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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기 신도시 불만 커지고…목동·여의도선 "그럼 우리는?"

  • 2022.09.02(금) 09:41

정부 달래보지만…마스터플랜·특별법 제정 '첩첩산중'
'더 급하다는' 목동·상계·여의도…도시재정비 갈수록 꼬여

1기 신도시 재정비가 꼬여가는 모양새다. 첫 단추인 마스터플랜부터 정부와 지역주민들의 의견이 충돌하고 있다. 1기 신도시 주민들은 연내 마스터플랜이 수립될 것이라는 기대가 무너지자 추진계획을 앞당겨 달라며 연일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정부는 부랴부랴 "단 하루도 지체하지 않겠다"며 민심 달래기에 나섰지만 쉽게 손을 대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마스터플랜 이후 본격 재정비를 추진하려면 1기 신도시 특별법 등이 필요하고, 이 경우 법 제정 후 국회 통과까지 긴 여정을 거쳐야 한다. 1기 신도시보다 훨씬 먼저 지어진 서울내 다른 단지들까지도 '형평성'을 거론하면서 불만을 터트리고 있는 점도 부담이다. 

1기 신도시 범 재건축 연합회가 1일 용산 대통령실 인근에서 주민 서명을 전달하고 있다 / 사진=이하은기자

주민 '분노'·집값 '하락'…꼬인다 꼬여

지난달 16일 정부가 발표한 '국민 주거안정 실현방안'에 1기 신도시 주민들이 분노를 쏟아내고 있다. 구체적인 1기 신도시 재정비 방안이 담길 것으로 기대했지만 정작 관련 내용은 "재정비 마스터플랜을 2024년 중 수립할 예정"이라는 단 한 줄에 그쳐서다.

분당재건축연합 관계자는 "분당을 비롯한 1기 신도시 주민들은 하나같이 속았다는 반응"이라며 "금방 재건축을 풀어줄 것처럼 얘기하더니 부동산 대책에서 거의 언급조차 않는 성의 없는 모습에 화가 많이 났다"고 말했다.

이들의 실망감은 집값에도 반영됐다. 1기 신도시가 속한 지역들의 아파트 매매가격은 2주 연속 내려갔다. 특히 평촌신도시가 속한 경기 안양 동안구와 산본신도시가 속한 군포가 전국 평균보다 빠르게 하락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8월29일 기준 경기 안양 동안구 집값은 전주보다 0.26% 하락했다. 지난 8월15일부터 -0.15%→-0.21%→-0.26%로 3주 연속 낙폭을 키웠다. 군포의 경우 8월15일 기준 하락률은 –0.13%였지만, 22일 –0.16%, 29일 –0.17% 하락했다.

이 기간 전국 평균 하락률은 △8월15일 –0.09% △8월22일 –0.14% △8월29일 –0.15%로 이들 지역보다 낮다.

분당·일산·중동신도시도 비슷한 상황이다. 지난달 29일 기준 각각 –0.12%, -0.11%, -0.13%의 하락률을 기록했다.

급기야 1기 신도시 주민들은 '1기 신도시 범 재건축 연합회(범재연)'를 결성하고 단체 행동에 나섰다. 분당·일산·산본·평촌·중동재건축연합회가 모두 참여했다. 이들은 1일 대통령실과 국회, 국토교통부를 각각 방문해 1기 신도시 재건축을 촉구하는 주민 8400명의 서명을 전달했다.

최우식 범재연 회장은 "2024년으로 계획된 마스터플랜을 2023년 초까지 앞당기고, 세부계획안을 올해 안에 발표해달라"며 "신속한 재건축 추진을 위해 1기 신도시 특별법도 연내 제정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대통령은 30년 이상 된 주택의 안전진단을 면제하는 등 1기 신도시의 낡은 규제를 완화해 주택공급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갈 길 먼데…마스터 플랜부터 '불안'

대책 발표 후 주민들의 반발이 거세자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하루도 사업을 지체하지 않겠다"며 급히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정작 마스터플랜 수립 기간 단축 등 주민들의 요구에 대해선 구체적 실마리를 제시하지 못했다. 

원희룡 장관이 "(마스터플랜) 연구용역 추진과정에서 수립 시기를 최대한 당겨달라고 요청하겠다"고 언급한 게 다다. ▷관련 기사: 원희룡 "1기 신도시 단 하루도 시간끌지 않겠다…9월 용역"(8월23일)

국토부 관계자는 "마스터플랜 수립을 위한 연구용역을 이달 중 발주할 계획"이라며 "연구용역이 마무리되는 시점은 2024년으로 잡고 있으며, 연구 기간을 얼마나 단축할 수 있을지는 아직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아울러 원 장관은 마스터플랜에 지자체의 의견을 반영하겠다며 오는 8일 성남·고양·안양·부천·군포 등 1기 신도시 지자체장과 만남도 계획했다. 주민들의 반응은 여전히 미적지근하다. 실효성 없이 보여주기식 행사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범재연의 서명 전달식에 참석한 한 1기 신도시 주민은 "1기 신도시 주민들과 지자체는 대통령 선거 전부터 의견을 피력해왔는데, 이제서야 의견을 듣겠다는 게 황당하다"며 "거창한 마스터플랜은 요구한 적도 없고, 열악한 주거환경에서 빨리 벗어날 수 있게만 해달라"고 말했다.

마스터플랜 수립 이후에도 본격적인 재정비까지는 첩첩산중이다. 1기 신도시는 기존 용적률이 높은 탓에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는 용적률 특례 등이 필요하다. 이제 막 재건축 연한(30년)에 도달한 만큼 재건축 가능 판정을 받으려면 현행 안전진단 기준도 완화해야 한다.

대부분 법 개정사항으로 국회의 동의가 절실하지만, 야당과의 합의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앞서 종합부동산세 부담 완화를 위해 정부와 여당이 제시한 종부세법 개정안도 일부 후퇴한 내용으로 간신히 국회를 통과했다.

다른 지역과의 형평성 문제도 넘어야 할 산이다. 1기 신도시보다 10년 빠른 1980년대 지어진 서울 양천구 목동과 노원구 상계동 등의 아파트들과 여의도·강남의 준공 50년차 아파트들의 불만이 벌써부터 터져 나온다. 1기 신도시보다 노후한 이들 지역의 재건축이 급선무라는 지적이다.

황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달 29일 국회 임시회에서 "대규모 택지개발지구 재건축 역시 1기 신도시처럼 전담팀 구성, 마스터플랜 지정 등 장관이 직을 걸고 추진해야 할 만큼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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