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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붙은 강남집값]⑤자사고·외고 폐지 '기름붓기'

  • 2018.01.29(월) 11:17

강남3구, 매매‧전세 동반 상승…여전한 학군 수요
자사고‧외고 폐지 논란…강남 집값 상승에 한 몫

‘강남이 이렇게 발전하기까지는 과거 강북 지역에 있던 명문고들을 강남으로 이전시켰던 것이 큰 역할을 했다’

최근 한 TV 예능프로그램에서 강남의 발전사를 다루던 중 나온 이야기다. 실제 ‘강남 8학군’으로 대변되는 강남의 교육여건은 이 지역 집값이 다른 곳과 차별화되는 가장 큰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교육열이 높은 우리나라의 특성상 학군이 좋은 강남 거주 선호도가 높다는 점이 집값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최근 자사고‧외고 폐지 등 교육정책을 두고 논란이 이어지면서 불붙은 강남집값에 부채질 하는 형국이다.
 

◇ 학군 찾아 삼만리
 
29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 월별 평균 주택매매가격 상승률은 0.89%, 전셋값 상승률은 0.31%를 기록했다. 이는 서울 지역 매매가격과 전셋값 월 평균 상승률보다 각각 0.21%포인트, 0.04%포인트 높은 수치다.
 
다른 지역보다 집값 상승 폭이 큰 강남은 상대적으로 투자 수요가 더 몰리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것이 전부는 아니다. 우수한 입지조건을 바탕으로 강남에 살고 싶어 하는 실거주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다는 점이 강남 집값을 끌어올리는 더 큰 이유다.
 
강남이 자랑하는 입지조건은 교통 편의성과 다양한 상업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는 점 등이 꼽히는데, 이보다도 앞서있는 게 학군이다. 소위 강남 8학군으로 꼽히는 명문고들을 중심으로 학원가가 발전돼있어 교육을 중요시 여기는 자산가들이 앞 다퉈 강남으로의 이주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
 
강남 대치동 S공인 관계자는 “최근 이 지역 집값이 크게 올랐음에도 여러 곳에서 매물을 찾는 수요자들의 문의가 끊이지 않는다”며 “이중 대다수는 이 지역의 학군을 보고 이주하려는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실제 2017년도 서울대 합격자 출신 고교별 현황을 보면 일반고(자사고‧외고 등 제외) 상위 30개 학교중 서울 강남 지역에 12개 학교가 자리하고 있다. 지역별로 나누면 강남 비중이 압도적으로 많다. 여기에 자사고 등을 포함하면 이보다 더 많은 숫자가 강남에 위치하고 있다.
 

◇ ‘갈팡질팡’ 교육 정책, 강남집값에 기름 붓기

이런 이유로 정부의 교육 정책은 강남 부동산 시장에 영향을 주는 주요인 중 하나다. 특히 지난해 교육부가 발표한 자율형 사립고 폐지안을 두고 찬반 논란이 팽팽한 가운데, 이 정책으로 인해 오히려 강남 8학군 선호도가 더 높아질 것이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다.
 
교육부는 먼저 올해부터 자사고와 특목고, 일반고를 동시에 선발하기로 했다. 이전까지는 자사고와 특성화고, 특목고는 매년 8~12월(전기), 일반고와 자립형 공립고는 12~2월(후기)에 신입생을 뽑았다. 이에 따라 강남외 지역 학생들도 강남에 있는 자사고와 특성화고 등에 지원이 가능했고, 또 지원했다가 탈락하면 후기에 일반고 지원을 할 수 있었다.
 
 
반면 새로운 제도가 시행되면 자사고와 외고, 국제고 신입생 선발시기가 후기로 이동해 일반고와 동시에 이뤄진다. 이전처럼 자사고와 외고에 지원했다가 떨어졌을 때 일반고를 지원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이 때문에 강남으로 이주해 애초에 좋은 학군을 배정받고, 명문대 진학률이 높은 일반고 진학을 노리는 수요가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자사고 및 외고 폐지를 반대하는 주장과 함께 이 정책이 강남 집값을 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양정호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는 “교육정책 방향이 급격히 변하면 학부모들에게 불안감을 안겨주고, 이는 사교육 의존도를 더욱 크게 만든다”며 “과거에도 정부의 교육정책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졌을 때는 강남을 비롯해 양천구(목동)와 노원구(중계동) 등 학원가로 이주 수요가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이어 “자사고‧외고 폐지 논란 뿐 아니라 교육 정책에 일관성이 없다면 학부모들은 학원 등 외부 환경이 나은 곳으로 이주하기를 원할 것”이라며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많은 학부모들이 강남으로 휩쓸려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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