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가격 논란이 거세다. 부동산의 시장 가격은 하락하는데 정부에서 판단하고 결정하는 부동산의 가치, 즉 공시가격은 오히려 상승하는 불균형이 커지면서다.
특히 공시가격은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의 과세기준으로 활용되기에 논란이 더욱 증폭되는 모습이다. 단순히 보유에 대한 세금을 수시로 변화하는 거래금액에 연동해서 결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공시가격은 1년에 한 번만 결정하지만, 시장가격은 수시로 변동한다. 움직이지 않는 보유주택에 대한 세금을 결정하기에는 부적합하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공시가격은 과거 거래가격이 빠르게 오를 때, 오르는 가치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그래서 2020년 '공시가격 현실화'라는 이름의 정책도 추진됐다.
지금은 그 반대다. 시장 가치는 내리는데 왜 공시가격만 오르냐는 비판이 쏟아진다. 공시가격만큼 가파르게 늘어난 세금부담은 그 목소리를 키웠다.
올라도 문제, 오르지 않아도 문제인 공시가격은 왜 보유하고 있는 부동산의 과세기준이 됐을까.
세금 매기려고 시작한 공시가격 산정
정부가 처음 공시가격을 조사하고 결정하기 시작한 것은 '토지'였다.
1960년대 이후 급격한 산업화와 도시화가 이뤄지면서 개발지역을 중심으로 토지가격이 급격하게 상승했다. 지가 상승으로 정부가 추진하는 공공사업에 부담이 발생했고, 민간에서는 부동산 투기가 극성을 부렸다.
토지수용이나 과세를 위한 토지가격의 공신력도 떨어졌다. 당시 건설부(국토교통부)와 국세청에서는 기준시가, 내무부(행정안전부)에서는 지방세 과세를 위한 시가표준, 재무부(기획재정부)에서는 감정시가라는 별도의 가격기준을 썼다. 공공사업 토지수용가격 결정과 조세의 부과 등을 위해 통일된 공적 가격체계가 필요했다.
결국 1989년 토지공개념 및 정부가 토지가격을 조사해 평가하는 공시지가제도가 도입됐다. 동시에 세금으로 투기를 잡기 위해 토지초과이득세법도 만들어졌다.
하지만 주택과 건물에 대한 평가는 여전히 중구난방이었다. 국세청은 양도소득세 부과를 목적으로 기준시가를 산정했고, 행정안전부는 재산세 부과를 위해 기준시가와 유사한 방식의 시가표준액을 고수했다.
통상 토지와 건물이 동시에 거래되는데, 평가는 따로 받은 것이다. 이에 따라 시장가격과 괴리된 평가가격이 속출했고, 과세대상간 불평등도 뒤따랐다.
2000년대 부동산 가격이 다시 급등하면서 시장안정화를 위한 보유세 강화 방안이 논의됐다. 더불어 부동산 공시가격에 대한 고민은 더욱 '세금'으로 향했다.
2004년 보유세 부과를 위해 토지와 건물을 통합평가하고 통합과세하는 방안이 추진됐고, 2005년부터 발표된 전국 주택공시가격을 기반으로 종합부동산세제가 도입됐다.
과표 100% '현실화' → 탄력적 운영
시장현황을 반영한 공시가격을 보유세 과세기준으로 활용하려다보니 세금부담의 급격한 증가 문제는 큰 고민거리로 떠올랐다. 갑작스런 세금부담 상승은 조세저항을 부른다.
이에 따라 정부는 2005년 종부세제 도입 당시, 공시가격 반영비율을 '단계적'으로 올리는 방식을 선택했다.
주택의 재산세는 과세표준이 되는 공시가격의 반영비율, 즉 과표적용율을 공시가격의 절반인 50%로 시작하고 2008년부터 매년 5%p 인상하기로 했다. 2008년 55%에서 2017년 100%로 공시가격을 반영하는 계획이었다.
