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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신탁사는 지금]'판'은 커지고 있다

  • 2020.07.03(금) 08:51

지난해 부동산신탁사 수탁고 230조원 '역대 최고'
정비사업 진출도 활발…전성기 맞을 수 있을까

부동산신탁업이 꾸준히 커나가고 있다. 부동산신탁사의 정비사업 참여 허용(2016년), 10년 만의 부동산신탁사 신규 인가(2019년) 등 업계 성장을 가로막았던 빗장이 연이어 풀리면서 과거보다 활동이 활발해지고 있다. 하지만 부동산 경기침체, 코로나19 여파를 비롯해 서울시의 부동산신탁사 정비사업 규제 예고 등 마냥 낙관론만 나오는 것도 아니다. 부동산신탁사들의 사업 현황과 위기 등에 대해 짚어본다.[편집자]

부동산신탁사들이 전성기를 맞을 수 있을까.

이들은 부동산 시장 활황에 힘입어 담보신탁·토지신탁 등을 위주로 수탁고를 채우고, 건설사들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재건축‧재개발사업에도 적극적으로 뛰어들며 덩치를 키워왔다.

지난해 신규 업체들이 추가되면서 9년 만에 당기순이익이 역성장하긴 했지만 관리형 토지신탁을 늘리고 차입형 토지신탁은 줄이는 등 침체된 부동산 시장에 유연하게 대응하는 모습이다. 

다만 경기 침체 장기화, 미분양에 따른 재무건전성 저하, 정비사업 규제 등 곳곳에 걸림돌이 있어 성장세가 지속될지는 미지수로 보인다.

◇ '많이 컸다!' 수탁고 역대 최대

3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최근 집계월인 지난 4월 말 전업부동산신탁사 총 14곳의 수탁고는 243조6362억원으로 전년 동기(216조2016억원) 대비 12.7% 증가했다.

전업부동산신탁사의 수탁고는 불과 10년만에 두 배 이상(62%) 커졌다. 부동산 경기침체 등의 영향으로 2011년말 153조7587억원을 기점으로 감소세를 보이다가, 2016년말 다시 부동산 시장이 활성화되면서 150조원을 넘겼다. 이후 꾸준히 상승해 2018년말 200조원을 넘기고 작년말에는 230조5555억원으로 연간 기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부동산신탁업은 땅‧건물의 소유자로부터 부동산을 수탁받아 관리‧운용‧개발해 이익을 돌려주고 수수료를 받는 사업이다.

지난 1990년 부동산 투기대책의 일환으로 부동산 신탁제도가 도입돼 2곳의 신탁사가 운영되다가 외환위기를 거치며 사라졌다. 이후 2000년대 들어 민간사업자가 줄줄이 나오면서 금융당국은 ▲교보자산신탁 ▲대한토지신탁 ▲무궁화신탁 ▲아시아신탁 ▲우리자산신탁 ▲KB부동산신탁 ▲코람코자산신탁 ▲코리아신탁 ▲하나자산신탁 ▲한국자산신탁 ▲한국토지신탁(가나다 순) 등 11곳을 마지막으로 부동산신탁 시장 빗장을 걸어 잠갔다.

그러다 2018년 금융당국이 부동산신탁업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 부동산신탁사의 신규 인가를 추진했고, 10년만인 2019년 ▲대신자산신탁 ▲신영부동산신탁 ▲한국투자부동산신탁 등 3개의 신규 플레이어가 등장하며 파이가 더 커졌다. 

2016년엔 정비사업 빗장도 풀렸다.

정부가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 개정을 통해 부동산신탁사도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에 단독 시행사로 참여할 수 있게 문을 열어줬다.

신탁형 정비사업은 부동산신탁사가 조합을 대신해 사업시행자 또는 대행자로 정비사업 전반을 이끄는 방식이다. 조합의 비전문성, 특정 조합원의 이권 개입, 자금조달 우려, 미분양 부담 등의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게 강점이다. 

