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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잇슈]둔촌주공 초유의 공사중단…곳곳에서 곡소리

  • 2022.04.15(금) 09:16

오늘부터 공사 중단…조합 "10일 뒤 시공계약 해지"
1만2천가구 분양·입주 미뤄져 피해 '일파만파'

'둔촌주공(올림픽파크 포레온)'은 최근 언론에서 가장 많이 다뤄지는 아파트입니다. 왜 재건축 사업 하나로 이렇게 시끄럽나 갸우뚱할 수 있지만 둔촌주공이 부동산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꽤 큽니다. 1만2000가구의 거대 단지이기 때문이죠.

올해 들어 서울 분양시장이 위축된 이유도 둔촌주공 같은 '대어'가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습니다. 오늘(15일) 공사중단에 이어 시공사 교체 얘기가 오가니 입주 시기가 미뤄지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합니다. 서울 매매, 전·월세 시장까지 여파가 미칠 수 있고요.

15일 시공사업단이 유치권 행사중인 둔촌주공 재건축 현장 / 사진=시공사업단

청약대기자 '발동동'…분양업계는 '한숨'

둔촌주공 재건축조합에 따르면 조합은 지난 13일 대의원회의를 개최하고 '시공사의 조건부 계약해지 안건 총회상정안'을 통과시켰습니다. 대의원 120명 중 116명이 참석했고, 5명을 제외한 111명이 찬성표를 던졌습니다.

오는 16일 열리는 조합 총회에서 '시공사 계약해지'를 논의할 수 있게 됐습니다. 조합 대의원회 측은 시공사업단이 10일 이상 공사를 중단할 경우 계약을 해지하겠다는 계획입니다. 이날 계약해지로 의견이 모아지면 10일후 임시총회를 통해 계약해지를 결의하는 수순입니다.

현대건설·HDC현대산업개발·대우건설·롯데건설 등 둔촌주공 재건축 시공사업단은 오늘부터 공사를 중단했습니다. 이에 조합은 '계약해지'라는 더욱 강경한 태도로 맞선 상황입니다.

조합원과 시공사를 제외하면, 사실상 가장 큰 피해자는 수분양자로 보입니다. 둔촌주공은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에 짓는 1만2032가구 규모의 아파트입니다. 일반분양 물량은 4786가구인데, 이는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작년 서울 총공급량(8567가구)의 절반에 이릅니다.

조합과 시공사들의 이견이 좁혀지지 않는 사이 둔촌주공은 사실상 후분양에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애초 2020년 4월로 예정됐던 일반분양은 올해 하반기까지 미뤄졌고 지금으로선 이마저도 장담할 수 없습니다. 현재 공정률은 52%입니다. 일반분양을 기다렸던 수요자들은 애가 탈 뿐입니다.

이뿐만 아니라 분양업계도 덩달아 피해를 받고 있습니다. 둔촌주공의 일반분양이 지연되면서 서울 분양시장이 전반적으로 위축됐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올해 분양한 단지들은 작년보다 낮은 경쟁률과 무순위 청약 등 씁쓸한 결과를 맛봐야 했습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올해 서울 청약 경쟁률이 작년의 4분의 1로 떨어진 이유는 사실상 대장주라고 할 수 있는 물량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도 "둔촌주공과 이문1구역 등이 연내 분양할 가능성이 있어 청약통장을 신중하게 사용하려는 분위기"라고 말했습니다.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아파트 재건축 현장 / 사진=이하은기자

입주지연에 서울 공급 '뚝'…전월세 시장도 불안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공사가 중단되면 그만큼 입주가 늦어집니다. 입주 시기가 늦어질수록 피해 범위를 가늠하기조차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입니다. 둔촌주공 입주 시기는 기존 2023년 8월에서 2024년으로 한 차례 늦어진 상황입니다.

일단 서울의 주택 수급 불안 문제가 지속하게 됩니다. 당장 입주 물량이 1만2000가구가 줄게 되니 공급 부족에 의해 집값이 상승할 우려가 있습니다. 전·월세 시장도 마찬가지입니다. 대규모 물량 공급을 통한 시장 안정을 기대할 수 없게 됩니다.

권일 부동산인포 팀장은 "둔촌주공이 입주가 미뤄지면 현재 전·월세에 사는 재건축조합원들은 남의집살이를 연장할 수밖에 없다"며 "서울 공급량의 숨통을 틔워주기도 어렵고, 수급 불안을 지속하게 하는 등 사회적 비용이 막대하다"고 말했습니다.

조합과 시공사업단은 공사비 증액 여부를 두고 갈등 중입니다. 2016년 최초 시공계약을 맺었고, 2020년 공사비를 6000억원 늘리는 내용으로 계약을 변경했는데, 조합은 이런 변경 계약이 유효하지 않다고 주장합니다.

사실 시공사업단이 한 달 전인 3월14일 공사중단을 예고했을 때만 해도 실제 공사가 중단될 거라고 내다보는 시각은 많지 않았습니다. 공사가 중단되고, 분양과 입주가 늦어지면 조합과 시공사 모두에게 손해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후 양측간 협의에 진전이 없고, 중재자 역할을 자처했던 서울시마저 두손 두발 들면서 이제는 공사중단 사태까지 벌어졌습니다. ▷관련기사:둔촌주공 공사중단·소송 땐 분양도 입주도 어렵다(3월16일)

시공사업단이 지난달 조합원을 대상으로 공사중단 사유를 설명하는 자리를 만들었지만, 총 방문객은 1000명에 그쳐 호응도는 높지 않았습니다. 6000명에 달하는 조합원 수에 비하면 턱없이 적은 수입니다. ▷관련기사: [집잇슈+]둔촌주공, 조합·시공사 갈등 속 견본주택 연 이유(3월21일)

시공사업단 관계자는 "조합이 시공계약 해지를 논하는 건 시공사업단에 대한 협박이며, 대화나 협상을 할 의지가 없는 행동"이라며 "조합의 비협조적 태도로 인해 이미 입주시기가 9개월이나 늦어졌는데, 공사중단 기간만큼 더 늦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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