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이 올해 예정된 LH의 매입임대사업 예산으로 인천 미추홀구를 비롯해 전국 전세사기 피해 대상 주택을 매입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다만 '배임' 문제 등을 고려해 매입 가격 산정과 이후 보수작업 등 행정절차는 정비하기로 했다.
사장 취임 때 약속한 '부채비율 207% 달성'을 위해선 서울, 인천, 제주도 등의 택지 매각을 통한 자산효율화에 나선다. 지하주차장 붕괴사고가 있었던 'LH 안단테'와 관련해선 사고 아파트뿐만 아니라 무량판 공법을 적용한 모든 현장을 정밀 안전진단한다는 방침이다.
전세사기 피해주택, 인천 미추홀구부터 매입
이한준 LH 사장은 지난 18일 경남 진주 LH 본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올해 매입임대사업 물량 2만6000가구, 예산 6조5000억원으로 언론에서 나오는 물량(전국 전세사기 피해 대상 주택)은 커버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앞서 정부는 지난달 27일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방안'을 통해 피해자가 살던 주택이 경·공매에 넘어간 경우 피해자에게 우선매수권을 부여하고, 피해자가 우선매수권을 포기하면 LH 등이 주택을 대신 사들여 이를 임차인에게 거주할 수 있도록 했다.
LH는 올해 매입임대용 예산으로 먼저 인천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주택을 매입하고 나머지 전국 피해 대상도 커버하겠다는 구상이다.
이 사장은 서울 강북구 '칸타빌수유팰리스' 고가 매입 논란을 언급하며 "준공된 주택은 잘 팔리거나 임대가 잘 되면 굳이 LH에 팔 필요가 없다"며 "사업해서 투자했는데 미분양이 생기고 임대가 안 돼서 공공이 그냥 사준다는 건 모럴해저드 요인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해 원가 이하로 매입하기로 제도를 개선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3월 초 확정해서 각 지역본부에 2023년도 매입물량을 정해 매입을 지시했는데, 그러자마자 인천 전세사기 사건이 벌어졌다"며 "국토부와 협의해서 올해 예산에서 이걸 먼저 해보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어 "매입임대사업의 실적을 보면 매년 목표의 60% 정도만 확보하고 40%는 룸(여유)이 있었다"며 "올해 사업물량의 60~70%는 그렇게 하고(인천 전세사기 피해주택을 사들이고) 나머지 1만 가구로는 전국 피해 대상을 커버할 수 있으면 하고 아니면 추가로 정부 재정을 받아서 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피해 대상 주택 규모에 대해선 "수요는 국토부의 전세사기피해자지원위원회가 정해주면 따라야 한다"면서도 "위원회에서 확정한 대상 중에서도 경매에 참여하지 못하는 분에 한해 LH가 우선매수하는거라 물량이 굉장히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추후 '배임' 문제 등에 휘말리지 않도록 매입 가격 산정과 이후 행정절차 등을 정비하기로 했다.
이 사장은 "LH가 일반 물건 살 때는 건물 자체를 샅샅이 검토해서 가격이 매겨지는 데 반해서 이건(전세사기 피해주택 매입) 피해자가 살고 있는 주택을 우선매수권으로 무조건 사는거라 매입 이후에 보수보강 등 일이 많을 것"이라며 "가격 결정 문제에 대해 상당히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잘못하면 저희들이 배임문제에 휘말릴 소지가 있기 때문에 가격 산정과 매입 이후에 행정절차에 대해선 정부와 협의해서 LH가 정치적 혼란에 휩쓸리지 않도록 정비 작업을 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택지 매각 등 '부채비율 207%' 달성 나선다
취임 때 약속했던 '부채비율 207% 달성'을 위해선 방치된 자산을 최대한 활용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LH는 지난해 기획재정부로부터 재무위험기관으로 지정, 부채비율을 현 219%(2022년 6월 말)에서 200% 이하로 낮춰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이 사장은 "LH는 자산 215조원 중 부채가 149조원인데 그중 금융부채가 81조원으로 하루 이자가 50억원"이라며 "지난해엔 1조5000억원 정도 흑자가 나긴 했지만 하반기부터 경기 침체로 자금운용에 상당히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당기순이익을 많이 내서 부채를 해결한다는 게 현실적으로 굉장히 어려운 문제기 때문에 자산 중 활용 가능한 자산이 얼마나 되는지 열심히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땅값이 비싼 공공택지 등을 매각해 이익을 실현하겠다는 계획이다.
이 사장은 "관행적으로 LH가 가진 땅은 무조건 LH가 주택을 짓는걸로 생각하고 있었지만 어떤 부지는 차라리 땅을 매각하는 게 사업을 하는 것보다 이익이 더 많이 되는 것도 있다"며 "매입가격은 적었는데 시간이 흐르면서 가격이 상당히 늘어 그 부분을 수익으로 잡을 수 있기 때문에 부채 절감의 직접적 요인이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LH가 땅값이 비싸다고 해서 뉴:홈을 10억원대로 분양한다고 하면 국민정서에 과연 맞겠느냐"며 "일부 고가 토지는 매각해서 민간이 거기에 맞는 효용성 있는 용도로 활용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이어 "서울 내 몇몇 땅에 대해 국토부와 협의해 매각계획을 세우고 있다"며 "서울에선 대규모 부지가 아닌 300~400가구 정도 갖고 있기 때문에 당첨되는 사람은 로또지만 극히 소수인데, 그보다는 서울시내와 가까운 지역에 저렴하게 공급할 수 있는 지역을 택해 뉴:홈을 대대적으로 공급하기 위해 공급계획을 마련중"이라고 덧붙였다.
이밖에 제주도와 인천 영종도(110만평) 등에 방치된 땅을 매각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영종도의 경우 제대로만 활용하면 '수조원'의 회수를 예상하기도 했다.
이 사장은 "자산 효율화 및 현금화를 통해 이윤으로 전환할 수 있는 부분이 15조원 정도 된다"며 "이것만 제대로 이행되면 임기 중 부채비율을 200%로 낮추는 건 가능할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 발생한 인천 검단신도시 'LH 안단테'(LH 발주·GS건설 시공) 사고와 관련해선 해당 단지뿐만 아니라 무량판 공법을 적용한 단지 등으로 점검을 확대하기로 했다.
이 사장은 "감추면 오히려 더 문제가 된다"며 "현장에서 모든 걸 사실대로 밝혀서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게 저희들이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사고난 부위 뿐만 아니라 아파트 전체에 대해 안전진단을 실시하고 LH 무량판 공법을 적용하는 모든 현장에 대해 똑같이 조사해서 발표할 것"이라며 "첫 번째로 입주민의 불안을 덜어드리고 두 번째는 무량판 공법, GS가 공사하고 있는 저희 현장 전체에 대해 정밀 안전진단하고 그에 대한 대책 마련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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