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이 서울시 재개발·재건축 활성화를 위해 내세운 '신속통합기획'의 영향으로 서울 곳곳 재건축 단지 사업에 속도가 붙고 있다. 특히 여의도에서 신통기획을 적용하는 한양아파트와 공작아파트는 최근 시공사 선정 과정에 돌입하는 등 발 빠르게 움직이는 모양새다.
신통기획을 적용하는 양천구 목동과 강남구 압구정도 눈에 띈다. 서울시는 최근 양천구 목동 신시가지 6단지 주민들을 대상으로 신통기획안 주민 설명회를 열었고 양천구는 종상향 조건과 관련해 갈등을 빚던 1·2·3단지 주민들과 협의에 들어갔다.
여의도 1호 '한양', 현건·포스코 수주전 예고
서울 영등포구청에 따르면 여의도 '1호 사업지'인 한양아파트의 재건축 시행을 맡은 KB부동산신탁 측은 지난 1일 시공사 선정을 위한 현장 설명회를 열었다. 여의도 한양아파트는 신통기획 방식으로 재건축 사업을 진행하면서 여의도 재건축 단지 중 사업 속도가 가장 빠르다.
신통기획은 서울시가 정비계획 수립 단계부터 지원해 사업 추진 기간을 단축하는 제도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취임 직후부터 서울시 재건축·재개발 정상화를 위해 신통기획을 추진해 왔다.
여의도 한양아파트는 신통기획을 통해 용도지역을 제3종 일반주거지역(용적률 최고 300%)에서 일반상업지역(최고 600%)으로 상향, 최고 54층으로 재건축한다는 계획이다.
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과 포스코이앤씨가 입찰에 참여할 것으로 점치고 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현대건설과 포스코이앤씨가 입찰에 참여할 듯 하다"면서도 "추가로 입찰에 참여하는 건설사가 있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입찰은 다음달 20일로 예정됐다.
여의도에서 현재 재건축을 추진하는 단지는 총 16곳이다. 이 중 두 번째로 속도가 빠른 단지는 공작아파트다. 지난 4일에는 공작아파트도 재건축 사업 시공사 선정을 위해 현장 설명회를 개최했다.
한양아파트와 공작아파트는 조합방식 대신 신탁방식으로 재건축을 진행한다. '신탁방식'은 소유주들이 조합을 설립해 재건축을 추진하는 '조합방식' 대신 신탁사에서 정비사업을 주관, 사업 진행 속도가 빠르다는 장점이 있다. ▷관련기사: [집잇슈]여의도·목동 등 신탁 재건축이 답일까?(6월1일)
두 단지는 모두 KB부동산신탁을 사업시행자로 지정하면서 시공사를 선정한 후 건축심의를 받아 사업시행인가 절차를 밟게 된다.
정비사업은 보통 △안전진단 △정비구역 지정 △조합설립추진위원회 △조합설립(신탁방식에서의 사업시행자 지정) △시공사 선정 △건축심의 △사업시행인가 △관리처분계획인가 △이주 및 철거 순으로 진행된다.
그 외 시범·광장 아파트도 신탁형식으로 재건축을 진행하면서 한국자산신탁을 사업시행자로 지정했고, 목화아파트는 조합설립 인가를 받은 상태다.
압구정 3구역 삐끗?…후발주자 4·5구역 추월하나
강남구에서는 압구정 2~5구역이 재건축 조합을 설립하고 신통기획 방식으로 재건축을 추진 중이다. 압구정 일대 재건축 사업은 오세훈 서울시장이 선보인 '그레이트 한강'(한강 르네상스 2.0)의 주요 골자다. 일대 노후 단지들을 50층 이상의 고층 아파트로 탈바꿈한다는 내용이다.
