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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붙은 강남집값]④'문제는 공급이라니까'

  • 2018.01.25(목) 10:06

초저금리 돈은 넘쳐나는데 공급(매물)은 달려
잇단 규제가 되레 '트리거'…"공급확대 시그널 줘야"

'바보야, 문제는 공급이야!'

 

너무 심하게 얘기하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강남집값의 근본적인 해결책을 두고 정부와 시장의 시각차는 좀처럼 좁혀들지 않고 있다. 최근의 '때려잡기식' 규제 일변도로는 잠시 수요를 '멈칫'하게 만들순 있지만 근본적으로 강남 집값을 잡기엔 역부족이라는 시각이 대체적이다. 전문가들이 강남집값 상승세가 지속할 것으로 전망하는 이유다.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는 정부의 기대와는 달리 '똘똘한 한채' 열풍을 만들었다. 정부는 8.2대책을 통해 다주택자들에게 집을 팔거나 아니면 세금을 더 많이 내라는 메시지를 던졌다. 한동안 숨죽이던 다주택자들은 지난 연말부터 똘돌한 한채를 찾아 강남으로 몰리기 시작했다.


이를 규제탓으로만 돌리기엔 뒷맛이 개운치 않다. 학군, 교통, 각종 인프라 등 강남은 누가봐도 살고 싶은 곳이고 매력적인 곳이다. 투자처로도 이만한 곳이 없다. 그만큼 수요가 끊이지 않는다는 의미인데 공급은 늘 달린다. 그리고 무엇보다 돈은 넘쳐난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쏟아낸 각종 규제는 공급 부족이란 시그널을 키우면서 집값 상승의 '트리거(방아쇠)' 혹은 불쏘시개 역할을 했다. 이후 쏟아지는 추가 대책 역시 이를 확산시키는데 한몫을 하고 있다.  결국 답은 '공급'에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 2018년 무술년의 첫 '로또 분양아파트'로 꼽히는 '디에이치 자이'(개포주공8단지 재건축 단지) 분양에 수요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사진은 개포7단지에서 바라본 개포주공 8단지 공사장 모습.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 넘처나는 돈, 트리거 된 '8.2대책', 그리고 '똘똘한 한채'

 

정부가 8.2대책을 통해 다주택자를 압박한 것이 '똘똘한 한채'로 집중한게 만드는 결과를 낳았다. 정부는 서울 전 지역을 투기과열지구로 지정하고 대출 규제를 강화하면서 실수요자들의 손발을 묶었다. 대신 이런 규제에 영향을 받지 않는 자산가들이 강남을 중심으로 선택형·집중형 투자를 하면서 강남 집값을 끌어올리고 있다.

조합원 지위양도 및 분양권 전매 금지 등의 거래규제는 강남에 공급이 부족하다는 인식을 더욱 확산시켰다. 강남 집값에 더욱 불을 붙이는 격이 됐다.

게다가 시중엔 돈이 넘쳐난다. 지난 수년간 초저금리 시대를 지속하면서 시중의 유동성은 여전히 풍부한 상태다. 최근 강남 집값 상승의 원인을 규제 탓으로만 돌리기 어렵다는 시각엔 이같은 요인이 크게 자리잡고 있다.

복수의 금융권 부동산 전문가들은 "시장에 돈이 너무 많이 풀렸다"면서 "글로벌 전반으로도 경기회복 신호가 나타나고, 자산에 대한 투자 니즈가 커지면서 강남 부동산에 쏠리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고준석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장은 "시중에 돈이 너무 많고, 강남에 공급에 부족한데서 생긴 문제"라며 "규제의 역설로 보기는 무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한쪽을 틀어막으면 또 다른 쪽으로 쏠리는 식으로 규제와 풍선효과를 되풀이하는 것 역시 이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재건축 시장을 누르면 풍부한 유동자금은 또 다른 투자처를 찾기 마련이고, 이는 새아파트 등의 일반 아파트로 옮겨가는 식이 되풀이되고 있다.

 

▲ 그래픽/유상연 기자


◇ 어긋난 수요공급…어디서부터 잘못됐나

강남의 경우 수년간 새 아파트 공급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으면서 수급불균형이 심해진 상황이다.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를 지난 2012년말부터 지난해까지 유예할 정도로 재건축이 활발하게 진행되지 못했다.

그나마 지난 2014년부터 부동산경기가 살아나기 시작하면서 재건축 시장도 활기를 띄었지만 여전히 공급은 수요에 미치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부동산인포에 따르면 최근 3년간 강남 3구(강남 서초 송파)의 분양물량 가운데 일반분양 물량은 많아야 2500가구 정도였고, 보통 1500가구 안팎 수준에 그쳤다. 지난해엔 개포시흥을 재건축한 래미안 강남포레스트와 서초 신반포센트럴자이 정도가 눈에 띄는 물량이었다.

조금 더 기간을 넓혀봐도 참여정부 당시 공급된 위례신도시, 판교신도시를 제외하고는 이명박-박근혜 정부 9년간 이렇다 할 강남 대체 주거지도 공급되지 않았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 연구위원은 "강남에 새아파트 공급이 꾸준히 이뤄지지 않다보니 재건축이 확정됐거나 입주 5년 이내의 새 아파트에 수요가 몰렸다"면서 "더는 규제로도 억제가 안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현실에 대한 진단이 미흡했던게 아니냐는 지적도 그래서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강남에 대한 수요를 투기세력으로 판단하고 '때려잡자'식으로 억제하는 정책들이 오히려 반작용을 부르고 있다고도 우려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도 "중장기 효과보다는 단기효과에 집중하고 있다"며 "이런 정책은 이미 참여정부시절에 했던 것이고, 성공하지 못한 정책"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고준석 센터장도 "규제 일변도가 아니라 중장기적으로 공급을 늘리는 시그널을 보내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재건축을 막기보다는 순기능을 살리는 쪽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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