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 시장이 꽉 막혀 청약 대기자들의 애를 태우고 있다. '재건축 최대어'인 둔촌주공 사업이 시계제로인 가운데 원펜타스, 이문1구역 등 수도권 주요 정비사업 단지들의 일반분양이 줄줄이 안갯속이다.
대규모 분양 지연의 불씨는 '분양가 규제'로 꼽힌다. 분양가상한제 등으로 조합원들이 원하는 수준의 분양가 산정이 힘들어지자 사업이 미뤄지면서 조합 내홍, 공사비 상승 등의 문제로 번지는 모습이다. 시장에선 새 정부의 분양가 규제 완화 이후에야 원활한 분양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분양가 때문에…'이러다 후분양 되겠네'
18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경기 등 수도권 주요 재건축·재개발 단지들이 좀처럼 일반분양 일정을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대부분 분양가 문제가 도화선이 됐다. 정부가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고분양가 관리, 분양가상한제 등을 통해 분양가를 통제하자 정비사업에 시간을 끌다가 결국 후분양 쪽으로 가닥이 잡히는 분위기다.
대표적인 곳이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올림픽파크포레온)이다. 이 단지는 1만2032가구 중 4786가구를 일반분양 할 예정으로, 본격적으로 분양을 준비하던 2019년부터 꾸준히 청약 대기자들의 관심을 받아왔다.
그러나 분양가 규제로 줄다리기를 하다가 조합 내분으로 번지며 사업이 장기화됐고 그사이 공사비 증액 등이 불가피해지면서 시공사와의 갈등도 커졌다. 결국 둔촌주공은 수많은 청약 대기자들을 뒤로 한 채 2020년 2월 착공한 지 2년2개월여만에 공정률 약 52%의 상태로 공사가 중단됐다.▷관련기사:[집잇슈]둔촌주공 초유의 공사중단…곳곳에서 곡소리(4월15일)
서초구 반포동에선 신반포15차 재건축사업인 래미안원펜타스가 제자리걸음이다. 이 단지는 지하철 9호선 신반포역 역세권으로 강남에서도 알짜 입지에다 일반분양 물량중엔 추첨제인 중대형 물량도 있어 현금부자들 사이에서 주목받았다.
이 단지는 시공사 교체 및 소송 문제로 일반분양을 미뤄오다가 지난 2월 기존 시공사였던 대우건설의 공사중지 가처분 소송이 기각되면서 문제가 일단락 된 상태다. 그럼에도 예정했던 올해 5월 분양을 2023년으로, 입주는 2024년 1월로 미뤘다. 새 정부 출범 이후 분양가 규제 완화 여부를 지켜보고 일반분양 일정을 잡을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6월 인근에서 분양한 래미안원베일리의 3.3㎡(1평)당 평균 일반 분양가가 5653만원으로, 원펜타스의 분양가도 이와 비슷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2020년 11월 착공해 현재 공정률이 25% 정도 올라간 상태라 후분양을 하면 이보다 분양가는 더 오를 전망이다.▷관련기사:[집잇슈]현금부자들, 원베일리냐 원펜타스냐(2021년6월3일)
동대문구 이문1구역 재개발사업(이문1래미안)도 분양가 산정 문제로 일반분양 일정이 밀리고 있다. 이 단지는 지난해 8월 착공해 가을께 분양 계획이 있었으나 물가 상승 등에 따라 일반분양가를 조정하기로 했다. 지난달 동대문구로부터 사업시행계획변경안을 인가받은 상태로 조합원 분양, 분양가 심의를 거쳐 올 하반기쯤 일반분양이 예상된다.
경기도에선 3344가구의 대단지로 대기수요가 많은 광명2구역(베르몬트로 광명)이 분양을 미루고 있다. 이 단지는 지난해 4월 착공해서 하반기 분양할 계획이었으나 분양가상한제로 인해 일반분양가가 시세보다 과도하게 낮게 책정됐다는 이유로 조합원들이 분양가를 수용하지 않았다.
조합원들이 원하는 일반분양가는 평당 2300만원, 광명시가 통보한 분양가는 평당 2000만원가량이었다. 우선 분양을 미뤄둔 조합은 오는 21일 총회에서 일반분양 시기를 다시 논하기로 했다. ▷관련기사:[부동산 줍줍]베르몬트로 광명, 분양가 '광명찾기' 언제쯤(2021년11월14일)
2만6천가구 공백…언제쯤 풀릴까?
주요 단지들의 분양이 미뤄지면서 주택 공급 공백도 심화하는 분위기다.
올해 서울에서 청약을 받은 4개 단지의 일반분양 물량은 총 750가구에 불과했다. △북서울자이 폴라리스(총 1045가구 중 327가구) △센트레빌 아스테리움 영등포(총 156가구 중 106가구) △신영지웰 에스테이트 개봉역(총 122가구 중 101가구) △칸타빌 수유팰리스(전체 216가구 일반분양) 등이다.
반면 연내 분양이 불투명한 단지들은 일반분양 물량만 1만 가구에 달한다.
현재 수도권에서 일반분양이 미뤄지고 있는 관심 단지인 둔촌주공(1만2032가구), 원펜타스(641가구), 이문1(3069가구), 이문3(4321가구), 대조1(2451가구), 보문2(465가구), 광명2(3344가구) 등 이들 7곳의 총 가구수는 2만6323가구, 일반분양 가구수는 총 8470가구다.
성북구 보문2구역, 은평구 대조1구역 등은 시공사와 공사비 갈등 중이고 이문3구역은 시공사 교체 문제를 겪으면서 일반분양 일정을 잡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최근 청약 열기가 주춤해지자 시행사들이 분양 일정을 연기하며 눈치싸움에 들어가는 분위기도 일부 포착되고 있다.
올해 서울 첫 분양 단지였던 강북구 미아동 '북서울자이폴라리스'(미아3구역 재개발)은 지난 1월 분양에서 18가구가 미계약돼 지난달 무순위 청약을 진행했다. 지난달 2일 분양한 서울 칸타빌 수유팰리스는 전체 216가구의 92%가량인 198가구가 미계약돼 지난 11일 무순위 청약을 진행했는데, 여기서도 22개 유형 중 5개가 모집 정원을 채우지 못했다.▷관련기사:'무순위' 간 '자이'…옆 단지 '한화 포레나 미아' 긴장(4월1일)
시장에선 새 정부 출범 이후 분양가 규제 완화 등이 이뤄져야 공급이 원활하게 이뤄질 거라고 보고 있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리서치본부장은 "새 정부가 분양가를 정상화하겠다고 예고했고 대출 규제 완화도 같이 검토중이기 때문에 이같은 규제 완화 이후에 공급이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며 "분양가 규제를 완화하면 분양가는 오르겠지만 절대적 공급량이 부족하고 집값 상승 기대감도 있어 청약 경쟁률도 다시 올라갈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