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림산업) "가장 먼저 단독입찰 확약서를 제출하고, 사업비 조달을 위한 금융협약도 체결했다."
(현대건설) "1500억원에 달하는 입찰보증금을 3사 중 가장 빨리 납부했다."
(GS건설) "(입찰 마감 이틀 전 기자간담회 열고) 3년 동안 준비한 결과물을 발표하겠다."
'강북 재개발 최대어' 한남3구역을 향한 건설사들의 경쟁이 절정에 달했다.
대림산업, 현대건설, GS건설 3파전으로 판이 추려진 가운데 각 사가 적극적인 입찰 의지를 내보이며 조합원의 마음을 사로잡는데 안간힘을 쓰고 있다.
점점 분위기가 과열되자 정비 업계에선 시공사 간 갈등이나 사업 리스크 등에 대한 뒷말이 오가면서 '진흙탕 싸움'을 우려하는 분위기다.
◇ 철저히 갈라선 대림-GS-현대…3파전
16일 정비업계에서 나온 얘기를 종합해보면 한남3구역 수주를 위해 시공사들이 처음부터 각자도생을 선택한 건 아니었다.
한남3구역은 용산구 한남동 686번지 일대로 지하 6층~지상 22층, 197개 동, 5816가구로 조성되며 공사비만 1조8881억원에 달해 하반기 강북 재개발 매물 중 규모가 가장 크다.
한강변에 위치하고 남산 조망이 가능해 시공사 입장에선 강북의 '랜드마크 단지'를 세울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하지만 건폐율이 42.09%로 일반 아파트(20%대)보다 크게 높고 용적률은 232.47%로 낮아 사업 리스크가 크다는 평이 나온다. 구조상 단지끼리 다닥다닥 붙을 수밖에 없고 구릉지 등 설계상의 어려움도 많다.
이런 이유로 한 때는 시공사들끼리 손을 맞잡아 리스크를 줄이는 쪽으로 분위기가 흘렀지만 현재는 3사가 철저히 등을 지고 한치의 양보 없이 경쟁을 벌이고 있다. 특히 초반엔 GS건설과 현대건설이 손을 잡을 것이란 얘기까지 나왔지만 대림산업이 '단독입찰' 카드를 꺼내면서 컨소시엄이 무산됐다는 후문이다.
◇ 승기는 누구 손에?
입찰 마감이 가까워질수록 3사의 경쟁도 치열해졌다.
'선두' 경쟁에서 눈도장을 찍은 곳은 대림산업이다. 이 회사는 한남3구역 조합이 지난 8월 4일 시공사 선정을 위한 입찰공고를 내고 일주일만인 9월 2일 현장설명회 보증금 25억원을 가장 먼저 납부했다.
9월 10일엔 조합 내 목소리가 높았던 '단독입찰'에 응하겠다는 확약서를 보내며 치고 나갔다. 9월 20일엔 신한‧우리은행과 사업비 조달을 위한 금융협약도 체결하며 경쟁에 불을 붙였다.
대림산업이 내세운 한남3구역 단지명은 '아크로 한남 카운티'로 이밖에 설계에 대해선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한강변에 아크로(대림산업의 프리미엄 브랜드) 단지가 많이 있으니 이를 밀고 있다"고 말했다.
그 다음으로 움직인 곳은 현대건설이다. 현대건설은 10월 10일 한남3구역에 대한 입찰보증금 1500억원을 가장 먼저 납부하며 적극적인 수주 의지를 보였다.
이 회사는 프리미엄 브랜드인 '디에이치'가 가진 이미지를 조합원들에게 홍보해왔다고 설명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최근 강남 반포에 디에이치 아너힐즈가 입주했는데 집값도 많이 올랐고 고급이미지도 자리잡고 있다"며 "디에이치가 강남과 강북을 아우르는 부분을 홍보하고 있다"고 말했다. 단지명, 설계 등과 관련해선 전부 비공개 상태다.
GS건설은 선두를 놓치자 색다른 방식으로 존재감을 나타냈다. 시공사 입찰 마감 이틀 전인 16일(오늘) 한남3구역 단지명 '한남자이 더 헤리티지'를 공개하고 입찰에 제출할 설계안을 발표하는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정비 업계에선 "이례적인 행사"라고 입을 모았다.
한남자이 더 헤리티지는 주택 브랜드 '자이(Xi)'와 문화유산을 의미하는 영문 '헤리티지(Heritage)'를 합쳐 "랜드마크 아파트를 넘어 100년 주거 문화유산을 남기겠다"는 뜻을 담고 있다. 단지는 한강을 조망하는 테라스와 유럽형 저층 주거문화를 결합해 조성한다는 방침이다. 차세대 주거단지 디자인과 상가 활성화 마스터플랜도 함께 발표했다.
이날 우무현 GS건설 사장은 "한남3구역 재개발 사업에 참여하기 위해 오랜 시간 많은 준비를 했다"며 "천편일률적 아파트가 아닌 고층과 저층이 혼재되고 사람과 자연이 공존하는 주거문화의 산실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 3사 빼고 조용한 이유는
이처럼 3사가 한남3구역 수주를 위해 열을 올리고 있는 가운데 우려의 시선도 쏟아지고 있다.
설계적 한계, 조합원 부담금 증가, 분양가 상한제 등 걸림돌이 많기 때문이다. 일부 시공사 관계자들은 "주판 두드려보니 사업성이 영 안 나올 것 같더라"며 수주전에서 발을 빼는 분위기다.
실제로 지난 2일 조합이 개최한 현장설명회에는 3사 외에 대우건설, SK건설도 참여했으나 현재는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한 시공사 관계자는 "건폐율, 용적률이 좀처럼 안 나오는 상황에서 고급화를 하려면 설계를 변경해야 하는데, 서울시가 허용해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지난 5월 30일부로 '공공관리 시공사 선정 기준'을 개정해 정비사업 시공사 선정 과정에서 경미한 설계변경만 허용하기로 했다.
하지만 수주에 급급한 시공사들이 서울시 가이드라인에서 벗어난 '대안설계'를 제안, 본계약 이후 공사비 증액이 불가피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단지를 고급화하려면 결국 공사비를 증액해야 되는데 그렇게 되면 조합원 부담금이 늘어난다"며 "막상 사업을 시작하면 공사비를 올리거나 고급화에 제동이 걸릴 수도 있다"며 사업 추진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수주전이 '진흙탕 싸움'으로 비화하는데 대한 우려도 나온다. 또 다른 시공사 관계자는 "2017년 반포주공1단지(1·2·4주구) 수주전이 떠오른다"며 "경쟁이 과열될수록 비방전이 심해지고 무리하게 설계안을 구상하는 분위기"라고 귀띔했다. 그러면서 "진흙탕 속에서 같이 뒹굴기 싫어서 발 뺀 건설사도 많다"고 덧붙였다.
한남3구역 조합은 이달 18일 시공사 선정 입찰이 마감되면 11월 28일 1차 합동 설명회를 열고 12월 15일 시공사 총회를 열어 시공사를 최종 선정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