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량) 쌓이고 (거래) 막히고 (상승률) 꺾이고'
가을바람과 함께 주택 시장도 움츠러드는 모양새입니다. 주택 매매 거래량이 크게 줄면서 미분양이 늘고 집값 상승률도 점점 그 폭을 줄여나가고 있죠. 한동안 뜨겁던 서울도 열기가 식어가고 있고요.
지난 9월부터 시행된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2단계와 유주택자에 대한 주택담보대출 및 전세자금대출 제한 등에 따라 거래가 위축된 영향으로 분석됩니다. 집값 상승, 이제 막을 내리는 걸까요?
대출 규제 약발 먹혔나?
한국부동산원의 주간아파트매매가격지수 변동률에 따르면 10월 넷째 주(28일 기준)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 대비 0.01% 올랐습니다. 전주 상승폭(0.02%) 보다 축소되며 보합을 향해 나아가는 모습인데요.
서울도 이번 주 0.08% 올라 전주(0.09%) 대비 상승률이 낮아졌습니다. 벌써 2주째 상승 폭이 축소되고 있는데요. 부동산원 측은 "대출 규제 영향과 가격 급등 피로감으로 매수자들이 관망세를 보이며 매물이 적체되고 상승폭은 지난주 대비 축소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최근 정부의 전방위적인 대출 규제가 부동산 사장에 파장을 일으키고 있는데요. 특히 지난 9월 스트레스 DSR이 시행된 이후 주택 거래가 눈에 띄게 줄었습니다.
스트레스 DSR 2단계는 은행권 주담대와 신용대출, 제2금융권 주담대 금리에 각각 가산금리 0.75% 포인트를 적용하는 규제인데요. 은행권의 수도권 주담대는 가산금리 1.2% 포인트가 적용됩니다.
주택 매수에 따른 대출 이자 부담이 커지자 매수 희망자들이 쉽사리 움직이지 못하게 된 건데요. 국토교통부의 '9월 주택통계'에 따르면 9월 전국 주택 매매거래량(신고일 기준)은 5만1267건으로 전월 대비 15.5% 감소했습니다.
전국 주택 거래량은 올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월별로 4만~5만건 수준이었는데요. 다시 집값 상승세에 접어들면서 7월엔 6만8296건까지 늘었다가 정부가 대출 규제를 강화하자 8월 6만648건, 지난달 5만건 대로 감소세입니다.
서울 주택 매매 거래 역시 1월만 해도 4699건에 불과했다가 점점 늘어 7월 1만2783건, 8월 1만992건으로 두 달 연속 1만건을 넘었으나 9월 8206건으로 전월 대비 25.3% 감소했고요.
매수 수요가 위축되면서 가격 상승세도 힘을 잃었습니다. 서울의 집값을 견인하는 주요 지역인 강남이나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은 상승 폭이 전주 대비 줄었죠.
강남은 지난주 0.23% 상승에서 이번 주 0.18% 상승으로 줄었고요. 마포는 지난주 상승률 0.14%에서 이번주 0.12%, 용산은 0.18%에서 0.13%, 성동은 0.19%에서 0.16% 등으로 각각 감소했습니다.
인천도 지난주 0.06% 상승에서 이번 주 0.01% 상승으로 오름폭이 확 줄었습니다. 미추홀구(-0.07%), 남동구(-0.03%) 등에서 가격이 내렸고요. 경기도는 0.04%에서 0.05%로 상승폭을 조금 키웠습니다. 지방은 -0.02%에서 -0.03%로 하락폭이 확대됐고요.
미분양이 집값 발목 잡을까?
'불 꺼진 집'도 점점 쌓이고 있습니다. 미분양은 감소하는 추세지만 '악성 미분양'으로 꼽히는 준공 후 미분양이 크게 늘고 있어 지역별 부동산 시장 분위기가 크게 차이 나는 모습인데요.
국토부에 따르면 지난 9월 기준 전국 미분양 물량은 6만6776가구 전월(6만7550가구) 대비 1.1%(774가구) 줄었습니다. 3개월 연속 감소세인데요. 특히 지방 미분양이 8월 5만4934가구에서 9월 5만2878가구로 감소했죠.
하지만 오히려 수도권에서 미분양이 늘었습니다. 인천 미분양이 8월 2103가구에서 9월 3408가구로 62.1% 증가한 영향인데요. 이에 따라 수도권 전체 미분양은 같은 기간 1만2616가구에서 1만3898가구로 늘었습니다.
준공 후 미분양은 먹구름이 잔뜩 꼈습니다. 8월 1만6461가구에서 9월 1만7262가구로 4.9%(801가구) 증가했는데요. 이는 2020년 8월(1만7781가구) 후 4년1개월 만에 최대 수준입니다.
악성 미분양의 83.2%(1만4375가구)가 지방에 몰려 있고요. 전남이 2558가구로 가장 많고 이어 경기(1795가구), 경남(1706가구) 등 순으로 나타났어요. 이처럼 거래량이 줄고 빈집이 쌓이자 주택 시장의 전망도 어둡게 그려지고 있는데요.
한국은행에 따르면 10월 주택가격전망지수는 116으로 전월보다 3포인트 하락했습니다. 주택가격전망지수가 하락한 건 올해 1월 이후 9개월 만이죠. 주택 시장 주요 지표들이 집값 상승이 멈춰가는 쪽의 신호를 보내는 듯해요.
그렇다고 '하락'을 전망하기엔 시기상조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주택가격전망지수가 떨어지긴 했지만 여전히 기준선인 100을 초과해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꺼졌다고 보기 어렵고요.
지금도 여전히 인기 지역을 중심으로 신고가가 나오고 있거든요. 10월만 해도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전용면적 84㎡ 29억4800만원), 송파구 잠실동 리센츠(전용 84㎡ 28억5000만원) 등 주요 단지에서 최고 거래가가 속속 나왔습니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미분양이 줄고 있긴 하지만 지방은 준공후 미분양이 심각하고 수도권도 경기도에서 신규 준공후 미분양 물량이 늘어나는 걸 보면 지금보다 향후 시장이 더 침체할 가능성이 있다"고 봤습니다.
그러면서도 "하지만 여전히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남아 있지만 대출 규제 때문에 관망하는 분위기"라며 "호가가 크게 떨어지지 않았고 하락 거래도 적어서 집값 하락까지 나타나긴 어렵고 당분간 약보합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습니다.