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부터 기다리던 단지예요. 단지 넓고 학군 좋고, 지금까지 모아온 청약 가점 드디어 쓰겠네요."
1일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올림픽파크 포레온) 견본주택을 찾은 50대 남성 A씨가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현재 둔촌주공 인근 고덕동에 거주 중인데 둔촌주공을 위해 청약통장을 아껴왔다며 꼭 당첨되고 싶다는 바람을 밝혔다.
국내 최대 규모의 재건축 사업인 둔촌주공이 견본주택을 열었다. 이날 영하의 날씨에도 견본주택 입구는 개관 전에 도착해 기다리는 방문객들로 북적였다. 오전 10시, 견본주택이 마침내 문을 열자 수백명의 열기로 내부가 금세 후끈해졌다.
전용 59㎡ 인기…가점 낮으면 84㎡?
견본주택에 입장하면 거대한 단지 모형이 반긴다. 지상 최고 35층, 85개동, 총 1만2032가구의 대단지가 한눈에 들어온다. 하지만 방문객 대부분은 모형을 살피기보다 2층으로 바로 올라가는 편을 택했다. 49A와 59A, 84A·D 등 총 4개의 유니트가 마련된 공간이다.
가장 인기가 많은 곳은 59A 유니트였다. 입장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40~50명이 몰려 긴 줄이 형성됐다. 총 1488가구로 일반분양 가구 수가 가장 많은 전용 59㎡는 최근 정부의 중도금 대출 완화 예고에 따라 대출을 받을 수 있게 돼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관련 기사: '역대급' 빨라진 집값 하락…정부, 규제완화 보따리(10월29일)
남편과 함께 견본주택을 방문한 60대 B씨는 "둘이 살기 적합한 59A에 청약할 예정이라 내부를 꼼꼼히 살피고 있다"며 "분양가도 비싸고 대출 안 되는 전용 84㎡ 대신 전용 59㎡를 택한 건데, 다른 사람들도 비슷한 생각일 것 같아 경쟁률이 걱정된다"고 말했다.
일부 방문객은 49A, 59A 유니트를 지나 84A 유니트로 직진했다. 아이와 함께 거주할 예정이라는 가족들이 많았다. 청약 가점이 낮아 비교적 경쟁이 덜할 것으로 보이는 전용 84㎡에 전략적으로 청약한다는 방문객도 있었다. 전용 59㎡가 84㎡보다 경쟁률이 높을 것이라는 데 대체로 공감하는 분위기였다.
30대 아들과 함께 거주할 집을 찾고 있다는 C씨는 "전용 59㎡에 청약하고 싶지만, 청약 가점이 낮아 당첨될 것 같지가 않다"며 "금전적인 부담이 크더라도 그나마 당첨 확률이 있는 전용 84㎡에 청약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어차피 분양가가 앞으로 계속 오르면 대출 기준도 올릴 수밖에 없을 텐데, 이번에 딱 12억원에서 끊은 건 비합리적"이라고 아쉬움도 토로했다.
견본주택에는 이날 하루에만 140팀, 약 280명이 찾을 예정이다. 둔촌주공은 총 4일간 견본주택을 여는데 이미 모든 예약이 마감됐다. 오는 4일까지 총 1만3000명이 방문할 전망이다.
"찐 청약 대기자만 왔어요"…'부엌뷰' 모형에도 관심
1층의 상담 부스 28개는 빈 자리 없이 가득 찼다. 청약 자격과 가점, 자금조달 방법 등의 문의가 많았다. 상담을 기다리던 40대 여성 D씨는 "정말 청약하려는 사람들만 온 것 같다"고 귀띔했다.
방문객들은 송파·고덕 등 인근지역의 집값 하락, 청약 수요 급감 등의 상황에도 청약 의지가 확고해 보였다. 강남까지의 접근성·신축·대단지의 매력은 서울 어디서도 찾을 수 없는 장점이라는 게 공통된 의견이었다.
D씨는 "부동산이 하락장이니 강남 등의 급매를 노리라는 사람도 있지만, 입지가 아무리 좋아도 결국 구축 아파트"라며 "이런 대단지는 어딜 가도 없는데 청약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이날 방문객들의 관심이 쏠린 모형은 하나 더 있었다. 견본주택 2층 한쪽에 마련된 84E 주방 모형이다. 맞은편 집과 거리가 가까워 부엌 창을 통한 사생활 침해 우려가 제기됐던 주택형이다. ▷관련 기사: [둔촌주공 체크리스트]12억짜리 부엌뷰·소형은 복도식(11월16일)
앞집과의 거리는 동별로 다른데 84E끼리 거리가 1.8m로 가장 가깝고, 84E와 59C가 마주보는 동은 2.8m 떨어졌다.
모형은 가장 가까운 거리인 1.8m로 설치됐다. 성인 남성이 양팔을 쭉 뻗으면 닿을락말락한 거리다. 주방 창 중 열리지 않는 부분은 불투명 유리로 시공했다. 환기를 위해 열 수 있는 부분은 한 뼘 크기로 작다. ▷관련 기사:둔촌주공, 논란의 '부엌뷰'…얼마나 가깝기에(12월1일)
또 마주 보는 집과 창의 위치가 대칭적이지 않아 정면에선 맞은편 집의 벽만 보였다. 결국 창을 통해 서로 내부를 보기는 어렵다는 게 시공사업단 측의 설명이다.
분양 관계자는 "탑상형은 주방에 창을 낼 수가 없는 구조인데 환기가 아쉽다는 조합의 의견에 따라 특화 설계를 적용해 창을 만든 것"이라며 "가구 간 간섭이 많지 않을 것이라는 걸 보여드리고 싶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