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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일본에도 있다는 '도로 위 도시' 정말 최선일까

  • 2019.08.05(월) 17:47

서울시‧SH공사, 집 지을 땅 없다지만…정비사업·그린벨트는?
과한 개발 비용, 소음‧진동에 안전 우려까지 실효성 의문

'도로 위 도시'.

서울시가 중랑구 북부간선도로 위에 인공대지(deck·데크)를 만들어 그 위에 공공주택, 공원, 업무·상업시설을 한 데 모은 콤팩트시티를 조성하기로 했다.

서울에 더이상 주택을 지을 토지가 부족하자, 이용률이 적은 도로 위에 도시를 세워 주택 공급과 혁신 도시 조성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취지에서 나온 시도다. 하지만 여전히 정비사업이나 환경적인 보존가치가 적은 그린벨트 등을 남겨두고 논란이 많은 '도로 위 도시'를 만들 필요가 있느냐에 대한 의문이 남는다.

소음‧진동 등의 불편뿐 아니라 안전에 대한 우려가 여전하고, 조성 비용 등이 과하다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되면서 사업의 실효성에 대한 의견도 분분하다.

서울시가 참고한 공공시설 부지의 입체적 활용사례 중 하나인 '프랑스 레데팡스' 모습.

◇ "개발비 평당 500만원 저렴" vs "비용 대비 효과 의문"

서울시와 사업대행자인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는 5일 중랑구 북부간선도로 신내IC~중랑IC 약 500m 구간(7만4675㎡)에 콤팩트시티를 선보이겠다고 발표했다.

이날 김세용 SH공사 사장은 서울시청에서 브리핑을 열고 "그동안 서울시는 마곡, 고덕‧강일 등 도시 외곽에 있는 땅을 개발해 공공주택 공급을 해결했다"며 "이제는 서울에서 대규모 개발 토지자원이 거의 고갈돼 도시 내에서 저밀도로 이용되고 있는 토지를 활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시는 우선 도시의 15%를 차지하고 있는 '도로'를 이용하기로 했다.

이미 일본, 독일, 프랑스 등의 주요 도시에선 고가도로 위에 주택을 짓는 등 공공시설 부지를 다양하게 활용하고 있다.

서울에선 프랑스 파리의 '리인벤터 파리(Reinventer Paris)' 구상을 벤치마킹해, 북부간선도로 위에 인공대지를 설치하고 그 위에 주택과 편의시설 등을 짓는다.

시는 인공대지 위에 신혼부부와 청년 1인 가구 등을 위한 임대주택 1000가구, 공원·보육시설 등 생활 SOC(사회간접자본), 일자리와 연계된 상업·업무시설 등을 조성한다.

국내에선 지금껏 볼 수 없었던 과감한 시도다. 하지만 경제성, 소음, 안전 문제 등 예상되는 걸림돌이 많아 현 시점에서 '무리한 시도'라는 지적도 나온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실장은 "주택 외 다양한 도시기반을 수반하는 도시 조성이라는 점에서 시도는 좋다고 생각한다"면서도 "하지만 서울시가 정비사업 등은 올스톱하면서 굉장히 큰 비용을 들여야 하는 콤팩트시티를 조성하는 것이 최선의 선택으로 볼 수 있는지 의구심이 든다"고 꼬집었다.

시는 새롭게 토지를 개발하지 않고 시 소유인 북부간선도로 위에 도시를 조성한다는 점에서 비용 경쟁력이 있다고 분석했다. 총 사업비 4213억원(2019년 추정사업비) 중 토지매입비는 13.5%(570억원) 정도다.

토지 매입비는 전체 사업지의 33%를 차지하는 사유지에 대한 토지보상비다. 평당으로 계산하면 763만원 정도다.

데크를 세우는 비용은 3.3㎡(1평)당 1057만원이다. 서울 시내에서 토지를 매입할 경우 평당 평균 1810만원, 중랑구에선 1520만원 원인 것과 비교하면 500만원가량 저렴하게 개발하는 셈이다.

