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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잇슈]잠시만요, 집 살 때 허락받고 가실게요~(feat.토지거래허가구역)

  • 2022.04.15(금) 06:31

[알쓸부잡]'초강력 규제' 토지거래허가구역이란
집값 들썩이자 압구정·여의도·목동 등 연장 유력
자유거래 제한·실효성 문제 등 불편한 시선 여전

'내돈내산'(내 돈 주고 내가 산 제품이라는 뜻의 신조어)이 안 되는 부동산을 아시나요? 아무리 돈이 많아도 국가의 허락 없이는 토지나 주택 등 부동산 매매가 안 되는 곳이 있는데요. 바로 '토지거래허가구역'입니다.

부동산 투기를 막기 위해 거래를 제한하는 제도로 부동산 규제 중에서도 '초강력 규제' 규제로 꼽히는데요. 과연 얼마나 효과를 발휘하고 있을까요?

집값 올라? 그럼 거래하지마!

토지거래허가제는 신도시 개발이나 도로 건설 등을 할 때 인근 땅 투기를 막기 위해 1979년 만들어진 제도인데요. 현재 국토교통부 장관 또는 지자체장이 토지의 투기적 거래가 성행하거나 가격이 급등하는 지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해 거래를 제한하고 있습니다.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되면 일정 규모 이상의 주택·상가·토지 등을 거래할 때는 매수 목적을 밝히고 해당 지자체장의 허가를 받아야 하고요. 주거용 토지의 경우 실거주용으로만 이용할 수 있어 2년간 매매나 임대가 금지됩니다. 개발 차익을 노리고 들어온 갭투자 등을 막겠다는 취지죠. 

매수자는 3개월 안에 잔금을 치르고 6개월 이내에 입주해야 되고요. 허가구역 지정 기간은 5년 이내입니다. 

물론 허락받지 않아도 되는 땅도 있습니다. 허가면적 미만의 토지를 비롯해 대가성 없는 상속·증여, 공익사업에 의한 토지수용, 민간집행에 의한 경매 등이 그런데요.

허가면적의 경우 지난 3월27일 정부가 시행령을 개정해 한층 더 강화한 상태입니다. 종전까지 180㎡ 초과였던 주거지는 60㎡, 상업지역은 200㎡에서 150㎡, 공업지역은 660㎡에서 150㎡로 각각 변경됐는데요. 

거래허가 대상 토지 넓이는 법정 면적의 10~300% 범위에서 지자체가 정할 수 있고요. 이날 이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된 주거지역에서 6㎡(수도권)를 넘으면 토지거래허가 대상이 됩니다. 이런 '예외' 경우가 아닌데도 허가를 받지 않고 거래하면 2년 이하의 징역이나 이행강제금 등이 부과되고요.

현재 서울에선 총 54.36㎢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돼 있는데요. 이는 서울시 전체 면적(605.24㎢)의 9%에 달합니다. 

토지거래허가구역이 대거 지정되기 시작한 때는 지난 2021년 정부가 공공재개발을 추진하면서부터인데요. 정부의 요청에 따라 서울시는 같은 해 공공재개발 후보지 1차 8곳과 2차 16곳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했고요. 

지난해 4월 오세훈 서울시장 당선 이후 대표적인 주택공급 정책인 '신속통합기획' 후보지인 종로, 용산, 성동, 동대문 등도 허가구역으로 지정했습니다. 이 밖에 △강남구의 개포·세곡·수서·대치동, 서초구 내곡·서초·양재 등 강남·서초 자연녹지지역 △강남구 삼성·청담·대치동, 송파구 잠실동 등 국제교류복합지구 및 인근지역 △양천, 영등포, 성동, 강남 등 주요 재건축단지 등도 지정돼 있고요.   

가격은 왜 계속 올라?

그야말로 '강력 규제'로 보이는데요. 

새 정부에서도 토지거래허가제는 살아남을 전망입니다. 새 정부는 이전 정부와는 다르게 '규제 완화'에 방점을 두고 재건축·재개발 활성화를 추진하고 있는데요. 이같은 기대감에 벌써부터 집값이 꿈틀하고 있어 토지거래허가제를 살려둘 것으로 보입니다. 

올해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기간이 만료되는 곳들은 재지정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우세한데요. 

서울시와 국토부가 조만간 재연장 여부를 결정하는 곳은 강남구 압구정 아파트지구 24개 단지, 여의도 아파트지구 및 인근 16개 단지, 목동 택지개발 사업지구 아파트 14개 단지, 성수 전략정비 구역, 용산정비창 부지와 인근 한강로동·이촌2동 일대 재건축·재개발 사업구역 13개 등입니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도 부동산 핵심공약인 재건축‧재개발 규제완화 시 집값 자극을 최소화하기 위해 토지거래허가제 확대 방안을 검토중인데요.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토지거래허가구역 기간을 연장하는데 이어 규제 효력을 '공공한 날부터 5일 후'에서 '공고 후 즉시'로 변경하는 방식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여기서 궁금증이 생깁니다. 이런다고 집값 과열을 막을 수 있을까요? 

그동안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된 지역의 집값이 오히려 상승 추세를 보여왔거든요. KB부동산에 따르면 지난해 4월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된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의 아파트 매맷값은 지정 이후 1년 동안 21.3%(지난해 3월 34억9748만원→지난달 42억4341만원)나 올랐고요. 

신고가도 계속 나옵니다. 최근 압구정 현대8차 전용 115㎡가 39억원에 실거래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이는 직전 신고가 거래가 있던 2021년 1월(37억원·국토교통부 아파트실거래가 조회)보다 2억원 오른 가격입니다.

이런 상황에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을 '집값 상승 지표'로 보기도 합니다.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되면 곧 재개발·재건축이 된다는 뜻으로 받아들이면서 오히려 기대감이 높아지기도 하고요. 이런 이유에서 토지거래허가제에 대한 '무용론'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데요. 

이에 집값 자극 등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선에서 규제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 나옵니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토지거래허가구역의 집값이 되레 오른 걸 보면 규제 효과가 미미하고, 중장기적으론 자유로운 거래가 이뤄지는게 맞다"면서도 "현재 집값 상승 기대심리가 한껏 높아진 상황이기 때문에 규제를 한 번에 풀기 보다는 완화를 하되 속도 조절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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