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기지역과 투기과열지구, 조정대상지역.
이른바 '규제지역 3종 세트'는 부동산 시장의 대표적인 규제로 꼽힙니다. 그런데 용어부터 낯선 데다가 각각 적용하는 규제가 달라 헷갈리기 쉬운데요.
애초에는 조정대상지역보다 투기과열지구의 규제가 더 강하고, 이보다 투기지역 규제가 더 강하다는 식으로 단순화해 이해하는 게 가능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꼭 그렇지만도 않습니다. 지난 정부에서 잇따라 추가 규제가 더해지면서 조정대상지역 역시 만만치 않은 규제 지역이 됐습니다.
정부가 최근 부동산 시장 침체 흐름에 맞춰 규제지역 지정을 단계적으로 해제하려는 모습인데요. 제도가 워낙 복잡하다 보니 어느 지역에서 어떤 규제가 바뀌게 되는 건지 파악하기조차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이 제도를 아예 폐지하거나 통합해 운영하자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국토부, 조만간 규제지역 해제 '확대'
국토교통부는 조만간 주거정책심의위원회(주정심)를 열어 투기과열지구와 조정대상지역 추가 해제를 검토할 예정입니다.
정부는 앞서 지난 6월 1차 해제 방안을 내놓은 바 있는데요. 규제를 풀었지만 해당 지역 집값에 큰 영향이 없었던 데다가 다른 지자체들의 규제 해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집값이 뚝뚝 떨어지니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규제를 풀어달라는 목소리입니다. ▶관련 기사: 대구 등 6곳 투기과열지구 해제…세종은 규제 유지(6월 30일)
현재 규제지역은 투기지역은 16곳, 투기과열지구는 43곳, 조정대상지역은 101곳입니다.
각 규제지역 지정은 중첩돼 있습니다. 서울을 예로 들어볼까요. 서울 중에서도 강남·서초·송파·강동·용산·성동·노원·마포·양천·영등포·강서·종로·중·동대문·동작구 15개 구는 투기지역입니다. 이를 포함해 서울 전 지역은 투기과열지구이자 조정대상지역이기도 하고요.
세종시 역시 투기지역이자 투기과열지구, 조정대상지역으로 모두 지정돼 있습니다.
3종 세트 중 국토부가 관할하는 건 투기과열지구와 조정대상지역입니다. 이에 따라 이번 주정심에서도 이 두 규제 지역 해제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전망입니다.
반면 투기지역의 경우 기획재정부가 관할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제도는 지금은 유명무실해졌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지난 정부에서 투기과열지구와 조정대상지역에 적용하는 규제를 지속해 늘리면서 중첩된 규제가 많아졌기 때문입니다. ▶관련 기사:부동산 규제지역 해제로 '세제·대출 완화' 퍼즐 풀까(9월 14일)
LTV·DTI 규제 제각각…조정대상지역은 세제 규제
각 규제를 들여다보면 복잡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조정대상지역의 경우 주택담보대출비율(LTV) 규제가 9억원 이하 아파트에는 50%, 초과 아파트에는 30%가 적용되는데요.
투기지역과 투기과열지구의 경우 9억원 이하는 40%, 초과는 20%를 적용합니다. 여기에 더해 15억원 초과 아파트는 LTV가 0%로 아예 금지하고 있습니다.
DTI의 경우 투기지역과 투기과열지구에는 40%, 조정대상지역에는 50%가 적용되고요.
또 2주택 이상 보유 세대에 신규 주택 구입을 위한 주담대를 금지하는 건 모든 규제 지역에 적용되고 있습니다. 공통적으로 실거주 목적 외의 주담대를 금지하고 있기도 합니다.
조정대상지역에서는 부동산세 규제가 강하게 적용되고 있는데요. 다주택자의 취득세·양도세·종부세 중과가 대표적입니다.
이밖에 모든 규제지역에서 주택을 구입하려면 금액과 관련 없이 자금 조달 계획서를 제출해야 하고요. 분양권 전매도 제한하고 있습니다. 청약 재당첨 제한의 경우 조정대상지역에서는 7년, 투기과열지구에서는 10년이 적용됩니다.
이명박 정권서 전면 해제…윤석열 정부는?
제도가 이처럼 복잡하다 보니 지난 정부에서도 '투기지역'을 '투기과열지구'와 통합하겠다는 얘기가 나왔는데요. 다만 이같은 정책이 자칫 규제 완화 작업으로 비칠 수 있는 데다가 정권 말이 되면서 논의가 흐지부지됐습니다.
여전히 이 제도를 고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는데요. 최근 국회에서 열린 한 토론회에서도 이런 지적이 나왔습니다.
홍기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13일 개최한 '조정대상지역 지정제도 개선 토론회'에서 변세일 국토연구원 연구위원은 "조정대상지역과 투기과열지구, 투기지역을 1~2종 투기지역 등 2단계 규제지역으로 재편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정책실장 역시 "조정대상지역제도는 도입 목적을 상실해 유지해야 할 명분을 갖기 어렵다"며 "장기적으로 타당성과 효과성을 점검해 폐지 여부를 검토해야 한다"고 언급했습니다.
이 세 제도는 태어난 해가 각각 다른데요. 투기과열지구의 경우 지난 2002년 김대중 정권에서 도입했고요. 투기지역은 다음 해인 2003년 노무현 정권 당시 만들었습니다. 조정대상지역은 2016년 박근혜 정권 당시 신규 분양 시장의 과열을 방지하기 위해 도입했고요.
이명박 정권에서는 당시 규제지역 제도였던 '투기지역'과 '투기과열지구'를 지속적으로 해제한 바 있습니다. 이에 따라 2011년 강남3구를 마지막으로 규제지역이 사라졌고요. 반면 문재인 정권에서는 집값을 잡겠다며 규제지역을 전례 없이 확대하고 제도를 더욱 강화했습니다.
윤석열 정부의 경우 집값 침체기 속에서 부동산 정책을 추진해야 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단계적으로 규제지역 해제 작업을 진행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다만 규제지역 해제로 자칫 부동산 시장을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에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기도 합니다. 과연 규제지역 제도의 운명이 어떻게 흘러갈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