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시 '강남 재건축아파트'가 타깃이 됐다.
분양가격이 너무 높아 이를 떨어뜨리겠다는 것이 1차적인 배경이지만 이를 통해 최근 꿈틀대는 강남 재건축아파트를 잡고, 주택시장을 안정시키겠다는 것이 '분양가상한제'의 궁긍적인 목표로 풀이된다.
이같은 해법을 두고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은 분분하다. 현 시점에서 정부의 개입이 필요하다는 시각이 있는가하면 결국 단기효과에 그칠뿐 공급부족으로 인해 가격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금까지 정부가 시장을 규제하면 '반짝 효과'를 보고 되레 규제 반작용으로 집값이 더 크게 튀어올랐던 현상을 또다시 반복하는게 아니냐는 우려다.
◇ 다급한 정부, 또 타깃된 강남재건축
정부가 분양가상한제라는 초강수를 두는 데는 그만큼 다급하다는 시장인식이 깔려 있다.
지난해 8.2대책과 9.13대책 등을 통해 세금과 대출, 청약제도 등 전방위적으로 수요를 옥죄는 대책을 내놨다. 지난해 이후엔 '3기 신도시' 등의 공급대책도 썼다.
하지만 9.13대책 이후 1년도 지나지 않았고, 공급대책은 약발이 들지도 않은 듯 최근들어 급매가 소진되면서 강남을 중심으로 집값이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다. 그 중심에는 대치 은마아파트, 잠실 주공5단지 등 재건축아파트가 있다.
복수의 부동산 전문가는 "지난해 9.13대책 이후 간신히 눌러 놓은 집값이 1년도 안돼 다시 튀어오르면 정부로선 부담이 너무 크다"면서 "더는 쓸 수 있는 카드도 없는 상황이어서 결국엔 가격을 직접규제하는 쪽으로 가려는 것 같다"고 해석했다.
그동안 강남집값이 오르면 한강주변, 그리고 강북권, 서울외곽으로 확산하는 사례가 이어졌다. 이 때문에 분양가상한제를 통해서라도 강남권 일대 분양가와 재고아파트를 안정시키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안명숙 우리은행 부동산투자지원센터부장은 "불쏘시개가 되는 재건축사업에 대해 기대감을 낮추고 동력을 떨어뜨리는 식으로 우회적으로 재건축아파트 상승세를 차단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도 "분양가가 오르면 주변 집값을 끌어올리고 자극하기 때문에 지금 시점에서 정부가 개입해 분양가를 통제할 필요가 있다"면서 "당장 집값을 떨어뜨리기보다는 집값 상승을 억제하고 안정시키는 효과가 있다"고 강조했다.
◇ '반짝 효과'와 반복되는 '규제의 역설'
분양가상한제 적용이 단기적인 시장 안정효과를 볼 수 있다는 점엔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다만 이같은 효과는 단기에 그치고 되레 반작용으로 더 큰 부작용을 부를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는 커지고 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정부가 분양가상한제와 추가 대책을 함께 내놓는다면 시장은 소강상태를 맞을 수도 있다"면서도 "여전히 저금리인데다 유동자금이 많고 유통 매물이 부족한 상황에서 가격이 오르는 점을 고려하면 가격이 빠지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내다봤다. 이 때문에 강보합 전망을 유지했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연구실장은 "서울은 여전히 양적으로 주택이 부족한 상황이기 때문에 꾸준히 신규 공급이 이뤄져야 하는 시장"이라며 "사업이 중단된데서 오는 부족량과 새아파트에 살고 싶은 수요 등을 고려할 때 3~5년 후엔 가경상승 압박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번 정부에서도 잇따라 대책을 내놨지만 매번 약발은 오래 가지 못했다. 시장은 늘 정부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갔다. 8.2대책을 통해 다주택자를 규제했더니 강남을 중심으로 '똘똘한 한채'에 집중하는 흐름이 생기면서 강남 집값이 튀어올랐다. 다주택자들은 집을 팔기보다는 임대등록이나 증여 등으로 규제를 피하는 선택을 했다.
최근엔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가 통제를 강화하자 후분양으로 전환하는 식으로 규제를 피하려는 움직임도 나왔다. 규제와 반작용이 반복되온 셈이다.
김덕례 실장은 "정부가 의도했던 정책효과를 얻지 못하고 시장이 늘 다른 방향으로 갔다"면서 "이번에도 시장이 어디로 튈지 예측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고종완 원장도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하더라도 과거의 정책을 그대로 가져다 쓰는게 아니라 서울의 만성 공급 부족을 해결할 수 있는 보완대책과 부작용을 완화하는 업그레이드된 정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