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주 30년을 맞은 1기 신도시의 재건축·리모델링 규제 완화를 담은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주거환경이 노후화하며 녹물, 누수 등의 문제를 겪고 있지만, 마땅한 정비계획을 세운 곳은 찾기 어려운 실정이다.
1기 신도시 주민들은 재건축·리모델링 연합 추진위원회를 발족하고 특별법 제정을 요구하고 있다. 지자체와 주요 대선 후보들도 이런 의견을 적극 수용하는 모습이다.
1기 신도시만 안된다고? 정비예정구역 '0'
정비업계에 따르면 경기 성남시 분당구 일대 19개 노후단지는 지난달 '분당재건축연합회(이하 분재연)'를 꾸렸다. 산본과 평촌에서도 '리모델링연합회'를 결성했다.
이들은 '용적률 상향' 등의 규제와 '이주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1기 신도시 특별법'을 촉구하고 있다. 1기 신도시는 평균 용적률이 169~226%로 높아 정비사업 추진 시 사업성을 확보하기가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각 지역에서 여러 단지가 일제히 정비사업을 진행할 경우 거주자들이 이주할 곳이 마땅치 않다는 문제도 발생한다.
분재연은 22일 김민수 국민의힘 분당구을 당협위원장을 만나 '1기 신도시 특별법' 제정을 촉구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 2020년 국회의원 총선거에 출마해 이 법의 법제화를 공약한 바 있다.
아울러 분재위는 1기 신도시의 정비구역 지정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다른 지역의 아파트와 마찬가지로 노후화 문제를 겪고 있지만, 재건축을 규제하는 정책 기조 탓에 정비구역에서도 배제됐다는 지적이다.
경기 성남시 분당, 고양시 일산, 부천시 중동, 안양시 평촌, 군포시 산본 등 1기 신도시 중 정비구역으로 예정된 단지는 단 1곳도 없다. 1991년 분당신도시에 처음 입주가 시작된 뒤 30년이 됐지만 재정비계획이 전무한 셈이다.
성남시의 경우 1994년 준공한 중원구 '선경상대원 2차', '수정구 청구아파트' 등을 정비예정구역으로 선정했다. 1992년 준공한 분당 아파트들보다 먼저 정비계획을 세우게 되며 분당 주민들의 반발을 샀다.
최우식 분재연 총괄본부장은 "재건축은 지금 시작해도 7~10년이 걸리는데, 1기 신도시는 정비구역으로 지정조차 되지 않은 상황"이라며 "수많은 주민이 열악한 환경에서 시달리는 점을 고려해 정비예정구역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대선후보들도 1기 신도시 특별법 잇달아 주장
주요 대선 후보들도 이같은 요구에 즉각 호응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지난 20일 '노후 신도시 특별법'을 제정하겠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1기 신도시가 노후 신도시가 된 지 오래됐다"며 "온갖 규제로 재건축, 리모델링이 더디기만 한데, 막힌 규제를 뻥 뚫고 1기 신도시를 새도시로 확 바꾸겠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 완화 △리모델링 안전성 검토기준 완화 △인허가 간소화 △용적률 500% 상향 등을 공약했다. 이주 문제에 대해서는 "장기 거주한 세입자에게 주택 청약권과 임대주택 입주권을 부여하겠다"고 덧붙였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앞서 '1기 신도시 재정비를 위한 특별법' 제정을 약속했다. 용도 변경, 종 상향을 통해 용적률을 상향할 계획이다. 고령 세입자에게는 이주할 주택을 제공하고, 이 후보와 마찬가지로 △일반분양 우선 청약권 △임대주택 입주권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윤 후보는 "다양한 규제 완화를 통해 사업의 수익성을 개선하고 주민의 부담을 덜어주겠다"며 "세입자도 득을 보는 재정비사업을 만들 방침"이라고 말했다.
재정비 과정에서 과도한 집값 상승을 방지하도록 3기 신도시 개발예정지역에 '이주 전용 단지'를 구상했다. 재정비 후 입주가 마무리되면 이주 전용 단지는 공공임대주택 등으로 활용한다.
앞서 1기 신도시 지자체장들도 국회에 '1기 신도시 활성화 특별법' 제정을 요구한 바 있다. ▷관련기사: [집잇슈]훈풍 부는 1기 신도시 리모델링…집값도 '쑥'(1월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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