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가 내년에 중학교 올라가서 대치동으로 갈아타야 하나 고민 중인데 앞으로 대치동 집값이 오를지 내릴지 모르겠네요"
"제가 사는 강서구에는 외고가 있어서 학군이 좋다고 알려졌는데, 앞으로 외고가 존치되면 여기 부동산은 앞으로 어떻게 될지 궁금합니다"
최근 부동산시장에선 자사고·외고 유지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현 정부의 폐지 방침을 되돌릴 수 있기 때문인데요. 과거 자사고 폐지 발표땐 대치동 등의 학군지 집값을 끌어올렸기에 반대의 상황이 벌어지지 않느냐는 것인데요.
결론부터 얘기하면 지금은 새정부를 앞두고 재건축 규제완화 등의 호재가 더 크게 영향을 미치는 상황이라 자사고 부활은 큰 변수가 아니라는 시각이 우세합니다.
과거 자사고 '폐지' 소식엔 집값 들썩
윤 당선인은 선거운동 당시 유튜브와 언론 인터뷰에서 "학생들의 선택권을 위해 고등학교가 다양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어요. 안철수 대통령직 인수위원장은 후보 때 '외고·자사고 폐지 전면 백지화'를 공약으로 내세웠고요.
이 때문에 윤 당선인이 2025년까지 폐지 예정이었던 자사고를 부활시킬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데요. 국회 동의가 필요없는 시행령 개정 사안이라 정부의 의지가 중요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여요.
부동산 시장에서 자사고 폐지 여부에 관심을 보이는 이유는 '학군'이 집값 방어 요인이 되기 때문이죠. 대치동이나 목동의 경우 이른바 명문 고등학교가 많고, 학원가도 형성돼 있어요. 교육을 중요하게 여기는 학부모들이 이주에 열을 올리는 이유죠.
지난 2017년은 강남 집값이 타오르던 시기였는데요. 당시 자사고 폐지가 거론되자 해당 지역 집값 상승에 기름을 부었는데요. 부동산114에 따르면 2017년 서울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 월별 평균 주택매매가격 상승률은 0.89%, 전셋값 상승률은 0.31%를 기록했어요. 이는 서울 지역 매매가격과 전셋값 월 평균 상승률보다 각각 0.21%포인트, 0.04%포인트 높은 수치예요.
자사고가 폐지될 경우 좋은 학교에 가려면 대치동 등으로 '이사'할 수밖에 없다는 결론이 나온 거예요. ▷관련 기사: [불붙은 강남집값]⑤자사고·외고 폐지 '기름붓기'(2018년1월29일)
이처럼 탄탄한 실거주 수요는 높은 집값을 유지할 수 있는 요인으로 꼽혀요.
자사고 보단 '재건축'…오히려 상승세
우리나라 교육열이 높긴 하지만, 강남, 목동 등의 집값 하락 요인이 되기는 어려울 거라는 의견이 우세합니다. 자사고 폐지 방침이 과거 집값을 올리긴 했지만, 이를 되돌린다고 해서 이미 오른 집값이 하락하지는 않을 거라는 인식이 강해요. '재건축' 기대감 때문에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서울시의 '합작'을 꿈꾸는 건데요. 앞서 서울시는 '2040 서울도시기본계획'을 통해 재건축 규제를 대폭 풀었어요. 대치동의 은마아파트처럼 층수 제한 때문에 재건축에 속도를 내지 못했던 단지들도 도전할 수 있는 희망이 생긴 거죠.
윤 당선인도 △안전진단 완화 △초과이익환수제 완화 △분양가 합리화 등의 규제 완화 공약을 펼쳤고요. 부동산시장의 재건축 기대감이 클 수밖에 없죠. ▷관련 기사: [윤석열 시대]재건축 시대 온다…'3대 대못' 뽑을까(3월10일)
강남 집값의 폭발적 상승을 막았던 재건축 규제가 해결되면 다른 자잘한 요인들은 영향을 미치지 못할 거라는 분석이 나와요. 이 때문에 시장 방향은 오히려 '상승'에 무게를 싣고 있고요.
대치동의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이 지역은 꾸준한 집값 상승에도 문의가 끊이지 않는다"며 "몇 년 전에는 자사고 폐지가 이슈긴 했지만 최근에는 재건축 문의가 훨씬 많다"고 말했습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자사고 같은 미미한 요인 때문에 강남 집값이 움직이진 않는다"고 딱 잘라 말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