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금요일 오전 9시 30분경, 이수(총신대입구)역 5번출구 근처에 10여명이 줄지어 섰다. '디에이치 방배' 견본주택 입구까지 데려다주는 셔틀버스를 기다리는 줄이었다. 언덕을 15분 걸어야 하는 거리인데 셔틀버스를 타면 5분도 안 걸렸다. 맨 앞자리에 앉아 창밖을 보자 경사가 느껴졌다.
견본주택 내부로 들어서니 이미 입장을 마친 관람객들이 옹기종기 모여 설명을 듣고 있었다. 분양 관계자에 따르면 이날 정오까지 방문 예약한 관람객은 260팀(약 600명 추산)이었단다. 미리 예약을 한 사람만 견본주택을 둘러볼 수 있다. 현장에 마련된 견본주택은 특별공급 전날인 25일까지만 관람을 할 수 있다.
지하철역 애매한데…'그래도 부촌'이니까
'디에이치 방배'는 서울 서초구 방배동 방배5구역 주택재건축을 통해 최고 33층, 29개동, 3064가구로 공급되는 아파트다. 현대건설의 하이엔드(고급) 브랜드 '디에이치(THE H)'가 적용됐다. 일반분양 물량은 1244가구에 달한다.
전용면적별 가구수와 최고 분양가는 △59㎡A·B·C 215가구, 17억2580만원 △84㎡A·B·C 956가구, 22억4450만원 △101㎡A·B 58가구, 25억360만원 △114㎡A·B 15가구, 27억6250만원 등이다.
견본주택엔 59B, 84A, 101A 등 3개 타입 유니트가 마련됐다. 일반분양 물량이 가장 많은 84㎡ 타입은 일자형 아일랜드 대면형 주방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59㎡ 타입은 음식물쓰레기 이송설비가 가구마다 설치된 점을 강조했다. 유니트를 둘러보던 한 신혼부부는 "평면은 일반적인 것 같다"며 "집에서 음식물쓰레기를 버릴 수 있어 편리할 것 같다"고 말했다.
'디에이치 방배'는 4·7호선 이수역(도보 5분), 7호선 내방역(도보 7분), 2·4호선 사당역(도보 15분), 2호선 방배역(도보 12분) 사이에 위치했다. 지하철역 4개를 끼고 있는 입지인 셈이다. 가장 가까운 출구에서 단지 경계까지를 기준으로 해서다.
3000가구 대단지인 점을 고려하면 동별로 소요 시간은 천차만별이다. 언덕 지형이라 더 걸릴 여지도 있다. 실제로 견본주택은 이수역에서 가장 먼 117~118동 맞은편 부지에 마련됐는데 도보로 15분 이상 소요됐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역세권인 건 장점인데 지하철역이 다 애매해 실제 이동 동선은 꽤 멀다는 게 단점"이라면서도 "방배동 사람들이 대중교통에 크게 구애받지 않는 만큼 서초라는 입지와 대단지라는 장점이 더 크게 작용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단지의 커뮤니티 시설로는 수영장과 스카이라운지, 영화관, 게스트하우스 등이 계획됐다.
중학교는 가깝지만 초등학교가 다소 멀어 일부 학부모에겐 아쉬운 지점으로 꼽혔다. 입주자모집공고에 따르면 초등학교는 이수초(도보 10분)나 방배초(도보 5분)에 배치되며 중학교는 강남서초3학교군으로 분산 배치된다. 단지 남쪽엔 이수중이 있다.
특히 방배초를 가려면 왕복 8차로 서초대로를 건너가야 한다. 방배동에서 만난 한 여성은 "초등학교가 둘 다 너무 멀다. 아이 혼자 다닐 거리가 아니다"라며 "큰길을 건너야 하는 것도 불안한 요소"라고 말했다.
로또는 아니지만…거주의무 없어
'디에이치 방배' 청약에 있어 가장 큰 특징은 거주의무가 없다는 것. 이 단지는 투기과열지구이자 청약과열지역인 서초구에 위치해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됐다. 재당첨제한 10년, 전매제한 3년 규제도 있다. 하지만 거주의무기간은 없다. 전세 세입자를 구해 잔금을 치를 수 있는 것이다.
분양 관계자는 "주변에 다 구축 아파트라 '디에이치 방배' 분양가가 시세보다 저렴하지 않아 거주의무를 적용받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방배동에서 '디에이치 방배' 분양가와 비교할 만한 신축 대단지 아파트가 마땅치 않다는 이유다.
하지만 이수역 앞에 위치한 '방배 롯데캐슬 아르떼'(2013년, 744가구) 국민평형(전용 84㎡)은 지난달 24억3000만원(11층)에 거래됐다. 방배역 인근 '방배그랑자이'(2021년, 758가구) 전용 84㎡의 경우 지난달 26억원(13층)과 28억원(17층)에 팔렸다. '디에이치 방배' 국평 최고 분양가가 22억4450만원인 점을 고려하면 시세차익이 2억~6억원 가능한 셈이다.
방배동에 거주하는 한 예비 청약자는 "옆에 있는 '방배 롯데캐슬 아르떼'와 비교하기엔 10년 넘게 연식 차이가 나니 '방배그랑자이'와 비교하는 게 적절하다"라며 "디에이치 방배 단지 규모가 훨씬 크다는 걸 고려하면 청약할 만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근 분양한 반포동의 '래미안 원펜타스'와 비교하면 시세차익이 크진 않다. '래미안 원펜타스' 국평 최고 분양가는 23억3310만원이었다. 인근 '아크로리버파크'(최고 50억원)나 '래미안 원베일리'(최고 49억8000만원)와 비교해 20억원 넘게 저렴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처럼 방배동 아파트 시세가 반포동의 반값 수준인데 최근 분양 단지의 분양가가 비슷한 건 '땅값' 때문이었다. '래미안 원펜타스'는 2021년 5월 택지비 감정평가를 신청해 3.3㎡(평)당 6736만원에 분양가를 책정했다. 반면 '디에이치 방배'는 올해 2월 감정해 비교적 높은 땅값을 인정받으면서 평당 6496만원에 일반분양에 나선 것이다.관련기사: [인사이드 스토리]'래미안 원펜타스' 땅값, 원베일리보다 싸다?(5월24일)
비슷한 시기에 일반분양가를 확정한 송파구 '잠실래미안아이파크'보다도 비싼 수준이다. 잠실진주를 재건축한 '잠래아'는 이르면 10월 평당 5409만원에 일반분양을 실시한다. '디에이치 방배' 전용 59㎡ 분양가(17억2580만원)가 '잠래아' 전용 84㎡ 예상 분양가(18억원)와 비슷한 수준이다.
윤수민 위원은 "두 곳 모두 좋은 입지지만 '디에이치 방배'는 이수중학교까지 오르막길이 가파르게 느껴질 정도로 언덕 지형"이라며 "어디에 청약할지는 선호의 영역이지만 가점이 높은 청약자라면 잠실진주 국평이 낫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디에이치 방배' 일반분양분은 서울시 2년 이상 계속 거주자에 우선공급된다. 오는 26일 특별공급을 시작으로 27일 1순위 해당지역, 28일 1순위 기타지역, 29일 2순위 청약을 실시한다. 당첨자 발표는 다음달 4일이며 정당계약은 19~26일 이뤄진다. 입주는 2026년 9월 예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