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집값(공시가격)이 서울을 뛰어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공시가격 상승률이 압도적 1위를 기록한 것은 물론 공시가격 중위값도 서울보다 비쌌다.
정부부처의 지속적인 이전과 국회의 세종 이전 등 정치권 이슈가 집값 상승으로 이어졌다. 이와 함께 서울에서는 강남3구(강남‧서초‧송파)보다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 등 강북의 상승폭이 더 컸다. 지난해 집값은 강북지역을 중심으로 키 맞추기(갭메우기) 현상이 나타난 것으로 분석된다.
◇ 서울 19% 오를 때 세종 70% 급등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세종시 공동주택 공시가격 변동률은 70.68%로 전국 평균(19.08%)을 크게 웃돌았다. 전국 집값 상승을 주도하며 그 동안 공시가격도 가장 크게 오른 서울(19.91%)을 비롯해 부산(19.67%) 등 주요 광역시와 비교해도 압도적인 상승률이다.
공시가격 중위값도 세종시가 가장 비쌌다. 세종은 4억2300만원으로 고가 아파트 단지가 가장 많은 서울(3억8000만원)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공동주택 가격공시를 실시한 2006년 이후 처음으로 서울보다 집값이 비싼 지역이 생긴 것이다.
이처럼 세종시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급등한 것은 지난해 이 지역 집값이 크게 올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정부부처의 세종청사 이전이 지속되고, 작년에는 정치권에서 국회의 세종시 이전 등이 거론되면서 세종 집값이 이상 급등하는 현상이 발생하기도 했다.
여기에 세종시는 신축 아파트가 대부분이라 저가 주택이 많지 않다는 점도 중위가격이 높은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해 세종시 집값 변동률은 42.8%를 기록했다. 3.3㎡당 평균 매매가격도 1903만원으로 1년 동안 800만원 가량 올랐다.
윤성원 국토부 1차관은 "세종시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크게 올랐는데 이례적인 수준"이라며 "작년부터 국회 이전 등 여러 호재가 많았고 이로 인해 거주수요가 많이 몰리며 시세가 상승한 것이 공시가격에 반영된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여경희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행정수도 이슈에 따른 수요 유입과 대전‧충북 등 주변 지역 집값 상승 영향도 있었다"며 "임대차보호법 시행 이후 세종 전세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집값 상승세가 지속됐다"고 설명했다.
◇ 서울에선 강남보다 강북이 더 올라
서울 내에서도 과거와 달리 강남보다 강북 지역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더 많이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노원구가 34.66%로 서울 자치구 중 가장 크게 상승했고, 성북구(28.01%)와 동대문구(26.81%) 등이 그 뒤를 이었다. 노도강으로 일컬어지는 도봉구(26.19%)와 강북구(22.37%)도 서울 평균을 크게 웃돌았다.
이에 반해 강남3구는 서울 평균을 밑돌며 공시가격 상승폭이 크지 않았다. 강남구와 서초구는 13.96% 와 13.53%, 송파구는 19.22% 상승했다. 강남4구로 분류되는 강동구가 27.25% 올라 상대적으로 상승폭이 컸다.
그 동안 서울 집값은 재건축 단지를 비롯해 고가 주택이 많고, 거주 수요가 풍부한 강남권을 중심으로 올라 공시가격 상승폭도 가장 컸다. 하지만 작년에는 재건축에 대한 규제가 유지되면서 개발 기대감이 크지 않았고, 그 동안 큰폭으로 올랐던 탓에 강남 주요 단지들의 집값 상승폭은 제한적이었다.
반면 강남보다 집값 상승폭이 적었던 강북지역에서 집값 갭 메우기 현상이 발생, 가격이 크게 오른 것이 공시가격 상승으로 이어졌다. 실제 지난해 서울 자치구별 집값 변동률을 보면 강북구가 27.2%(부동산114)로 가장 컸고 노원구(25.2%)와 도봉구(24.3%) 순으로 크게 올랐다.
김규정 한국투자증권 자산승계연구소장은 "강남권은 작년 상반기 세제이슈 등으로 매물을 처분하려는 움직임들이 나타나는 등 집값이 보합에서 강보합 수준이었다"며 "강북지역을 비롯한 중저가 주택들의 가격이 크게 오른 것이 공시가격에도 반영됐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그는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에선 고가주택 현실화율 개선 속도가 더 빠르도록 설계가 됐음에도 고가주택이 밀집한 강남보다 강북지역 공시가격이 훨씬 크게 오른 상황이 됐다"며 "중저가 주택 보유자들은 재산세율 인하 등에도 너무 가파르게 오른 공시가격에 부담을 느낄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