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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도시부터 구도심까지 싹 다 개발…'특별법'이 특별할까

  • 2022.05.10(화) 06:30

1기 신도시·구도심 개발 특별법 추진
구체적인 그림 없는데 집값만 들썩
전문가들 "15년 이상 장기프로젝트로"

윤석열 정부가 1기 신도시와 서울 구도심 개발을 동시에 추진하겠다고 밝히며 부동산 시장에 혼란이 일고 있다. 각 지역에 맞춤형 '특별법'을 제정해 신속한 개발을 돕겠다는 취지인데, 구체적 계획 없이 시장의 기대감만 높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현 가능성에도 회의적인 반응이 잇따른다. 지난 선거운동 당시 '1기 신도시 특별법'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뒤로 이 지역 집값은 상승세다. 전문가들은 윤 대통령이 임기 내 결실을 보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도 속속 내놓고 있다.

분당 수내동 양지마을 한양아파트 1단지에 걸린 재건축 추진 현수막 / 사진=입주자대표회

1기 신도시·서울 구도심 동시 개발

윤석열 정부는 서울·경기 개발과 관련 2개 특별법 제정을 추진할 계획이다. 1기 신도시 용적률을 상향하고, 각종 재건축 규제를 완화하는 '1기 신도시 특별법'과 서울 구도심을 복합 개발할 수 있도록 하는 '구도심 개발 특별법'이다.

이중 구도심 개발 특별법은 앞서 선거공약 등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가 본격적으로 논의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도심의 인허가, 환경영향평가, 용도 제한 등의 기준을 완화하는 내용을 담을 전망이다.

특별법을 적용하면 주거·상업·공업·녹지 등으로 지역을 구분하는 현행 '용도지역제'를 피할 수 있게 된다. 건폐율과 용적률 제한에서 벗어나 다양한 민간 주도의 개발이 가능해진다. 서울시가 지난 3월 발표한 '2040 서울도시기본계획' 속 '비욘드 조닝(용도지역 개편)'의 법적 기반이 되는 셈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에 대해 지난 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토지수용이나 개발이 손쉬운 신도시 건설 중심으로 정부 정책이 진행되다 보니 오랜 삶의 터전인 구도심은 더욱 슬럼화되고 비어 갔다"며 "복잡한 이해관계와 요구사항을 반영한 법률 부재로 답보 중이던 구도심 개발에 물꼬를 터주는 것을 넘어 도심 공간의 혁신적 활용까지 가능케 할 것"이라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의 선거공약 중 하나인 '1기 신도시 특별법'도 그대로 추진할 계획이다. 인수위는 지난달 1기 신도시 재건축 사업을 '중장기 국정과제'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이에 지난 3일 발표한 국정과제에 1기 신도시 특별법을 계획대로 포함했다.

주택공급을 위해 경기 분당·일산·평촌·산본·중동 등 1기 신도시에 용적률 상향,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안전진단 완화, 인허가절차 간소화 등의 유인책을 제공할 전망이다. 이를 통해 10만 가구의 신규 주택을 공급할 수 있다고 봤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일에도 1기 신도시 중 한 곳인 경기 일산시를 방문해 "신속한 합의로 법안을 확정 짓고 1기 신도시의 종합적인 도시 재정비 문제를 신속히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세부안 없는데 집값만 올라"…전문가들 '절레절레'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점은 '구체적 계획의 부재'다. 1기 신도시 특별법과 구도심 개발 특별법 모두 아직 한 줄 공약에 그치는 상태다. 적용 지역과 대상, 규제 완화 방식과 공공성 확보 방안 등은 자세히 밝히지 않았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리서치본부장은 "이들 지역을 한꺼번에 개발하기는 불가능하기 때문에 단계별로 접근해야 하는데, 당장은 용적률을 얼마나 올릴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떤 순서로 개발할지에 대한 계획이 필요하다"며 "다만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나오기도 전에 집값이 뛰고 있는 상황이라 계획을 발표하기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 특별법의 청사진이 공개되기도 전에 이들 지역 집값은 상승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전국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 조사에 따르면 5월2일 기준 1기 신도시가 위치한 군포시(0.06%), 고양 일산동구(0.06%), 성남 분당구(0.05%) 등에서 아파트 가격이 상승했다.

1기 신도시 아파트 단지의 시가총액도 빠른 속도로 올랐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4월 말 기준 1기 신도시 아파트 시가총액은 총 145조7663억원이다. 한 달 만에 0.34%가 올랐다. 같은 기간 서울 재건축 단지는 0.2% 상승했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기존에 개발이 어려웠던 지역을 특별법으로 강행하는 만큼 집값 상승을 염려할 수밖에 없다"며 "단순히 건물을 헐고 짓는 걸 떠나서 투기 과열 문제를 검토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주 수요, 지역별 형평성 등도 문제로 꼽힌다.

이들 특별법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도 많다. 의석 과반을 차지한 더불어민주당은 특별법에 담긴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완화' 등을 공개적으로 반대하는 상황이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특별법의 내용 하나하나가 모두 뜨거운 이슈들로 용적률 인상과 초과이익환수만 하더라도 답을 찾기에 상당한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며 "정치 논리가 아닌 경제 논리로, 15년 이상 걸릴 수 있는 장기 프로젝트임을 솔직히 인정하고 충분한 준비와 계획으로 풀어가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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