종부세는 과표적용율 70%에서 출발했다. 또 해마다 10%p씩 올려 2007년 80%, 2008년 90%, 2009년에는 공시가격 100%로 부과하기로 했다. 종부세는 4년, 재산세는 10년 내에 공시가격 100% 수준에 맞추겠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정부가 정한 단계는 시장에서 받아들이기에는 너무 가팔랐다. 재산세는 매년 5%p, 종부세는 10%p나 과표가 인상됐기 때문이다.
실제 과표조정에 따른 세부담은 단계적인 인상계획을 무너뜨릴만큼 급격히 증가했고, 2008년 정권이 교체에도 영향을 줬다. 새로운 정부는 들어서자마자 보유세 과표 현실화 계획을 원점에서 재검토했다.
공시가격 적용비율은 2009년부터 공정시장가액비율로 이름을 바꿨고, 100%까지 지속적으로 상향하는 것이 아니라 시장상황에 따라 유동적으로 바꿀 수 있도록 변동성을 부여했다.
재산세는 공시가격의 60%를 과세표준으로 하되, 지방자치단체가 세부담을 고려해 40%~80% 사이에서 조정할 수 있도록 했다. 종부세도 2008년의 80%에서 우선 멈췄다. 공정시장가액비율은 60%~100% 사이에서 탄력운영한다는 조항도 덧붙였다.
10년만에 재등장한 '현실화'
그러나 10년만에 역사는 반복됐다. 공교롭게도 정권이 교체된 2017년 이후 다시 부동산 가격이 급등했고, 보유재산에 대한 세금도 거래가격에 맞춰서 더 걷어야 한다는 논리가 앞섰다.
종부세 공시가격은 80%에서 10년 전 그랬던 것처럼 100%까지 올리기로 했다. 2019년부터 5%p씩 상향조정해서 2020년 90%, 2021년 95%, 2022년 100%를 적용하는 계획이었다.
이번에는 공시가격을 산출할 때 시세를 반영하는 비율도 상향하기로 했다. 이른바 '공시가격 현실화' 방안이다.
공시가격을 시세, 즉 매매거래되고 있는 수준의 가격까지 인상해야 한다는 목표가 정해졌다. 공시가격 자체가 시세의 50~70% 수준으로 낮게 산정되고 있으니 이를 최소 시세의 90% 수준까지는 끌어올려야 한다는 것이다. 90% 수준까지는 공동주택은 최대 10년, 단독주택은 최대 15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
새로운 공시가격 산출방식도 만들었다. 2018년 이전에는 시세변동과 경제여건, 과표현실화(공시가격 반영비율)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지만, 2019년부터는 시세를 핵심 기반으로 공시가격을 결정했다.
뒤집어진 정치와 시장, 다시 '전면수정'
하지만 정권이 다시 바뀌었고 시장도 변하면서 이런 계획은 또 뒤집어졌다.
2022년 11월 24일. 정부는 당초 계획했던 공시가격 현실화비율을 2020년 수준으로 돌려놓기로 하고, 현실화 계획 자체를 전면 수정한다고 밝혔다.
부동산 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에 따라 공시가격까지 급등하면서 재산세와 종부세 등 보유세 부담이 크게 뛰었기 때문이다.
국민들의 주택분 재산세 부담액은 2019년 5조1000억원에서 2022년 6조7000억원으로 불었고, 종부세 부담액은 2019년 1조원에서 2022년 4조1000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게다가 주택가격이 단기에 하락하면서 공시가격이 시세보다 높은 사례도 등장했다. 당초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단계에서부터 제기됐던 공시가격과 시세의 역전 우려가 2년이 채 지나지 않아 현실이 된 것이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24일 '공시가격 현실화 수정계획'을 발표하면서 "가격이라는 것은 늘 오르내림이 있고, 또 평균 가격과 개별의 실제 가격과는 또 차이도 있다. 90% 현실화율은 시장 자체에 대한 무지라는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2023년 72.7%로 계획했던 공동주택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2020년 수준인 69%로 낮출 계획이다.
②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