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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잇슈+]둔촌주공, 조합·시공사 갈등 속 견본주택 연 이유

  • 2022.03.21(월) 15:10

"몇년을 남의집 전전했는데 옵션도 못 골라"
둔촌주공 시공단, 19일부터 조합원 설명회
조합, 4월 총회 '시공 계약 취소' 안건 논의

"몇 년을 남의 집을 전전하며 기다렸는데 주방이나 침실 옵션조차 고르지 못하다니요. 그런 사실도 오늘 현장에 와서 처음 알았어요."

"드디어 내 집이 어떻게 지어질지 (견본주택을)볼 수 있게 됐는데 와서 보니 속상한 마음뿐입니다. 조합과 시공사 갈등이 여기저기서 그대로 보이네요."

지난 19일과 20일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올림픽파크 포레온) 견본주택에서 만난 조합원들은 현재의 상황에 답답함을 토로했다. 이 견본주택은 예정대로라면 2년 전 일반분양 시작과 함께 개관해야 했지만, 분양 계획이 미뤄지면서 굳게 닫혀있던 곳이다.

시공사업단(현대건설·HDC현대산업개발·대우건설·롯데건설)은 19일부터 견본주택에서 조합원을 대상으로 '공사중단 관련 설명회'를 개최했다. 다음 달 15일 공사중단에 앞서 전 조합원에게 그간의 사정을 설명하는 자리다. '참석하지 말자'는 조합 내부 분위기가 있었지만 첫날 102명, 둘째날 110명의 조합원이 참석했다고 시공단 측은 추산했다.

19일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견본주택을 찾은 조합원들이 모형을 둘러보고 있다. / 사진=이하은 기자

공사중단시 이주비 대출 이자 '눈덩이' 우려

견본주택 1층 로비에는 그간 조합과 주고받은 공문, 서울시의 갈등 중재 내용 등이 크게 걸려 있었다. 시공사업단은 이 자리에서 조합원에게 공사중단, 입주일 변경 등에 대해 개별적으로 안내했다.

시공사업단은 다음 달 15일부터 공사를 중단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공사변경 계약'의 효력을 두고 조합과 갈등이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자 내놓은 초강수다. ▷관련기사: 둔촌주공 공사중단·소송 땐 분양도 입주도 어렵다(3월16일)

조합원들은 주로 이주비 대출 연장을 문의했다. 오는 7월 1조2800억원 규모의 이주비 대출 만기가 도래함에 따라 그간 시공사업단이 지불하던 이자를 조합원들이 직접 납부하게 됐다. 공사중단에 따라 입주가 미뤄질수록 이자 부담은 더 커진다.

조합원 A씨는 "당장 은행이 대출 연장을 안 해주면 이주비 상환을 시작해야 하고, 연장을 해도 금리가 확 올라갈 거라는 설명을 들었다"며 "지금까지 들인 돈이 얼만데 입주도 미뤄지고 금융비용까지 더 커진다니 말도 안 된다"고 토로했다.

2층 견본주택 유니트 내부에는 "조합원 동호수추첨 지연에 따른 조합 요청으로 옵션 선택 불가" 푯말이 곳곳에 놓여 있었다. 조합과 시공사업단 간 계약조건 줄다리기 탓에 조합원들의 동·호수 추첨이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다. 그새 공정률은 52%까지 올라 일부 옵션들은 더이상 선택할 수 없게 됐다.

조합원 B씨는 "몇 년을 남의 집을 전전하며 기다렸는데 주방이나 침실 옵션조차 고르지 못하고 일괄적으로 시공된다는 게 황당하다"며 "이런 사실을 오늘 현장에 와서 처음 알았다"고 말했다.

둔촌주공 견본주택을 찾은 조합원이 옵션 선택 불가 안내문을 보고 있다 / 사진=이하은 기자

조합원에 직접 설명나선 시공단  vs "총회 안건에 시공사 교체"

시공사업단이 이처럼 설명회에 나선 이유는 조합 집행부가 정보를 독식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특히 갈등의 중심인 '2020년 공사변경 계약 효력'에 대해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한다. 공사중단을 선언했음에도 집행부가 꿈쩍하지 않자 조합원들을 직접 설득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시공사업단 관계자는 "계약의 근거나 공사 중단 등의 사항을 이미 여러차례 조합에 전달했지만 정작 조합원들은 뒤늦게 언론을 통해 접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조합원 다수가 왜곡된 정보를 통해 오해하는 부분이 많은 것 같아 직접 설명에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

조합 집행부 측은 이에 대해 "거짓 정보로 조합원들을 호도하려는 전략"이라고 응수했다. 조합원 커뮤니티에서는 시공단 설명회 불참을 독려하는 움직임이 나오기도 했다. 조합 측은 19일 집행부 회의를 열고 다음달 16일 조합총회 안건에 '계약 취소'건을 올리기로 결의했다. 공사 중단 예정일(15일) 다음날이다. 이에 동의하는 조합원이 과반을 넘으면 계약 취소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조합 관계자는 "말도 안 되는 이유로 조합원들의 결속력을 와해하려는 의도"라며 "공사중단일을 총회 전날로 설정한 것도 조합원들을 압박하려는 의도로 읽힌다"고 말했다.

이처럼 시공사업단과 조합의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오는 4월 공사 중단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조합 내부에서도 입주 지연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견본주택을 방문한 조합원 C씨는 "계약을 취소한다는 건 법적 절차를 밟겠다는 의미인데 시시비비를 가리려면 입주는 언제가 될 지조차 모르는 것 아닌가"라며 "조합 집행부는 조합원들에게 이런 부작용은 알리지 않은 채 무작정 도장을 찍게끔 유도하고 있다"며 고성을 내기도 했다.

한편 둔촌주공 재건축조합과 시공사업단은 2016년 첫 계약 이후 2020년 가구 수를 늘리고(1만1106가구→1만2032가구) 상가공사까지 포함하는 조건으로 공사변경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금은 6000억원 증액한 3조2000억원이 됐다. 조합은 이 계약이 무효라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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