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복잡하게 짜인 부동산 규제지역 제도를 단순화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기존 조정대상지역과 투기과열지구, 투기지역으로 나뉘었던 규제지역을 '부동산관리지역' 1·2단계로 단순화하기로 했다.
국회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내놓은 방안인 데다가 정부도 규제지역 제도 개선을 추진하고 있어 관련 논의가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은 수요자들이 한 번에 이해하기 어려웠던 명칭을 단순화한다는 점에는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다만 여전히 단계별로 세금과 금융, 정비 관련 규제 등 복잡한 내용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장기적으로 추가 개선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민주당, 규제지역 단순화 추진…정부도 연구용역
더불어민주당 주거복지특별위원회(이하 위원회) 위원장인 홍기원 의원은 17일 부동산 3종 지역 규제 개편 방안을 담은 주택법·소득세법·지방세법·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등 '부동산규제 4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고 밝혔다.
위원회는 지난해 12월 출범해 1호 과제로 부동산 규제지역 손질을 추진해 왔는데 이번에 구체적 개편안을 확정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현재 조정대상지역·투기과열지구·투기지역으로 나뉜 규제지역을 '부동산 관리지역'으로 통합한다. 기존 조정대상지역은 1단계로, 투기과열지구와 투기지역은 2단계로 변경해 단계별 규제를 적용한다는 방안이다.
1단계에는 금융과 청약, 분양 등 최소한의 기본 규제만 적용한다. 2단계의 경우 1단계 규제에 더해 DTI를 강화하거나 취득세·양도세를 중과하는 등 추가 규제를 적용할 예정이다.
또 현재 국토교통부와 기획재정부로 이원화된 규제지역 지정 주체를 국토부로 일원화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홍 의원은 보도자료를 통해 "주택 가격이 하락하고 강남, 서초, 송파, 용산 4곳의 지역을 제외한 전국이 규제지역에서 해제된 지금이 제도 개편의 적기"라며 "지역 규제 제도를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쉽도록 개선하고 간소화한 단계별 규제로 규제 정책이 효과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부동산 규제 지역은 그간 시장이 과열될 때마다 새 제도와 관련 규제를 체계 없이 추가로 내놓으면서 복잡해졌다.
투기과열지구의 경우 지난 2002년 김대중 정권에서 도입했고, 투기지역은 다음 해인 2003년 노무현 정권 당시 만들어졌다. 조정대상지역의 경우 2016년 박근혜 정부가 시장의 과열을 방지하기 위해 도입한 뒤 지난 문재인 정부에서 추가 규제들을 더했다. ▶관련 기사: [알쓸부잡]부동산 '3종 규제지역'…'해제' 넘어 재편?
제도가 복잡하다는 지적에 따라 지난 정부에서도 '투기지역'과 '투기과열지구'를 통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지만 자칫 규제 완화 작업으로 비칠 수 있다는 지적에 논의가 흐지부지된 바 있다.
이후 현 정부 역시 규제지역 제도 개선을 추진하기로 하고 현재 관련 연구용역을 진행하고 있다. 국회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인 개선안을 내놓으면서 관련 논의가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규제 강도 시그널 명확…복잡한건 여전
전문가들은 수요자들이 쉽게 이해하기 어려웠던 명칭을 단순화했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시장 규제 강도에 대한 시그널을 기존보다 명확하게 판단할 수 있을 거라는 평가다.
윤지해 부동산R114 리서치팀장은 "기존의 명칭은 직관적이지 않은 데다가 수요자들이 보기에 애매모호했는데 이를 단순화해 수요자들이 명확하게 인지하도록 하겠다는 정책 목표는 긍정적"이라며 "시장이 과열했을 때보다 침체한 지금이 제도 개선의 적기이기도 하다"고 평가했다.
또 기존의 명칭이 부정적 인식을 불렀다는 점에서 이름을 바꿔야 할 필요가 있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송승현 도시와 경제 대표는 "투기라는 용어 탓에 규제지역이 되면 낙인효과가 나타나는 등의 부작용이 있었다는 점에서 이름을 바꾼 건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다만 명칭을 단순화하기는 했지만 각 단계에 적용하는 세부적인 규제는 여전히 복잡한 데다가 특정 지역을 세세하게 지정하는 기존 방식도 개선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송 대표는 "지금처럼 특정 기준에 따라 규제 지역과 아닌 지역을 세세하게 구분해 못 박는 방식은 해당 지역 주민들의 불만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며 "지역을 광역으로 넓게 묶거나 규제의 기준을 시장의 흐름에 따라 유연하게 바꿀 수 있는 방안 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윤 팀장은 "명칭을 바꿔도 1단계와 2단계에서의 규제가 각각 세금과 금융 등 영역별로 적용된다는 점에서 여전히 복잡한 면이 있다"며 "이를 지금 당장 바꾸기는 쉽지 않겠지만 세부적인 규제들을 보다 단순화하는 방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