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래미안 원펜타스'가 오는 7월 일반분양에 나섭니다. 분양가가 3.3㎡(평)당 7500만원에 육박할 거란 얘기도 나왔지만 6000만원대 수준에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네요.
이는 분양가상한제 심사 과정에서 3년 전 땅값을 적용받기 때문이랍니다. 분양가가 생각보다 낮아지면 청약 당첨자가 기대할 수 있는 시세차익은 훨씬 커지겠죠? 인근 '래미안 원베일리' 전용면적 84㎡가 최근 42억원대에 거래된 점을 고려할 때 '래미안 원펜타스'는 이보다 약 20억원 낮은 가격에 분양된다는 겁니다.
6000만원대 분양가 예상되는 이유
'래미안 원펜타스'는 서초구 반포동 12번지 일대의 신반포15차 재건축을 통해 최고 35층, 6개동, 641가구(일반분양 292가구)로 들어서는 단지입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이 다음달 5일 공사를 마무리하고 10일부터 조합원 입주를 시작하죠. 입주자 사전점검도 마쳤고요. 일반분양은 7월 중으로 계획하고 있답니다.
이 단지는 2021년 일반분양을 실시하려다가 더 높은 값을 받고자 후분양을 택했습니다. 조합은 지난달 서초구청 분양가심사위원회에 7500만원 안팎의 평당 분양가(공급면적 기준)를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러나 분양가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택지비는 2021년 당시 감정평가 결과대로인 평당 4169만원으로 책정됐죠.
이는 3년 전 분양한 '래미안 원베일리' 택지비(평당 4203만원)보다 약간 낮은 수준입니다. 올해 2월 분양한 '메이플자이' 땅값은 평당 4730만원이었습니다. 메이플자이는 건축비 1975만원을 더해 평당 6705만원에 분양했죠. '래미안 원펜타스'가 건축비 2000만원을 적용받는다 해도 분양가는 6000만원 초반 정도일 텐데요. 청약을 하려던 수요자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이죠.
건축비+감정가 땅값+α='상한 분양가'
분양가상한제 아파트의 분양가격은 '공동주택 분양가격의 산정 등에 관한 규칙'에 명시돼 있습니다. 크게 건축비와 택지비, 가산비를 더한 값으로 결정돼요.
기본형건축비(지상층건축비+지하층건축비)는 국토부가 건설공사비지수를 반영해 연 2회 정기 고시됩니다. '래미안 원펜타스'엔 올해 3월 고시된 ㎡당 203만8000원이 적용되죠. 여기에 더해 철근콘크리트 라멘구조, 인텔리전트 설비 등 추가로 소요되는 비용이 가산비로 인정될 수 있고요.
택지비는 매입가격이 아닌 감정평가한 가액을 적용합니다. 사업주체가 사업계획승인 이후 해당 지방자치단체에 택지의 감정평가를 신청하면 지자체는 감정평가기관 2곳에 평가를 의뢰해요. 감정평가서가 나오면 지자체는 한국부동산원에 이에 대한 검토를 맡겨요. 부동산원이 검토 결과를 지자체에 제출하면 택지비 산정이 완료되죠.
이때 감정평가는 공시지가기준법에 따라 신청일에 가장 가까운 시점의 표준지공시지가를 기준으로 평가됩니다. 감정평가기관은 이 가액을 토지 조성에 필요한 비용추정액과 비교해 합리적인지를 검토하죠. 이밖에 명도소송비용 등 정비사업 필수 발생 비용이나 지자체 분양가심사위원회 심의를 거쳐 인정된 경비가 가산됩니다.
"맘에 안 들어도 재감평 안돼"
'래미안 원펜타스'에 3년 전 땅값을 적용한 이유는 여기에 있습니다. 택지의 감정평가를 한번만 받을 수 있기 때문이죠. 조합은 추가적인 감정평가를 통해 택지비를 재산정할 수 있냐고 물었는데요. 국토부와 법제처는 감정평가 횟수를 '1회'라고 못박았다고 합니다.
법제처는 유권해석을 통해 "택지가격의 감정평가 결과는 택지의 매입가격을 대체하는 가액으로 볼 수 있다"며 "동일한 택지에 대해 매입가격을 대체하는 가액은 하나로 한정된다고 봐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수차례 택지가격의 감정평가를 신청할 수 있다면 사업주체는 가장 높은 금액의 감정평가 결과를 최종적인 감정평가액으로 주장할 수 있다"며 "지가가 상승하는 시기에 입주자모집시기를 늦추거나 조정함으로써 주택시장 불안정을 초래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음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고요.
감정평가 업계는 이를 어떻게 볼까요? 감정평가사 A씨는 "분양가상한제가 생기면서 택지의 감정평가가 본격적으로 이뤄졌다"며 "평가 시기가 달라지면 가격 차이가 발생할 수 있어 이해관계가 첨예한 정비사업의 경우 규칙 차원으로 제재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습니다.
또 감정평가사 B씨는 "과거 한 재건축 조합이 감평 결과에 불복해 분양을 취소했다가 재개하는 일이 있었다"며 "재감평을 허용하면 이런 일이 반복될 수 있어 1구역 1회로 제한하는 것"이라고 설명했어요.
땅값 '후려치기'가 로또 청약 부른다?
조합 입장에선 땅값이 올라도 반영되지 않으니 개발이익이 제한되는 측면이 아쉬울 겁니다. 서초구청 분양가심사위원회에 참여하는 한 전문가도 "지가변동률을 반영하지 않아 땅값이 오르고 내릴 때 시점에 따라 불이익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감정평가사 B씨는 "택지를 감정평가할 때 인근의 거래가격을 참고하긴 하지만 원가와 괴리가 생기면 문제가 되니 원가대로 검증하게 된다"며 "땅값이 온전히 반영되지 않고 건축비도 실제 공사계약한 것보다 낮게 인정되는 데다, 금융비용 등은 가산비에 포함되지 않으니 조합 입장에선 억울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분양가상한제의 규제 효과를 높이기 위해 택지의 감정평가가 활용된다는 문제도 있죠. 현재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는 곳은 강남3구(강남·서초·송파)와 용산 등 조정대상지역입니다.
법제처는 "사업주체가 일반인에게 공급하는 공동주택의 분양가격의 상한을 제한함으로써 부동산 투기를 방지하고 중산·서민층의 주거비 부담을 완화해 주택시장의 안정을 도모하는 게 분양가상한제의 취지"라는 이유로 재감평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의 김인만 소장은 "분양수익을 더 낼 수 있는 단지의 분양가를 시세 대비 지나치게 저렴하게 책정하면 시장이 왜곡된다"며 "실수요자가 내 집 마련할 수 있게 해줘야지, 소수만 '로또'에 당첨되는 게 과연 옳은 일인지 의문"이라고 꼬집었습니다.
김 소장은 "분양가상한제를 합리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적용 범위는 넓히되 분양가 수준은 시세와 비슷하거나 약간 저렴하게 조정할 필요가 있다"며 "서울·수도권 전 지역에 규제를 적용하되 분양가는 시세의 60~70%가 아니라 90% 정도로 맞춰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