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이 유리할까? 리모델링이 유리할까?'
재건축 연한(준공30년)이 도래한 1기 신도시 아파트 주민들이 분주히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다.
1기 신도시 아파트들은 용적률이 높은 단지를 중심으로 리모델링 사업을 추진하는 추세였다. 그러나 최근 들어 주택공급 활성화, 재건축 규제완화 움직임 등이 나타나자 일부 단지들이 다시 재건축 쪽으로 방향을 트는 모습이다. 주민들의 사업 선택지가 늘어난 셈이다.
최근 1기 신도시 아파트들의 준공 연한 30년이 도래하기 시작하면서 곳곳에서 리모델링, 재건축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더 활발히 진행되는 사업은 리모델링이다. 1기 신도시 중 분당 정자동 한솔마을5단지(용적률 170%, 이하 괄호 안 용적률)가 지난 2월 처음으로 사업 승인을 받으며 신호탄을 터뜨렸다. 이어 분당 구미동 무지개마을4단지(용적률 172.23%)도 지난달 사업계획승인을 받았다.
분당신도시에선 정자동 느티마을3단지(178%)·4단지(180%)는 수평·별동방식 변경 심의를 준비중이다. 야탑동 매화마을1단지(164%)는 사업승인을 준비중이고 매화마을2단지(200%)는 조합을 설립해 리모델링 사업을 추진 중이다.
산본신도시에선 우륵주공7단지(226%)가 이달 DL이앤씨를 시공사로 선정했다. 율곡주공3단지(219%)는 조합을 설립했고 산본동 개나리13단지(201%)는 조합설립 동의율을 확보했다.
평촌신도시에선 호계동 목련2단지(193%), 3단지(196%)가 각각 효성중공업, 쌍용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해 사업을 진행중이다. 중동신도시에선 한라마을3단지(204%), 금강마을(202%)이 리모델링 추진위원회를 설립했다. 일산신도시에선 주엽동 문촌16단지(182%)가 경기도 공동주택 리모델링 시범단지로 선정됐다. 선정된 단지들은 리모델링 방안, 사업성 분석, 세대별 분담금 산정 등의 컨설팅 용역비를 지원받게 된다. 대화동 장성마을2단지(161%)는 추진위를 설립했다.
주로 용적률이 높은 단지들이 리모델링사업을 우선 검토하는 분위기다.
용적률은 재건축의 사업성을 가르는 대표적인 요소로 용적률이 낮을수록 분양수익 등을 통한 사업성이 커진다. 재건축은 용도지역별로 용적률이 제한돼 있는데 3종 일반주거지역의 아파트는 최대 300%까지만 올릴 수 있다.
1기 신도시의 평균 용적률은 ▲산본(군포시) 206% ▲중동(부천시) 205% ▲평촌(안양시) 204% ▲분당(성남시) 184% ▲일산(고양시) 169% 등으로 5곳의 평균 용적률은 198%에 달한다.
반면 리모델링은 용적률 법정 상한을 초과해 승인받을 수 있다. 실제로 마포구 현석호수(밤섬예가클래식)는 리모델링을 통해 용적률을 기존 249%에서 387%로, 강남 청담청구(청담아이파크)는 기존 303%에서 423%로 올린 바 있다.
최근 들어 리모델링 바람 속 재건축 추진 분위기도 포착되고 있다.
용적률이 낮거나 용적률이 높아도 입지나 대지면적 등에 따라 재건축 사업성이 높은 단지들 위주다. 단지에 따라선 용적률을 크게 올리지 못해도 재건축 후 몸값이 높아질 수 있어서다.
최근에 사업성을 높이기 위한 '통합' 바람이 불고 있다.
오는 9월 재건축 연한 30년을 맞는 분당구 서현동 ▲삼성·한신(1781가구·191%) ▲우성(1874가구·191%) ▲한양(2419가구·201%) ▲현대(1695가구·194%) 등 시범 4개 단지는 통합 재건축 추진위원회를 결성하기로 했다.
분당동 샛별마을도 라이프(796가구, 211%), 삼부(588가구, 144%), 우방(811가구, 211%), 동성(582가구, 144%) 등을 통합해 재건축하자는 움직임이 나오고 있다. 다만 단지별로 용적률 차이가 심해 4개 아파트를 통합하기엔 무리가 있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 밖에 분당 서현동 시범우성(1874가구·191%)도 지난해 말 재건축 추진준비위원회가 설립됐다. 구미동 하얀마을주공5단지(131%), 정자동 한솔마을 한일3단지(154%) 등도 재건축 추진에 나서고 있다.
시장에선 1기 신도시 아파트 주민들이 정부의 주택공급 활성화 정책, 서울시의 재건축 규제 완화 조짐 등에 영향을 받아 재건축 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서게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박용석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단지별로 우선적으로 재건축부터 검토해보고 재건축 사업성이 없거나 주거 만족도가 높은 단지 등은 리모델링 사업을 추진할 것"이라며 "다만 주택공급 활성화, 규제 완화 등 일부 시그널에 영향을 받아 리모델링을 추진하다가 재건축으로 방향을 트는 단지들도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