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갭투자 특혜 아니라지만 집주인은 웃는다(feat.전세금 반환대출)

  • 2023.07.04(화) 14:25

전세보증금반환 대출 DSR 40% → DTI 60%
"역전세 혼란 방지…세입자 피해 줄여 긍정적"
시장 개입·갭투자 특혜 논란…도덕적 해이 우려도

정부가 역전세난 방지를 위해 집주인에 전세보증금 반환에 한해 대출 규제를 완화해 주기로 했다. 전셋값 하락의 영향 등으로 올해 집주인들이 세입자에게 반환해야 할 보증금 차액 규모가 24조원 이상으로 추산되면서 시장의 우려가 컸다. 이번 대책으로 시장의 충격을 어느 정도 완화할 수 있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정부가 갭투자 등으로 어려움에 처한 집주인들에게 이른바 '특혜'를 주는 것 아니냐는 비판의 시선도 여전하다. 또 최근 전셋값 하락세가 둔화하면서 역전세 문제가 차츰 완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정부의 성급한 개입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자칫 도덕적 해이 등 시장 혼란만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하반기 역전세 우려에…보증금 반환 대출 규제 완화

정부는 4일 '2023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통해 역전세, 전세사기 등 임대차 시장 리스크 관리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이달 말부터 1년간 한시적으로 전세보증금 차액 반환에 한해 대출 규제를 완화해 주겠다는 게 골자다.

개인에 대해서는 현행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40% 대신 DTI(총부채상환비) 60%를 적용하고, 임대사업자의 경우 RTI(임대업이자상환비율) 규제를 현행 1.25~1.5배에서 1배로 완화할 방침이다.

정부는 이번 대책을 통해 전셋값 하락 등으로 보증금을 떼일 수 있는 세입자를 보호하겠다는 목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말까지 만기가 도래할 것으로 추정되는 전세보증금 규모는 288조 8000억원에 달한다. 이 중 전세 가격이 떨어져 세입자에게 반환해야 할 보증금 차액 규모는 24조 2000억원 정도로 추산된다.

특히 전셋값 하락세가 이어질 경우 집주인들이 전세보증금을 반환해 주기 어려운 가구가 크게 늘 수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컸다. 한은은 최근 금융안정보고서에서 올해 말 전세가격이 지난해 3월보다 20% 떨어질 경우 전세 임대 116만 7000가구 중 최대 8만 8000가구가 보유한 자산을 처분하고 추가로 빚을 내더라도 보증금을 돌려줄 수 없을 것으로 추산했다.

실제 전세 보증금 반환 대출액도 올해 들어 다시 증가하면서 우려의 시선을 받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5월까지 새로 취급된 대출액은 3조 2000억원가량으로 지난해(6조 2000억원)의 절반을 넘어섰다.

전세보증금 반환대출 취급액 추이. /그래픽=비즈워치.

"세입자 보호 긍정적…정부 개입에 부작용 우려도"

전문가들은 이번 방안으로 역전세난의 충격을 어느 정도 완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특히 보증금을 떼일 수 있는 세입자들을 보호한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라는 평가다.

서진형 공정주택포럼 공동대표(경인여대 MD상품기획비즈니스학과 교수)는 "임차인들이 거주 이전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임대인에게는 추가 자금을 마련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줘서 임대차 시장의 안정을 가져올 수 있게 하는 방안"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갭투자 등을 통해 집을 구매한 집주인들에게 특혜를 주는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도 여전하다. 집을 팔거나 자산을 처분하는 등 집주인이 스스로 보증금을 마련하도록 해야 하는데 정부가 이를 대신 해결해 주면서 도덕적 해이 등을 부추긴다는 비판이다.

정부도 이런 시선을 의식해 대대적인 규제 완화에는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3일 기자간담회에서 "역전세는 매매가가 하락하면 언제든 생길 수 있는 문제로 매맷값이 떨어질 때마다 대출을 풀어서 국가가 지원해 줄 것이라는 신호를 남기면 안 된다"며 "무분별하게 규제를 풀기보다는 가장 짧은 시간, 가장 손을 덜 대는 방식으로 접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이번 대책이 집주인들을 지원하는 방안이라기보다는 불안한 세입자의 숨통을 틔워주는 방안으로 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윤지해 부동산R114 리서치팀장은 "집주인들이 DSR 등 대출 규제에 막혀 보증금을 못 돌려주는 사례는 적어질 거라는 점에서 연착륙하는 데 도움이 될 거로 보고 있다"며 "임차인에게 도움을 주는 동시에 추가 대출에 대한 감당은 임대인이 하도록 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방안"이라고 분석했다.

일각에서는 최근 전셋값 하락세가 둔화하는 등 연착륙이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다소 성급한 정책을 내놓은 것 아니냐는 우려의 시선도 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시장 금리가 하락하고 전셋값 하락세도 둔화하고 있어 이제는 역전세 문제를 시장이 감내할 수 있는 환경이 되고 있다고 본다"며 "연착륙이 가능한 상황인데 정부의 이번 대책으로 되레 시장에 다소 혼란을 줄 여지가 생겼다"고 지적했다.

이어 "예를 들어 서울 강남권의 보증금 규모 자체가 큰데 이번 대책으로 이런 지역에 자금이 들어갈 경우 추가 투자에 활용될 여지도 있는 만큼 이런 점들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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