다만 압구정 3구역이 최근 설계사 선정 과정에서 서울시와 마찰을 빚으면서 사업 지연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압구정 3구역 조합이 서울시에서 제시한 용적률 상한선(300%)을 초과하는 설계안을 제시한 희림건축을 재건축 설계사로 선정하면서다. 이에 서울시는 '용적률 규정 위반' 등을 이유로 "설계사 선정은 무효"라고 밝히며 희림건축을 사기미수, 업무방해 및 입찰방해 혐의로 고발했다.
이에 압구정 재건축 사업 후발주자였던 압구정 4·5구역의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압구정 4·5구역은 '신통기획에 따라 공모작을 제안할 것'을 조건으로 설계 공모를 시작했다.
신통기획을 준수함으로써 서울시와의 마찰을 줄여 정비사업에 속도를 내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예림 법무법인 심목 대표변호사는 "압구정 3구역은 이미 조합총회에서 설계사가 선정됐기 때문에 설계사 선정을 무효로 하고 설계안 재공모를 해도 시간이 오래 지체될 것"이라며 "압구정 4·5구역은 신통기획 준수를 조건으로 내걸면서 재건축 사업에 속도를 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 외 신통기획을 적용하지 않은 개포동과 대치동 내 재건축 단지들의 움직임도 눈에 띈다. 개포주공 단지 중에서는 5단지 조합이 지난해 12월 건축심의를 통과한 후 사업시행인가 과정을 밟고 있다. 뒤를 이어 개포주공 6·7단지 통합 재건축 조합은 지난 6월 건축심의를 통과했다.
지난 20년간 재건축 답보상태에 머물렀던 대치동 은마아파트도 오는 19일 조합 설립총회를 열고 조합장을 선출할 예정이다.
▷관련기사: [알쓸부잡]은마는 '49층'·여의도 진주는 '58층' 재건축 왜?(3월3일)목동도 '속속'…노원 안전진단 대거 추진
양천구 목동 신시가지 재건축도 속속 진행되고 있다. 현재 목동에서는 6단지가 '기획방식'을 적용하면서 재건축 진행 속도가 가장 빠르다. 기획방식은 서울시가 신통기획안을 먼저 제시하고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해 기획안을 확정하는 방식이다.
서울시는 지난 2일 '목동 6단지 재건축 신통기획안' 주민설명회를 열고 최고 50층, 2300여가구 규모의 기획안을 주민들에게 제시했다. 주민들의 의견 수렴 과정을 거치면 기획안이 확정된다.
양천구청에 따르면 목동 7·8·10·12·13·14 단지는 주민들이 제시한 기획안에 대해 서울시가 자문하는 '자문방식'으로 신통기획을 진행하고 있다. 다만 9단지와 11단지는 안전진단을 통과하지 못해 정말안전진단을 위한 용역을 진행하고 있다.
종상향 조건과 관련해 공공과 갈등을 빚은 목동 1·2·3단지 움직임도 주목된다. 양천구가 지난 7일 목동 1·2·3단지 주민들을 대상으로 종상향을 위한 '목동그린웨이' 조성을 제안하면서다.
앞서 서울시는 기부채납을 조건으로 이 단지 주거지역을 2종 일반주거지역에서 3종 일반주거지역으로 종상향을 해 주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해당 주민들이 '조건 없는 종상향'을 주장하면서 사업은 제자리걸음 상태였다.
이에 양천구는 지난 7일 목동 1·2·3단지 주민들을 대상으로 토지나 임대주택을 기부하는 대신 녹지를 기부채납하는 방식을 제안한 상태다.
노원구는 안전진단과 관련해 속도를 내는 중이다. 노원구청에 따르면 노원구 내에서 안전진단을 추진한 단지는 총 42개 단지로 이중 상계 주공 1·2·3·6단지 등을 포함, 11개 단지가 안전진단을 완료했다.
김예림 변호사는 "노원구 일대 재건축은 타지역에 비해 다소 지연되는 감이 있다"면서도 "상계동 일부 단지에서도 최근 신통기획을 선택하는 등 속도를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