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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3·4세 시즌3]③중흥건설, 장남에게 무게중심…'3세까지 승계기반'

  • 2019.12.02(월) 11:01

중흥토건, 계열사 일감이 성장 기반…페이퍼컴퍼니 수두룩
공정위 조사 호반건설과 유사…3세 보유 '쌍둥이회사' 주목
계열 분리한 시티건설도 '페이퍼컴퍼니+3세 지분' 판박이

2018년 상반기 [재계 3·4세]시즌1을 통해 17개 대기업 경영권 승계 과정과 자금출처, 경영능력을 분석했습니다. 같은해 하반기 시즌2에서는 우리나라 주요산업 중 가장 오랜 업력을 가진 제약업종의 승계과정을 15개 회사를 통해 들여다봤습니다.

이번 시즌3의 주제는 건설·부동산입니다. 국토교통부가 올해 7월 발표한 토목·건축 시공능력평가 50위내 건설사와 상위권 건설자재업체 가운데 2세 또는 3세 체제로 전환 중인 곳들을 살펴봅니다. 이들 회사의 창업주는 특정지역을 기반으로한 소규모 회사로 출발해 대기업계열 회사들과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으며 보란 듯 전국구로 승격했습니다. 최근엔 주택시장 침체기의 돌파구로 골프장·리조트를 공격적으로 사들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눈부신 성장의 이면에는 은둔형 기업이라는 오명, 계열회사끼리 일감몰아주기로 의심받는 사례 속출 등 어두운 모습도 있습니다. 같은 그룹 안에 oo건설, oo주택, oo개발처럼 비슷한 이름을 가진 소규모회사도 많은데요. 단순히 문어발식 확장 형태가 아니라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싼값에 토지를 확보해 이익을 남기기 위한 것이란 의혹도 받습니다. 중견건설사 지배구조분석을 통해 화려한 외형 그 이면을 들여다봅니다.[편집자]

1983년 금남주택으로 시작한 중흥건설그룹은 2015년 공정거래위원회 발표 재계순위(정식명칭은 상호출자제한집단 지정) 59위(공기업 제외 시 48위)를 기록하며 대기업집단에 처음 이름 올렸다.

올해는 37위(계열사 34개, 자산 9조5000억원). 한때 계열사가 61개에 달했지만 지난해 정창선(78) 회장의 차남 정원철(51) 시티건설 사장의 계열분리 신청을 공정위가 승인하면서 계열사 숫자가 대폭 줄었다.

# 아들회사(중흥토건) 커지고 아버지회사(중흥건설) 뒤쳐지고

중흥건설의 모태는 중흥주택(총수일가 합자회사)이지만 현재 지배구조상 핵심 기업은 정창선 회장이 지분 94.55%를 가진 중흥건설과 정 회장의 장남 정원주(52) 중흥건설 사장이 지분 100%를 보유한 중흥토건이다.

중흥건설, 중흥토건이 그룹 지배구조에서 차지하는 상징성을 보여주는 것은 상표권이다.

두 회사는 중흥건설 로고와 아파트브랜드 중흥S클래스 로고 등 각종 상표권을 공동 소유하고 있다. 그룹 계열사들은 해마다 두 회사에게 상표권사용료(브랜드로열티·매출액에서 광고선전비·관계사 매출액을 뺀 금액의 0.1%)를 납부한다.

연간 두 회사가 계열사로부터 받는 상표권수수료는 각각 12억원(2018년 기준) 수준. 많은 금액은 아니지만 상징성이 있다. 아버지가 아들 회사를 인정하고 지원한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최근 중흥건설그룹 지배구조의 무게중심은 중흥토건으로 이동 중이다.

아래 그림 [중흥건설그룹 지분구조-2세로 넘어간 무게중심]은 공정거래위원회와 금융감독원 공시자료를 종합해 재구성한 것이다.

중흥건설과 중흥토건이 각각 거느리고 있는 계열사 숫자를 보면 한눈에도 중흥토건이 압도적으로 많음을 알 수 있다. 계열사 숫자뿐만 아니라 중흥건설그룹이 공정위에 처음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된 2015년과 비교해 올해 달라진 계열사 자산순위를 봐도 무게중심의 이동을 확인할 수 있다.

2015년 그룹 계열사별 자산순위(2014년 말 별도재무제표 자산총액 기준)는 중흥주택(7047억원)이 1위, 중흥건설산업(4254억원) 중흥건설(2820억원) 등 정창선 회장이 최대주주인 계열사도 상위권을 차지했다. 정원주 사장의 중흥토건(2711억원)과 중흥토건의 자회사 중흥S클래스(2682억원)는 각각 7위, 8위였다.

