

고종완 원장은 "부동산 정책은 시장 환경과 정부 성향에 따라 규제 강화와 완화가 반복됐던 까닭에 사업자들은 지금 당장보다 규제 완화 시점까지 분양을 미룰 수 있다"며 "특히 강남을 비롯해 목동 등 재건축 사업장이 많은 곳은 거주 수요도 높아 분양 지연에 따른 희소가치는 더 올라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분양가상한제로 가격이 낮아지면 청약을 노린 실수요자들의 자금 부담은 줄어들 수 있지만 오히려 청약 경쟁은 치열해져 당첨 확률이 떨어지는 상황이 발생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는 "새 아파트 수요는 꾸준한데 신규 공급 물량이 줄면 청약 경쟁률이 더 치열해지는 것은 당연하다”며 “청약시장이 실수요자 중심으로 재편됐지만 공급이 줄어 당첨 확률이 떨어지면 무용지물"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변수는 존재한다. 바로 소급적용이다. 국토부는 주택법 시행령을 고쳐 민간택지에도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될 수 있도록 할 가능성이 크다. 시행령에는 재개발‧재건축을 통해 공급되는 주택은 규제 적용 이후 관리처분계획인가를 신청하는 단지부터 분양가상한제 영향을 받는다. 규제 이전에 관리처분계획인가를 신청했다면 적용되지 않는다.

관리처분계획인가는 정비사업 막바지 절차다. 이미 분양공고와 분양신청 절차를 거쳐 관리처분계획을 수립하고 이를 인가받는 것이다. 현재 후분양을 검토하고 있는 주요 재건축 단지들은 관리처분계획인가를 신청해 규제가 적용되지 않는다.

이런 이유로 정부가 시행령 개정을 통해 규제 적용 이전에 관리처분계획인가를 신청한 단지에도 소급적용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시행령 개정 내용이 재건축‧재개발 사업장에서 나올 수 있는 공급 물량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변수"라며 "규제 이전에 관리처분계획인가를 신청한 단지는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지 않는다면 새 규제가 시행되기 이전에 서둘러 신청하려는 단지들이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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