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오는 2030년까지 아파트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90%(국토연구원 2안)까지 끌어올릴 전망이다. 특히 9억원 이상 고가주택은 앞으로 연간 3%포인트씩 현실화율을 개선하기로 하면서 보유세도 큰 폭으로 오를 전망이다.
재건축 사업이 지연되고 있지만 여전히 투자자들이 몰리고 있는 잠실주공5단지는 당장 내년 보유세가 올해보다 80% 이상 늘어날 것으로 추산된다.
반면 9억원 미만 주택은 균형을 맞추는데 우선을 두기로 했다. 집값 상승과 현실화율 개선으로 늘어나는 보유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 재산세율 인하도 검토하고 있어 고가주택 보유자에 비해선 부담이 적을 것으로 보인다.
◇ 잠실주공5단지, 보유세 85% 오른다
국토연구원은 지난 27일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을 발표하고 공청회를 열었다. 3개안 중에 오는 2030년까지 현실화율 90% 달성(공동주택)을 목표로 하는 2안이 유력하다.
비즈니스워치가 세무법인 다솔 박정수 세무사에게 공동주택 가격 구간별 현실화율 예상 추이를 반영해 보유세 변동 내역을 분석한 결과, 1주택자를 기준으로 잠실주공5단지 전용 76.5㎡는 내년 보유세가 1220만원 수준이 될 것으로 추산된다.
가장 최근 실거래가인 23억원(9월)을 기준으로 현실화율을 추정했다. 이후 이 단지 집값이 5% 상승했을 경우 2022년 보유세는 1516만원까지 늘어난다.
이와 함께 국내 대표 고가 아파트 단지인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 전용 84㎡ 보유세도 내년에는 26.5% 오른 2561만원, 이듬해에는 3158만원으로 추산된다.
반면 9억원 미만 주택은 현실화율 속도조절을 통해 보유세 증가분이 상대적으로 적다. 강동구 마곡동의 경남아너스빌 전용 59㎡의 경우 내년 보유세는 올해보다 11% 증가한 81만원, 2022년에는 97만원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9억원 이상 주택은 현실화율 90%까지 빠르게 달려가 보유세 부담도 크게 늘어나지만 9억 미만 주택은 2023년까지 가격 균형을 맞추는데 초점을 맞춰 현실화율 개선 폭이 크지 않다.
여기에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정부가 중저가 1주택을 보유한 서민들의 재산세 부담이 늘지 않도록 세율 인하 방안 등을 계획하고 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이날 열린 제9차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서 "재산세 세금부담에 대해 심도있게 논의하고 이를 바탕으로 조만간 당정회의 논의를 거쳐 당과 관계부처에서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 고가‧다주택자 세금부담 증가…매물 나올까
9억원 이상 고가주택 공시가격 현실화율이 빠르게 개선됨에 따라 이를 보유한 유주택자의 세금부담은 크게 늘어난다. 특히 종합부동산세율 인상까지 더해지는 다주택자에게는 매년 내야 하는 세금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급증한 세금을 감당하기 힘든 다주택자들을 중심으로 매물 출회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규제지역 다주택자는 아파트 매매임대사업자 제도 폐지와 보유세 인상, 7.10대책을 통해 법인 설립의 퇴로도 막힌 상태"라며 "주택 과다보유자나 세금 부담 능력이 떨어지는 다주택자는 내년 6월 이전 매각이나 증여를 통한 포트폴리오 조정이 필요해 보인다"고 분석했다.
김규정 한국투자증권 자산승계연구소장은 "짧게는 5년 이내에 시세의 90%까지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개선한다면 다주택이나 고가주택 보유자 중 소득이 없거나 세금 부담이 큰 경우 팔아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 더 커진 것은 사실"이라며 "다만 이미 고가 주택은 최근 2년 현실화율이 크게 오른 경험이 있고 앞으로 오를 것에 대해서도 예측된 바 있어 당장 현실화율 개선 영향은 제한적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