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청약 가점 얼마면 당첨 되는지 대신 상담 받고 오래요."(잠실 거주 25세 남성)
"전 어차피 강남에 집을 갖고 있어서 청약을 못해요. 여기랑 다음 주 개나리4차 견본주택 가보고 괜찮은 곳 있으면 (청약 대신)그냥 돈 주고 사려고요."(강남 거주 50대 여성)
그야말로 부자들의 향연이었다. 지난 20일 서울 송파구 문정동에 마련된 '래미안 라클래시'(상아2차 재건축) 견본주택에서 만난 예비 청약자들은 대출 규제 걱정 없이 당첨만 바라보는 분위기였다.
분양가 3.3㎡(1평)당 5000만원에 달해도 시세보다는 1000만원 이상 저렴한 수준인 데다, 내달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가 확대 적용되고 나면 새 아파트 공급이 뚝 끊길 거란 걱정에서다. 현금 여력이 있는 수요자들 사이에선 '일단 넣고 보자'는 움직임이 강한 모습이다.
◇ 강남에서 귀한 '새 아파트'…견본주택 '북적'
이날 오전 10시, 견본주택에 방문객들이 드문드문 입장했다. 그동안 시장의 관심이 쏠렸던 것에 비하면 예상보다 많은 인파는 아니었다. 30분쯤 지나자 방문객이 줄지어 입장하면서 대기줄이 생겼다. 대기 장소로 마련된 상영관에 방문객이 꽉 차고, 5층에 위치한 견본주택은 청약 상담자들로 북적였다.
래미안라클래시는 강남구 삼성동 19-1, 4번지 일대에 위치한 상아아파트2차를 재건축하는 단지로, 강남에서 가장 먼저 후분양을 검토하면서 주목을 받아왔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와의 분양가 규제를 피하기 위한 전략이었지만 정부가 오는 10월중 분양가 상한제를 강화하겠다고 예고하면서 다시 선분양으로 돌아서며 분양을 앞당겼다. 상한제 전 대표적인 '밀어내기 분양'으로 손꼽히는 이유다.
예정대로 다음 달 상한제가 시행되면 당분간 서울 지역에서 재건축‧재개발 공급이 위축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자 '청약 막차'를 타기 위한 예비 청약자들이 눈에 띄었다.
강남구에 거주하는 50대 여성은 "지금도 청약경쟁률이 높은데 상한제가 도입되면 경쟁이 더 심해질 것"이라며 "당분간 강남에서 새 아파트가 나올 것 같지도 않고 분양 나오는 족족 청약을 넣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래미안 라클래시는 지하 3층~지상 최고 35층, 7개 동, 총 679가구로 조성된다. 이중 71‧84㎡ 112가구가 일반분양 된다.
특히 10층 이상 물량이 총 81가구로 전체의 72%를 차지해 예비 청약자들의 관심을 받았다. 통상 재개발·재건축은 조합원 분양 후 일반분양을 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인기가 없는 저층 위주의 물량이 많다. 하지만 래미안 라클래시는 층수와 관계없이 추첨을 통해 조합원 분양을 하면서, 일반분양에서 선택할 수 있는 층수의 폭이 넓어졌다.
다만 전시된 71B(타워형), 84A(판상형‧3베이)의 유니트를 관람한 방문객들은 "내부 구조가 답답하고 좁은 느낌"이라며 아쉬움을 표했다.
◇ 분양가 13억부터…'그래도 OK'
분양가는 평당 4750만원(산술평균)으로 층수‧평형별로 13억100만~16억6400만원에 책정됐다.
전 타입이 9억원을 넘어 중도금 집단대출이 안 되는데, 삼성물산이 자사보증이나 중도금 대출 이자 할인 등 추가 지원을 하지 않는다. 결국 '현금 부자'들만 진입할 수 있는 셈이다.
실제로 견본주택에서 만난 예비 청약자 대부분은 대출 없이도 집을 살 수 있는 '강남 부자'였다.
삼성동에서 거주하는 50대 여성은 "대출은 필요 없는데 이미 강남에 집이 두 채 있어서 유주택자라 청약이 안 된다"며 "다음 주에 개나리4차 재건축(센트럴아이파크)도 견본주택을 연다는데 래미안라클래시와 비교해보고 괜찮은 곳은 급매물로 잡든지 그냥 입주할때쯤 가서 살 생각"이라고 말했다.
부모님이 현금 여력이 돼서 견본주택에 대신 와 본 20대 청년도 만났다.
잠실에서 온 25세 남성은 "아버지가 바쁘셔서 저보고 대신 견본주택 가서 상담 좀 받고 오라고 보냈다"며 "청약가점이 70점대긴 한데 이 점수로 당첨될 수 있는지만 알아보라고 하더라"고 말했다.
'그들만의 잔치'가 예상되는 가운데서도, 높은 청약 경쟁률이 예상됐다.
분양가가 높다고 해도 기존 주택 시세보다는 1000만~2000만원 정도 저렴해 입주 시점에서 수억원의 시세차익이 기대되는 이른바 '로또 아파트'라는 인식 때문이다.
삼성동에 거주하는 40대 여성은 "분양가만 보면 비싸고 여기에 옵션 추가하면 5000만원은 더 생각해야 된다"며 "하지만 강남 집값이 이대로만 가면 입주할 때쯤 4억~5억원 정도 올라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실제로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시시스템에서 전용 84㎡ 최고 거래 가격을 보면 삼성동센트럴아이파크는 지난 7월 22억7000만원, 현대힐스테이트2단지는 지난 8월 22억원에 매매됐다.
아울러 지하철 7호선 청담역이 인접해 있고 영동대로 광역복합환승센터,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등의 개발 호재가 있어 향후 미래 가치가 있다는 평이다.
이종성 분양소장은 "기본적으로 강남 진입 수요가 많은데 신규 아파트 물량이 그만큼 따라가지 못하니까 강남권에서 분양이 있으면 관심이 많다"며 "현금여력이 되거나 고가 전세에 사는 분들 위주로 청약이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청약통장은 1만개, 청약 당첨 가점은 65점 정도 예상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