이에 서울 주요 지역의 정비사업 조합들이 부동산신탁사와 손을 잡았다. 

부동산신탁사들은 여의도 시범아파트(1790가구·한국자산신탁), 여의도 공작아파트(373가구·KB부동산신탁), 강남 방배삼호아파트12·13동(800가구·한국자산신탁), 용산 한성아파트(330가구·코리아신탁) 등 서울 주요 사업장에서 잇달아 수주 승전고를 울렸다. 올 하반기에도 서울 신길13구역 등 수도권 곳곳에서 펼쳐질 정비사업 수주전을 준비중으로 전해진다. 

◇ 전성기 맞으려면…'갈 길 멀다' 

이런 기세는 최근들어 한 풀 꺾였다. 정부의 부동산 규제와 코로나19 사태 등으로 부동산 시장이 차갑게 식은 탓이다. 

특히 과거 부동산신탁사들의 성장을 견인한 차입형 토지신탁 사업의 업황이 악화되며 기업들의 재무건전성에 먹구름이 꼈다.  

차입형 신탁사업은 공사비 등의 사업비를 신탁회사가 직접 조달하는 방식으로, 미분양 물량이 많아지면 자금회수가 어렵고 이자 비용이 늘어나 리스크가 높다. 

부동산신탁사들은 2016년 부동산시장이 호황을 누릴 때 과감하게 차입형 신탁사업을 수주해 외형성장을 이뤄오다가 부동산규제가 본격화된 2018년을 기점으로 멈춰섰다. 차입형 토지신탁 수주는 2012년 2조4000억원에서 매년 증가해 2018년 8조4000억원까지 늘었다가 2019년에는 같은 수준으로 유지했다. 

그럼에도 이미 수주한 차입형 토지신탁 사업장 중 '준공 후 미분양'이 늘어나면서 신탁사들의 재무건전성이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다.  

부동산 신탁 시장내 경쟁도 심화하고 있다. 지난해 신규 인가 업체가 진입하고 수수료 경쟁이 치열해지는 등의 이유로 지난해 부동산 신탁회사 14곳의 순이익은 4800억원으로 전년 대비 5.5% 감소했다. 부동산신탁사들의 순이익 역성장은 집계 시작(2011년) 이후 처음이다.

올 상반기 나이스신용평가는 이런 상황들을 종합해 대한토지신탁의 단기 신용등급을 'A2-'에서 'A3+'로, 코람코자산신탁의 장기 신용등급 전망을 'A 안정적'에서 'A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하기도 했다. 

새로운 규제도 난관으로 보인다. 

서울시는 전국 최초로 올해 '신탁방식 정비사업에 대한 표준안' 마련에 나섰다. 높은 신탁 보수, 신탁사 지정취소 불가 등의 문제를 바로 잡기 위해서다. 조합원에겐 '득'이 될 수 있지만 업계엔 '독'이 될 수 있는 만큼 볼멘 소리가 나온다. 서울시는 올 하반기내 금융투자협회가 부동산신탁사들의 의견을 모아 오면 이를 검토한 뒤 표준안을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이은형 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부동산신탁사는 가령 3기 신도시에서 대토 보상 땅을 여러개 모아서 대규모 개발을 하고 지분을 나눠주거나 대행을 하는 등 다양한 사업을 시도할 수 있다"며 "신탁형 정비사업도 전문성이 없는 조합을 대신해 사업을 추진하는 만큼 조합 비리나 시공사 선정 후 갑과 을이 바뀌는 등 부작용을 줄일 수 있다"고 부동산신탁업의 긍정적 측면과 발전 가능성을 설명했다. 

그는 다만 "아직까지 신탁사를 통해 조합이 이익을 성취했다는 성공사례가 거의 없고 서울시가 계획중인 표준안도 사실상 규제이기 때문에 업계가 발전하려면 시간이 좀 더 필요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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