김세용 사장은 박근혜 정부 시절 철도 차량 부지를 개발해 행복주택을 추진하다가 실패했던 사례에 대해 "당시 사업은 평단가가 굉장히 높아서 가성비가 안 나왔던 걸로 기억한다"며 "현 시점에선 땅값은 오르고 공학적 비용은 감소했기 때문에 (도로 위 데크를 짓는 편이) 지속가능한 사업으로 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비용 대비 효과가 낮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덕례 실장은 "토지매입비를 제외하고는 모두 건축비라는 건데 1000가구 정도의 가구를 위해 들이는 비용으로 타당한가 의구심이 든다"며 "초기 비용이 작아야 공급가도 낮아질 수 있는데, (지금으로서는) 나중에 임대료도 비싸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어 "지금은 사유지에 대한 토지매입비만 추산했는데, 국공유지도 매입비를 내야하기 때문에 준공 시점엔 계획 단계의 사업비보다 더 올라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도 "프랑스 라데팡스(LA DEFENSE·콤팩트 시티)처럼 처음부터 도시를 계획하는 단계에서 입체도시를 개발하는 경우 여러 비용 측면에서 효율적이지만 이번 사업은 기존 도로 위에 대지를 조성하는 것이어서 비용이 많이 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소음‧진동은? "아직 시뮬레이션 안해…"

도로 위에 도시를 세우는 만큼 소음, 진동 등의 우려도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시는 이런 우려에 대해 "엔지니어들과 검토해 왔다" 충분히 제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소음은 흡음판, 소음차폐형 구조 등의 시설을 설치한다. 방재, 미세먼지, 오염물질 등은 중앙 콘트롤센터를 마련해서 제어한다는 계획이다.

김세용 사장은 "데크 밑에 차량 통로를 터널 구조로 만들것인지 지붕 구조로 만들 것인지 검토하다가 터널 식으로 하는 게 소음, 진동을 예방하는 데 효과적이라는 결론이 나왔다"며 "구조도 기둥식이 아닌 벽식으로 마련하고, 흡음판 등을 설치해 터널 안에서 소음을 빨아들이게 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런 시설을 설치할 경우 입,출구 쪽에 소음과 진동이 몰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대해 최칠문 SH공사 복합개발사업단장은 "입출구 쪽에 방음재를 연장하거나 주택 동을 이격배치하면 된다"며 "일본(게이트 타워 빌딩·Gate Tower Building)도 직접 가봤지만 잘 운영되고 있었고 특별한 컴플레인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서울시나 SH공사에서 소음, 진동 관련 시뮬레이션은 해보지 않고 공법 등의 사례를 통해 세운 대안이기 때문에 실제 불편을 해소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대형 건설사 한 관계자도 "진동 등이 아예 없을 수 없다"고 말했다.

데크 위에 조성하는 주택 규모가 1000가구 정도밖에 안 된다는 점도 아쉬움을 남겼다. 수천 억원을 들여 도시를 조성하는 것에 비해 가구 수가 적어 '공공주택 공급' 측면에선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서울시는 지난해 말 '주택공급 5대 혁신방안'을 통해 오는 2022년까지 공공주택 8만 가구를 공급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번 사업이 그 핵심사업 중 하나다.

이에 대해 SH공사 관계자는 "지난해 주택공급 혁신방안에서 설정한 '청신호 1000가구 공급' 목표대로 가는 것"이라며 "공공주택뿐만 아니라 도전숙, 업무시설 등도 들어가기 때문에 적은 편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안전 우려 등으로 도로 위 지어진 주택에 거주하려는 수요자가 충분히 있을지도 의문이다.

김덕례 실장은 "평지가 아닌 도로 위 데크에 지어진 집에 살고 싶어하는 이들이 얼마나 될지 생각해봐야 한다"며 "도로 위를 덮어서 1000가구가 살고 각종 시설을 이용한다는건데 일반 평지에 비해 안전보강이 많이 돼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임대료가 현저히 낮거나 특별한 장점이 있어야 주거공간으로 선택하려 할 것"이라며 "경제성, 안전성, 님비 현상 등을 고려해 불필요한 사회적 갈등 비용을 양산하지 않으려면 충분한 시간을 갖고 깊이 있는 논의가 선행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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