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조만간 부동산 규제지역 추가 해제에 나설 전망이다. 지난 6월 1차 해제 조치가 미흡했다는 판단에 따라 대상 지역을 더욱 확대할 것으로 전망된다.
규제지역 해제는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부동산 규제 완화의 '키'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야당의 반대와 집값 자극 우려 등으로 부동산세와 대출 규제 완화가 쉽지 않은 환경에서 규제지역을 단계적으로 줄이는 식이 부담이 덜 할 거라는 분석이다.
정부가 과연 이번 해제 지역에 세종시와 수도권 등을 포함하느냐가 관건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전망이 엇갈린다. 당장 수도권을 풀기에는 때 이르다는 의견이 있는 반면, 정부 규제 완화가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보여 과감한 해제가 가능할 거라는 분석도 있다.
추경호·원희룡 "규제지역 추가 해제" 의지
최근 정부는 부동산 규제지역을 추가로 해제하겠다는 의지를 지속해 내비치고 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부동산관계장관회의에서 "규제지역 추가 해제 등을 포함한 부동산 정상화 과제를 보다 속도감 있게 추진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어 최근 한 토론회에서도 "조정지역으로 묶여 있는 부분에 대해 필요하면 더 해제할 것"이라고 해 주목받았다.
앞서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역시 지난달 국회 업무보고에서 "규제지역에 대한 1차 해제가 조금 미흡하다고 보고 있다"며 "필요하면 연말 이전에라도 필요한 조치를 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르면 내달 주거정책심의위원회를 열어 규제지역 추가 해제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주정심은 6개월에 한 번씩 열리지만 비정기적으로도 개최할 수 있다.
정부는 앞서 지난 6월 투기과열지구와 조정대상지역 해제 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대구와 대전, 경남 창원, 경북 경산, 전남 여수·순천·광양 등이 해제 지역에 포함됐다. 이에 따라 현재 규제지역은 투기과열지구 43곳, 조정대상지역 101곳이 됐다 ▶관련 기사: 대구 등 6곳 투기과열지구 해제…세종은 규제 유지(6월 30일)
반면 세종시와 수도권에서는 대부분 규제를 유지하기로 했다. 이 지역들에서 집값 하락세가 나타나긴 했지만, 하락한 시일이 길지 않고 미분양 주택도 많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무엇보다 섣불리 규제를 해제했다가 시장을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가 많았다.
경착륙 우려 '변수'…단계적 완화 추진할까
최근 부동산 시장 흐름이 급변하고 있다는 점이 변수가 되고 있다. 금리인상과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로 부동산 시장 경착륙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면서 연착륙을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또 부산시와 세종시, 울산, 창원 등 일부 지자체들이 지속해 정부에 규제지역 해제를 요구하고 있기도 하다.
아울러 윤석열 정부가 공약한 부동산 규제 완화 정책을 규제 지역 해제로 풀어갈 수 있다는 점에서도 주목받는다. 규제지역 해제는 정부가 국회를 거치지 않고 추진할 수 있다.
규제지역에서 풀리면 대출은 물론 세제와 청약 등의 전방위적 규제 완화가 이뤄진다.
우선 투기과열지구를 해제할 경우 15억원 초과 아파트 대출 금지 규제가 사라지게 된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앞서 정부는 15억원 초과 아파트의 주택담보대출 금지를 폐지할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를 지속해 부인한 바 있다. 아직 때 이르다는 판단이다.
대신 규제 해제 지역을 확대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치면서 단계적 완화를 고심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조정대상지역 해제를 통해서는 부동산 세제를 대폭 완화할 수 있다는 점이 주목받는다. 현재 조정대상지역에는 다주택자 양도소득세를 비롯해 종합부동산세와 취득세 중과 규제가 적용되고 있다. 조정대상지역에서 벗어날 경우 이런 규제가 한꺼번에 풀릴 수 있다는 의미다.
애초 윤석열 대통령은 부동산 규제를 대대적으로 완화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하지만 다시 집값을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와 여소야대 국회에서 야당에 발목이 잡히면서 정책 추진에 제동이 걸렸다. 이에 따라 규제 지역 해제를 통한 '우회로'를 선택할 거라는 전망이다. ▶관련 기사: [부동산, 풀어준다며]①종부세 완화, '부자감세' 공세에 '안갯속'(9월 9일)
세종시·수도권, 이번에는 포함될까
다만 정부가 대상 지역을 어느 정도로 확대할지에 대해서는 전망이 엇갈린다. 지난 6월 1차 해제 방안에서 제외된 세종시와 수도권 등이 포함될지에 관심이 쏠린다.
일단 수도권의 경우 정부가 아직 규제 완화에 부담을 느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수도권의 경우 당장 규제를 한꺼번에 해제할 정도의 흐름인지에 대해서는 엇갈리는 의견들이 있는 만큼 민감한 부분"이라며 "당장 완화 여부를 논의하기조차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 역시 "일부 미분양이 늘어난 지방의 경우에는 적극적으로 해제할 수 있겠지만, 수도권의 경우 시장을 조금 더 지켜볼 가능성이 크다"며 "지방에서는 지난번 보다는 훨씬 적극적으로 풀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반면 정부의 규제 완화가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가능성이 큰 만큼 이번에 과감한 해제가 이뤄질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지금 시장은 집값 고점 인식이 워낙 강하다보니 정부가 규제 지역을 푼다고 해서 거래로 바로 연결되기는 어려운 환경"이라며 "이에 맞춰 수도권을 포함해 규제 지역들이 상당 부분 풀릴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