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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세권에 4700가구' 공공재개발 여전히 곳곳 '암초'

  • 2021.01.15(금) 13:56

흑석·광화문 등 지하철역 인근 8곳 시범사업지 선정
'속도가 생명'…법안계류·보상 갈등·잔여 임기 등 걸림돌

공공재개발 시범사업 후보지 8곳이 확정됐다. 모두 역세권에 위치한 기존 정비구역으로 사업성 부족, 주민 갈등으로 사업이 10년 이상 멈췄던 곳이다.

정부는 이를 통해 양질의 주택을 공급한다는 방침이지만 아직까지 관련 법안이 국회에 계류돼 있는 데다 소유자 수용방안 문제 등이 '변수'가 될 전망이다. 

국토교통부와 서울시는 15일 공공재개발 첫 시범사업 후보지로 ▲흑석2 ▲양평13 ▲용두1-6 ▲봉천13 ▲신설1 ▲양평14 ▲신문로2-12 ▲강북5구역 등 8곳을 선정했다. 이들 구역에 조성되는 아파트는 총 4700가구로 공공재개발 공급 계획 4만 가구(8·4대책)의 12% 수준이다. 

후보지들은 모두 지하철역 반경 300m 내 위치하며 그중에서도 양평13, 강북5, 흑석2구역은 각각 양평역(5호선), 미아삼거리역(4호선), 흑석역(9호선)과 인접해 있는 초역세권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공공재개발을 통해 사업추진을 저해하는 장애요인을 해소하면서 역세권에 실수요자가 원하는 양질의 주택을 공급할 수 있는 잠재력이 큰 곳을 후보지로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국토부는 선정된 8곳이 주민 동의를 거쳐 LH·SH를 공공시행자로 지정하면 올 하반기에 정비계획수립, 정비구역 및 시행자 지정까지 마친다는 계획이다. 이는 어디까지나 정부의 장밋빛 청사진이다.

애초에 공공재개발이 흥행(시범사업에 70곳 신청)한 이유 중 하나가 빠른 사업 속도다. 공공재개발은 LH·SH 등 공공이 참여해 사업 속도를 높이고 사업비 융자, 용적률 상향, 분양가상한제 적용 제외 등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대신 일반분양분의 절반을 임대로 공급하는 사업이다. ☞관련기사 [인사이드 스토리]공공재개발, 유독 잘 나가는 이유

하지만 곳곳에 걸림돌은 여전하다. 공공재개발 사업의 인센티브 내용 등이 담긴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돼 있다. 법적 근거 없이 사업이 진행되고 있는 셈이다. 업계에선 여당 의석수가 압도적인 만큼 올해 안에 법안이 통과될 것으로 보고 있지만 아직 법 개정이 진행 중이라는 점에선 사업추진 동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다. 

더 큰 난관은 재개발의 '맹점'으로 꼽히는 보상 문제다. 공공이 참여한다고 해도 재개발은 조합 구성원들 간에 보상 합의가 이뤄져야 하기 때문이다. 

재개발 시 조합이 세입자 주거 및 이주대책을 마련하지만 통상 충분치 않아 갈등의 원인이 된다. 낡은 빌라 등을 소유한 영세한 건물주나 토지주에 대한 대책이 없다는 점도 마찬가지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임차인뿐만 아니라 추가 분담금 부담을 느끼는 저소득 소유자 등도 있는데 별다른 해결책이 없어서 원만한 합의를 이루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공공재건축과 견주며 '충분하다'고 여겼던 인센티브에 대한 인식도 조금씩 바뀌는 분위기다. 

이번에 선정된 후보지 중 흑석2(1310), 용두1-6(910가구)를 제외하면 대부분 200~600가구 정도의 작은 단지들이라 용적률 인상, 상한제 제외 등의 인센티브를 적용한다고 해도 사업성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역세권이라고 해도 대부분 소규모 단지들이라 규모의 경제가 형성되기 어렵기 때문에 용적률을 높여도 기대가격(일반분양가)이 안 나올 수 있다"며 "용지도 작아서 건폐율을 낮춰 공원용지, 도로용지 등을 기부채납 받아 쾌적한 도시환경을 만들기도 불가능해 보인다"고 말했다. 

상한제 적용 제외도 예전 만큼의 매력을 발산하진 못하는 분위기다.

공공재개발 정책이 발표된 지난해 5월만 해도 상한제를 적용하면 기존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심사 가격보다 분양가가 5~10% 낮아질 거라고 예상됐다. 하지만 최근 서초구 '래미안원베일리'의 평당 분양가가 5668만원으로 HUG 가격보다 16%더 오르는 등 심상치 않은 흐름을 보이고 있어서다. ☞관련기사 이젠 '황제청약'…강남 입성 영영 못하나

이은형 책임연구원은 "시범사업 후보지들은 장기간 사업이 정체된 곳이라 소유자들의 사업 추진 의지가 강할테고 정부 입장에서도 성공적인 시범케이스를 만들기 위해 적극적으로 추진할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보상 문제라는 한계가 있고 이번 정부 임기도 얼마 남지 않아 계획대로 공공재개발 4만 가구를 공급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내다봤다.

다만 사업추진이 어려운 구역에선 꾸준히 참여 의사를 보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인센티브가 많아 종전 뉴타운 출구전략에 따라 사업진행이 멈춰있던 대규모 재정비촉진지구 등 일부는 사업에 참여할 유인요소가 있다"고 말했다. 

강신봉 한국도시정비협회 부회장은 "세입자 보상, 임대주택 공급 등은 기존 재개발 사업때도 있던 거라 큰 거부감 없이 진행될 수도 있다"며 "분양가도 상승 추이를 보이고 있어 공공재개발을 통해 용적률을 높여 분양분을 늘리는 게 더 유리하다고 보는 분위기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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