그러나 4년이 지난 올해 계열사 자산순위(2018년 말 별도재무제표 자산총액 기준)는 중흥토건(2조8853억원)이 압도적 1위다. 불과 4년 만에 자산이 10배 늘었다. 그룹내에서 중흥토건의 자산비중도 4년전 4.9%에서 올해 30.3%로 급격히 높아졌다. 중흥토건의 자회사 중흥S클래스(8081억원) 중봉건설(7804억원)도 계열사별 자산순위 상위권에 포진했다.

반면 4년 전 1위였던 중흥주택(7047억원4633억원)의 자산은 줄었고, 중흥건설(2820억원6892억원)은 자산이 늘긴 했지만 중흥토건의 자산증식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며 격차가 벌어졌다.

국토교통부가 매년 7월 발표하는 토목·건축분야 시공능력순위를 봐도 정창선 회장의 중흥건설은 2016년 33위를 기점으로 39위(2017년) 59위(2018년) 43위(2019년)로 주춤하는 반면 2014년 82위였던 정원주 사장의 중흥토건은 47위(2015년) 42위(2016년) 35위((2017년) 22위(2018년) 17위(2019년)로 수직상승했다.

중흥건설그룹은 올해 경제신문 헤럴드를 인수해 주목을 받았는데 인수주체는 정창선 회장의 중흥건설이 아닌 정원주 사장의 중흥토건이다. 그룹의 역량이 중흥토건에 집중되고 있는 또다른 방증이다.

중흥토건의 헤럴드 인수로 '정원주 중흥토건 헤럴드'로 이어지는 지분 관계가 새로 생겨났고, 정 사장은 인수 후 헤럴드 회장에 취임했다. 중흥건설그룹이 보유하고 있는 또 다른 언론사 남도일보 역시 중흥토건 자회사다.

# 정원주 사장의 중흥토건, 계열사 일감으로 성장 기반 마련

이처럼 다양한 데이터가 보여주듯 중흥건설그룹 지배구조의 무게중심이 정원주 사장의 중흥토건으로 이동했지만, 중흥토건의 성장 역사를 보면 계열사 일감몰아주기 논란을 피해가기 어렵다.

1994년 설립한 중흥토건은 2012년에야 첫 외부감사보고서를 공시했는데 당시 매출 1573억원 중 내부거래로 인한 매출이 1477억원(93.9%)이었다. 전체 매출액에서 내부거래가 차지하는 비율은 ▲2013년 98.4% ▲2014년 98.7% ▲2015년 85.4% ▲2016년 73.6% 등 지속적으로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최근 2년간은 내부거래 비율이 낮아졌지만, 오히려 금액은 늘었다. 일감의 절대량은 줄지 않고 있다.

중흥토건 일감몰아주기 논란과 관련 회사 측은 "중흥건설과 중흥토건 어느 쪽의 자회사가 더 많은 택지를 낙찰 받아 땅을 확보하느냐에 따라 매출이 달라진다"며 "중흥토건 자회사들이 확보한 땅을 가지고 사업하는 것은 적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2018년 감사보고서 상 내부거래 현황을 보면, 중흥S클래스 등 중흥토건의 종속기업과 거래한 비중이 전체 내부거래액(8156억원)의 85.2%(6950억원)를 차지한다. 중흥S클래스가 낙찰 받은 땅에 중흥토건이 아파트를 지어 공사대금을 받는 방식이다. 내부거래 중 상당부분은 중흥토건과 종속기업과의 거래라는 회사 측의 설명이 맞다.

다만 중흥토건이 첫 외부감사보고서를 제출하던 2012년을 기준으로 보면 얘기는 달라진다. 당시 내부거래액(1477억원) 가운데 12.8%만 종속기업과의 거래였고, 나머지는 중흥주택과 중흥건설산업 등 정창선 회장이 최대주주인 회사와의 거래가 대부분이었다.

단순히 일감을 주는 거래만 있었던 게 아니다. 중흥건설이 중흥토건에 지급보증을 서줬고, 순천에코밸리(중흥주택 자회사)가 담보자산을 제공하는 등 그룹 전반에 걸쳐 매출과 보증, 담보 등 종합적인 지원이 있었던 점도 사실이다.

중흥토건은 일감몰아주기 논란이 본격화되던 2013년에도 내부거래액(2300억원) 중 69%가 종속기업이 아닌 계열사와의 거래였다.

중흥토건은 회사설립 이후 18년 동안 외부감사를 받지 않았기 때문에 외부감사보고서가 공시되기 이전의 내부거래액을 언론에서 알 길은 없다. 그러나 공개자료를 보면 적어도 설립 후 2013년까지 20년 동안 종속회사가 아닌 그룹계열사, 좀 더 정확히는 정창선 회장이 지배하는 회사들로부터 일감을 받아왔을 것이란 합리적 추론이 가능하다.


