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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송파 '토지거래허가제 연장' 가능성에 주민 집단 반발

  • 2023.06.06(화) 07:00

청담·삼성·대치·잠실, 이달 22일 토허제 만료
주민 반대 극심…'현수막·서명 운동 촉구' 등
"토허제 연장 유력"…"형평성 어긋나" 반발도

"역전세 때문에 전세금을 돌려주지 못할 것 같아 집을 내놓은 집주인들이 토지거래허가제(토허제) 때문에 집이 안 팔려서 아우성이에요." - 송파구 잠실동 A 공인중개업소 대표

"옆 동네인 도곡동 도곡렉슬아파트는 강남 집값 상승을 주도하지만 토허제 규제를 받지 않는데, 형평성에 어긋나는 것 아닌가요?" - 대치동 B 공인중개업소 대표

서울 강남구(청담동·삼성동·대치동), 송파구(잠실동)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만료일이 다가오면서 주민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앞서 목동·여의도 등의 토허제 지정이 연장되면서 강남과 송파도 규제지역에 재지정될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송파구 잠실동 주민들은 "재산권 침해"를 이유로 토허제 해제를 위해 현수막을 내걸었다. 또 강남구 대치동 일부 단지에서는 주민들을 대상으로 토허제 해제 서명 운동을 촉구하고 있다.

잠실 엘스 아파트에서 '토허제 해제' 관련 현수막을 내걸었다.

"재산권 침해하는 토허제 해제하라" 현수막 걸려

서울 강남구(청담·삼성·대치)와 송파구(잠실)의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기한만료일이 이달 22일로 다가오면서 이에 반대하는 주민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들 지역은 지난 2020년 6월23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였다. 이후 서울시가 2021년과 2022년 토허제를 2차례 연장하면서 4년째 규제를 받고 있다.▷관련기사: [집잇슈]잠시만요, 집 살 때 허락받고 가실게요~(feat.토지거래허가구역)(4월14일)

토허제 지정 구역에서는 일정 면적 이상의 주택·상가·토지 등을 거래할 때 관할 구청장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주택의 경우 2년간 실거주를 해야 해 '갭투자' 등이 불가능하다.

이 지역 주민들은 "재산권 침해"를 이유로 토허제 반대 의견을 내고 있다. 송파구 잠실동 리센츠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측은 지난달 31일 '재산권 침해하는 토지거래허가제 즉각 해제하라. 잠실은 서울시의 제물인가?'라는 문구로 아파트 건물 외벽에 현수막을 내걸었다. 

잠실동 엘스 아파트 측도 지난달 24일 입주자대표회의를 통해 '토허제 해제 관련 현수막 제작'을 의결했다. 엘스 아파트 관계자는 "주민 재산권 보호와 지역 간 형평성 확보 등을 위해 잠실 리센츠 아파트와 함께 현수막을 내걸기로 협의했다"고 밝혔다.

대치동 은마아파트 재건축추진위원회 측도 최근 주민들을 대상으로 토허제 해제 서명을 촉구하고 있다.

다만 지난 4월 서울 압구정·여의도·목동·성수의 토지거래허가구역이 연장되면서 청담·삼성·대치·잠실도 토허제 구역으로 재지정될 것이라는 의견이 주를 이룬다.▷관련기사: '압·여·목·성' 토지거래허가구역 연장…"재산권 침해" 불만(4월6일)

윤지해 부동산R114 리서치팀장은 "최근 부동산 시장이 회복기에 있는 데다 서울시 측에서 최근 도심지의 정비사업을 활성화하고 있어 토허제를 해제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개발 호재가 있는 지역의 규제는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 한국부동산원 월간 매매가격지수에 따르면 서울 주택 가격 하락 폭이 가장 컸던 지난해 12월(-1.96%) 이후 낙폭이 꾸준히 감소했다. 집값 낙폭은 △1월 -1.25% △2월 -0.80% △3월 -0.55% △4월 -0.34%이었다. 토허제, 형평성에 어긋나는 이유는?

현장에선 토허제가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지적한다. 집값 상승을 주도하는 강남구 도곡동과 재건축 단지가 많은 서초동 반포동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하지 않으면서다.

대치동 B 중개업소 대표는 "인근 도곡동 도곡렉슬아파트의 경우 강남 집값 상승을 주도하지만 토지거래허가제에서 비껴가면서 반사이익을 얻고 있다"고 지적했다.

잠실동 C 중개업소 대표도 "잠실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할 당시 '재건축으로 인한 투기 우려'를 이유로 내세웠다"면서도 "현재 재건축이 다수 진행 중인 반포동은 왜 토허제로 묶이지 않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학업이나 직장 등의 사유로 이사할 경우에도 '허가'를 받고 '실거주 의무'를 채워야 한다는 점이 불합리하다고 지적했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은 "주택을 대상으로 하는 세법과 정비사업 관련 규제에서는 현실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일시적 2주택, 생업·질병 치료·결혼 등의 예외 사항을 인정한다"면서 "토허제는 이러한 예외 사항이 인정되지 않아 불합리한 점이 많다"고 꼬집었다.

이어 "주택이 아닌 공장이나 농지 등은 실제 사용 목적으로만 매매하는 게 가능하다"면서도 "주택의 경우 가령 직업 등을 이유로 2년 뒤 입주할 예정인 아파트를 미리 매입하는 것도 실사용 목적으로 볼 수 있지 않으냐"고 말했다.

용도지역별 토지거래허가 기준면적/그래픽=김용민 기자 kym5380@

토허제 구역에서 매매할 때 허가가 필요하지 않은 경우도 있다. 일정 면적 미만의 토지와 대가성이 없는 상속·증여, 민사집행법에 의한 경매 등의 경우다. 그러나 이 또한 형평성에 어긋날 소지가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달 18일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용 84㎡는 시세보다 2억원가량 높은 26억5288만원에 낙찰됐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이보다 조금 앞선 당월 4일과 11일 같은 평형이 24억3000만원, 24억2500만원에 각각 거래됐다.

대치동 D 중개업소 대표는 "통상 경매 낙찰가는 시세보다 낮지만, (토허제 구역에서) 경매로 주택을 구입할 경우 실거주 의무를 받지 않으면서 오히려 경매 낙찰가가 시세보다 높아졌다"며 "실거주 의무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이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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