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대상지역 총 69곳, 투기과열지구 총 48곳'
날이 갈수록 규제 지역이 늘어나고 있다. 한 쪽(집값 과열지역)을 누르면 다른 쪽(비규제 지역)이 불룩 튀어나오는 풍선 효과(투기수요 유입)를 막기 위해서다.
21번째 대책에선 경기·인천 등 수도권 대부분의 지역이 규제 지역으로 지정되면서 투기 압박 수위가 더 높아졌다. 이에 따라 조만간 해당 지역의 집값 상승세도 한풀 꺾일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일부 지역은 과열 조짐이 보이는데도 규제 지역에 포함하지 않은 데다, 벌써부터 비규제 지역에 대한 투자 관심이 높아지면서 이번에도 어김없이 '풍선효과'가 나타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 규제하면 '잡히긴 잡혀…'
기획재정부·국토교통부·금융위원회는 지난 17일 '주택시장 안정을 위한 관리방안'(6·17대책)을 통해 최근 주택가격 급등세를 보이는 경기, 인천, 대전, 청주를 조정대상지역과 투기과열지구로 추가 지정했다.
조정대상지역 추가 지역은 경기, 인천, 대전, 청주 중 자연보전권역·접경지역 등을 제외한 전 지역. 투기과열지구는 ▲경기 성남 수정, 수원, 안양, 안산단원, 구리, 군포, 의왕, 용인수지·기흥, 화성동탄2 ▲인천 연수, 남동, 서구 ▲대전 동·중·서·유성 등.
앞서 대출·세제 강화(12·16대책), 2월 규제지역 추가 지정, 5월 주택공급 방안 등을 통해 주택시장이 어느 정도 안정되다가 저금리와 유동성 증가 등에 따라 일부 지역에서 집값 과열 조짐이 나타난 데 따른 조치다.
경기도 안산은 단기차익 실현 목적의 매수세로 주간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한국감정원 통계)이 2월 셋째주 0.33%에서 6월 둘째주 0.51%로 오르고, 경기 오산도 마찬가지의 이유로 같은 기간 0.18%에서 0.31%로 상승했다.
대전은 비규제지역으로써 대체 투자수요가 지속적으로 유입돼 1년간 누적 상승률이 11.50%에 이른다. 청주는 최근 개발 호재가 발표되며 주간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이 5월 둘째주 0.13%에서 6월 둘째주 0.84%로 급등했다.
19일부터 이들 지역이 규제지역으로 정식 편입되면 집값 상승세가 한풀 꺾일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2월 21일 조정대상지역에 추가된 지역(경기 수원영통·권선·장안구, 안양 만안구, 의왕시 등 5곳)의 주간아파트가격 변동률을 보면 대부분 절반 이상 하락했다.
수원은 규제 지역에 편입되기 직전인 2월 17일만 해도 전주 대비 아파트가격 상승률이 1.81%에 달했는데, 규제지역으로 포함된지 약 2주만인 3월 9일엔 전주 대비 상승률이 0.76%로 크게 낮아졌다. 6월 8일엔 상승률이 전주 대비 0.17%에 그쳤다.
안양도 규제 직전(2월17일)엔 전주 대비 아파트가격 상승률이 0.44%이었으나 6월 8일엔 0.12%까지 줄었다. 의왕도 같은 기간 0.38%에서 0.20%로 감소했다.
◇ 그래봤자 또 풍선?…들썩이는 김포
하지만 시장에선 규제 지역 확대로 인한 가격 안정보다는 '풍선 효과' 우려부터 앞서는 모습이다.
그동안에도 투기과열지구에서 조정대상지역으로, 조정대상지역에서 비규제 지역으로 투자 수요가 이동했던 '학습 효과'에 따른 전망이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올 초 경기 수원과 안양 등지를 중심으로 풍선효과가 관측되자 5곳을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했으나 이내 인천 송도, 군포, 안산, 시흥, 고양, 평택, 충북 청주, 대전 등지로 투기 수요가 옮아갔다"고 말했다.
이번 대책 발표 직후 풍선 효과가 우려되는 곳으론 경기 김포, 파주 등이 꼽힌다.
경기도는 전 지역이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됐으나 김포, 파주 등은 연접지역이라는 이유로 빠졌다. 하지만 이들 지역은 주거환경이 잘 갖춰져 있고 교통이 개선될 여지가 있어 투자자들이 눈여겨 보는 분위기다.
'김인만 부동산연구소' 김인만 소장은 "6·17대책의 규제지역 추가 지정은 핀셋규제의 연장인데도 접경지역 동만 빼는 것이 아니라 김포·파주시 전체를 제외해버렸다"며 향후 투자 수요가 몰릴 것으로 예상했다.
실제로 대책 발표 직후 부동산정보업체인 '호갱노노'의 실시간 인기 아파트 순위엔 비규제 지역 내 아파트가 종일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날 오전 10시 기준으로 1~14위에 이름을 올린 인기 아파트 중 7곳이 김포, 파주에 위치한 아파트였다.
이 밖에도 수도권 외곽이나 지방 도시 등의 비규제 지역에서 풍선 효과가 나타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양지영 R&C연구소장은 "시장의 기대감이 꺾이지 않는 이상은 투자수요는 또다른 규제 구멍을 찾을 수밖에 없다"며 "투기과열지구보다 상대적으로 대출 규제가 덜한 조정대상지역 내에서 9억원 이하 아파트는 또다른 매력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인만 소장도 "경기도 남양주 화도읍, 광주 초월, 여주, 이천 등과 부산, 울산, 창원, 광주 등 나머지 지방 도시들은 넘치는 유동성의 흐름에 따라 또 다른 풍선효과가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강원도 원주를 예로 들면 이곳은 작년에 미분양이 골치였는데 어느 순간 외부 투자자로 인해 다 정리가 됐다"며 "이처럼 현금을 가진 투자자들은 규제 지역을 피해 지방 도시 등에서 재산을 불릴테고 무주택 서민들은 수도권에서 내 집을 마련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