# 정원주 사장 자녀 지분 보유한 새솔건설 성장속도 주목

중흥건설그룹 지배구조의 하단에 있는 새솔건설, 다원개발의 존재도 주목된다. 두 회사는 이름만 다를 뿐 '쌍둥이 회사‘ 이다.

같은 날(2012년 2월 6일) 만들어졌고, 회사정관상 사업목적 13개도 복사해 붙인 듯 똑같다. 주주구성도 중흥토건(75%) 정정길(20%) 정서윤(5%) 으로 동일하다. 정정길, 정서윤씨는 정원주 사장의 자녀들이다. 중흥토건은 정 사장이 지분 100%를 가진 회사여서 결과적으로 가족회사나 다름없다.

새솔건설과 다원개발은 설립자본금도 10억원으로 동일한데 정 사장 자녀들의 두 회사 출자금 총액은 5억원(정정길 4억원, 정서윤 1억원)이다. 두 자녀가 현재 20대 초중반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회사 설립 당시에는 10대로 추정된다.

새솔건설, 다원개발은 아직 중흥건설그룹 내에서 두드러진 존재감은 없다. 두 회사의 자산총액은 그룹 전체 자산의 0.95% 수준이다. 다만 새솔건설의 성장세는 주목할 만 하다. 이 회사의 매출액은 2013년 153억원에서 2018년 1473억원으로 변신했다. 5년 만에 매출 9배가 늘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17억원에서 202억원으로 뛰어올랐다. 새솔건설의 곳간에 이익잉여금이 빠르게 쌓이고 있다. 이익잉여금은 배당의 재원이 되고, 자녀들의 종자돈이 된다.

# 공정위 조사 중인 호반건설과 유사한 흐름... 종업원 1명 회사 수두룩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호반건설에 대한 일감몰아주기 의혹 조사에 착수한 가운데 중흥건설도 유사한 흐름이 나타나는 점이 눈길을 끈다.

송언석 국회의원이 지난 8월 발표한 'LH 2008~2018년 공동주택용지 블록별 입찰 참여업체 및 당첨업체 현황' 자료를 보면, 중흥건설그룹은 최대 39개 계열사(평균 16개)를 동원해 입찰에 참여했다. 공정위가 조사 중인 호반건설(최대 34개, 평균 11개)에 뒤지지 않는 숫자다.

중흥건설이 공정위에 신고한 계열사 현황 자료를 보면 34개 국내계열사 가운데 종업원이 10명 미만인 곳이 13개(38.2%)이며, 이 가운데 종업원이 1명인 회사가 5개다.

공교롭게 모두 정원주 사장이 직간접 지배하는 곳이다. 정 사장이 지분 100%를 보유한 세종건설산업과 종흥종합건설 그리고 중흥토건이 지분 100%를 보유한 영담, 청원건설산업, 세종증흥건설 등이다. 설립연도가 최소 2년~최대 6년이 된 이들 회사의 종업원이 1명이라는 건 자체사업을 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공정위 자료에 따르면, 중흥토건이 지분 100%를 가진 에스엠개발산업은 아예 종업원이 없는 회사다.

# 계열분리한 정원철 사장의 시티건설…판박이 지배구조

정창선 회장의 차남 정원철 시티건설 사장은 지난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계열분리 승인을 받아 독립경영을 하고 있다.

시티건설은 올해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토목·건축분야 시공능력순위 47위(평가액 8321억원)를 기록했다.

시티건설계열은 정원철 사장이 시티건설 등 계열사 지분을 대부분 100% 보유하고 있으며, 시티글로벌을 통해 간접 지배하는 회사도 있다. 계열사 면면을 보면 마치 알파벳 놀이하듯 '시티'와 '건설'이란 단어 사이에 한글자만 다르게 끼워놓은 이름이 즐비하다.

이 회사들은 설립연도, 자본금 규모가 유사하고 같은 회계법인으로부터 외부감사를 받으며 직원 수는 1명인 사례가 많다. 대표적으로 시티지건설, 시티아이건설, 시티제이건설, 시티케이건설, 시티엠건설, 시티오건설, 시티큐건설은 모두 정원철 사장이 자본금 5억원을 출자해 2016년 10월 20일 만든 회사다. 직원 수(2017년 말 공정위 자료 기준)는 시티지건설, 시티아이건설만 5명이며 나머지는 모두 직원 1명이다.

시티건설 계열사 중 그린시티건설은 정원철 사장이 72%, 정 사장의 자녀 정민식 정준식씨가 각각 14%씩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토지입찰용으로 보이는 다수의 페이퍼컴퍼니, 3세 자녀들의 계열사 지분 보유가 특징이다. 시티건설은 계열분리를 했지만 모그룹이었던 중흥건설그룹과 여러모로 유사한 지배구조를 갖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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